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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IPO, 상하이 상장 신청…9100억원 조달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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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 IPO, 상하이 상장 신청…9100억원 조달 도전

영업이익 1년 새 335% 급증·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32% 장악
테슬라 36배 물량 압도…머스크 "中이 가장 강한 경쟁자" 인정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연합뉴스


올 초 전 세계 시청자들이 중국 국영방송 설 특집 무대에서 목격한 장면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10여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쌍절곤을 휘두르고 공중제비를 돌며 인간 무용수와 함께 무술 시퀀스를 소화하던 그 순간, 시장은 이미 다음 수를 읽고 있었다.

그 무대의 주인공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20일(현지시각)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미국 CNBC가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조달 목표액은 42억 위안(약 9100억 원)으로 근년 들어 중국 자국 기술 기업의 증시 상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 한 장의 신청서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자본 지형을 뒤흔들 기폭제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숫자가 말한다 — 1년 만에 세상이 바뀐 유니트리의 재무제표


투자설명서가 공개한 수치는 흥미롭다. 2025년 유니트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5% 늘어난 17억 800만 위안(약 3700억 원)을 기록했고, 순이익 증가율은 674%에 달했다.

매출 구조도 빠르게 재편됐다. 전체 사업 매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27.6%에서 2025년 1~9월 51.5%로 뛰어오르며 핵심 성장 동력이 됐다.

지난해 전 세계에 출하한 5500대 이상의 로봇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점유율 32.4%에 해당한다. 테크크런치가 최근 보도에서 인용한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지난해 미국 경쟁사 피겨(Figure)와 테슬라를 합산한 것보다 약 36배 많은 물량을 출하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지리 자동차 등 30곳 이상이 투자에 참여했고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2억 6360만 달러(약 3900억 원)에 이른다. 다만 가격이 낮은 G1 모델(1만6000달러·약 2400만원) 판매 확대로 총이익률이 다소 낮아진 점은 투자설명서 스스로도 인정한 리스크 요인이다.

머스크도 인정한 '가장 강한 상대'…그러나 현장 배치는 걸음마


이번 상장의 의미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선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올 초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은 인공지능(AI)과 제조 모두 뛰어나며 테슬라에 가장 강한 경쟁자"라며 "중국 외부에서 의미 있는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직접 언급 했다.

기술 분석 전문 업체 옴디아(Omdia)의 리안 지에 수(Lian Jye Su) 수석 분석가는 지난달 25일 온라인 행사에서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판매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제조 기반이 아시아에 집중된 탓에 미국에서는 채택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실 공장에서의 활용은 아직 이상과 간극이 있다. 유니트리의 투자설명서에서도 이 부분을 솔직히 드러낸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 응용 매출 가운데 기업 안내·투어 가이드 용도가 전체의 50~70%를 차지하고, 스마트 제조와 스마트 점검이 나머지를 구성한다.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1만 3317대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얼마가 실제 상업적 판매이고 얼마가 시연용·파일럿 배치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지금 사는 것은 현재의 수익성이 아니라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다.

베이징의 '체화 AI' 전략과 자본시장의 교차점


유니트리 IPO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정부의 의지다. 베이징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양자·6G·핵융합·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함께 미래 핵심 전략산업으로 분류하고 생산 라인 전반에 걸친 AI 자동화 확대를 국가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통상 6~12개월 걸리는 중국의 IPO 예비심사를 유니트리는 4개월 만에 통과했다는 점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AI·로봇 분야 주도권 확보를 향한 당국의 지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시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모건스탠리는 2050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5조 달러(약 7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로봇업계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 "유니트리의 G1 모델이 1만 6000달러대에 공급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업체들이 부품 조달과 원가 경쟁력 면에서 직접적인 압박을 받는 구조"라며 "중국산 공급망이 글로벌 표준 가격을 빠르게 끌어내리고 있어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상장이 성사된다면, 유니트리는 A주 시장 최초의 순수 휴머노이드 로봇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스펙타클'에서 '수익'으로 넘어가는 그 문턱에서, 투자자들이 어떤 숫자에 베팅할지가 이 산업의 다음 장(章)을 결정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