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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철도 굴기’로 포스트 차이나 굳히기… 5000조 원대 물류 대변혁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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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철도 굴기’로 포스트 차이나 굳히기… 5000조 원대 물류 대변혁 시동

토람 서기장, 접경지 둥당역서 “중국 연결은 국가 생존 걸린 전략적 돌파구” 선언
물류비 18% 절감 목표… 라오카이~해방 노선 4월 한·중 컨설팅 계약 완료
남북 고속철도 2분기 입찰 본격화, 글로벌 공급망 ‘포스트 차이나’ 거점 굳히기
베트남은 현재 진행 중인 3대 철도 사업을 국가 현대화의 최우선 과제로 격상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은 현재 진행 중인 3대 철도 사업을 국가 현대화의 최우선 과제로 격상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국과의 ‘철도 혈맹’을 가속화하고 있다. 단순히 선로를 까는 수준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잇는 물류망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토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중·베 접경 지역의 핵심 요충지인 랑선성 둥당역을 방문해 철도 현대화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베트남 경제 전문 매체 카페에프(CafeF)의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진행 중인 3대 철도 사업을 국가 현대화의 최우선 과제로 격상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2130년 내다보는 ‘백년지계’… 물류비 절감해 수출 경쟁력 정조준


토람 서기장은 둥당역 현장 회의에서 “베트남과 중국의 철도 연결은 단순한 교통 수단 확충이 아니라 양국 경제 협력의 전략적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이는 베트남 경제의 고질적 약점인 높은 물류비용을 정조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류비 비중은 약 18% 수준으로, 이웃 국가인 태국이나 중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철도망이 현대화되어 중국의 광궤(1435mm)와 표준이 일치하게 되면 환적 비용이 급감하고, 베트남산 제품은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직접 뻗어나갈 수 있는 ‘수출 고속도로’를 갖게 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계획의 시계(視界)다. 토람 서기장은 정부와 건설부에 2030년 단기 목표를 넘어 2045년, 2100년, 심지어 2130년까지 아우르는 초장기 철도 전략 수립을 지시했다. 이는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철도를 국가 생존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라오카이~해방 노선 순항… 4월 한·중 기술 협력 계약 체결


베트남 철도 굴기의 첫 번째 단추는 라오카이~하노이~해방(하이퐁)을 잇는 북부 물류 노선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첫 삽을 뜬 이 프로젝트는 현재 공정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건설부 보고에 따르면 오는 4월 중으로 베트남과 중국의 전문 기관이 참여하는 연합 컨설팅단과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베트남 최대 항구인 해방항과 중국 운남성 간의 물동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총사업비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 ‘남북 고속철도’ 사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타당성 조사와 입찰 서류 작성을 완료하고, 오는 2분기(4~6월) 중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한국 국토교통부에서는 “베트남의 철도 현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철도 차량 수출 및 신호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트 차이나’ 굳히기 나선 베트남의 인프라 대공세


베트남의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철도 외에도 하노이 서쪽 순환 4호선이 착공 2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고, 하노이 접경 대단지를 잇는 22조 동(약 1조 2600억 원)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남부에서는 롱타잉 국제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항공 물류 정체 해소에 나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철도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도를 높이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전체의 물류 허브로 도약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현지의 한 경제 전문가는 “베트남이 철도 표준을 중국과 맞추는 것은 공급망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향후 100년 동안 베트남의 산업 지도를 바꾸는 거대한 하드웨어 업데이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막대한 건설 자본의 조달 방식과 토지 보상 갈등 관리 능력이 이 야심 찬 계획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