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4·DDR5 현물가 나란히 급락… 유통사 ‘재고 밀어내기’ 가속화
구글 ‘터보퀀트’에 수요 감소 우려… 제조사 계약가는 여전히 ‘강세’
구글 ‘터보퀀트’에 수요 감소 우려… 제조사 계약가는 여전히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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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현물 시장의 경고음, 중국발 DDR4·DDR5 동반 하락
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와 대만 디지타임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메모리 시장의 가늠자인 현물 가격이 일제히 꺾였다고 보도했다.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메모리 거품 붕괴의 전조 증상이 뚜렷하다.
우선 DDR4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16Gb DDR4 칩 현물가는 지난 한 달간 약 5% 하락한 74.10달러(약 11만 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첫 월간 하락이며, 1년 전 3.20달러에서 시작된 광기 어린 랠리가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
이미지 확대보기구글 '터보퀀트' 충격… AI 수요 불패론에 던진 돌직구
이번 가격 하락의 결정적 트리거는 구글 리서치팀이 발표한 메모리 압축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다. 이 기술은 거대언어모델(LLM)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 6배 이상 줄일 수 있다.
그간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연산을 위해 무한정 메모리를 매집해 왔으나,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효율이 극대화되면 향후 발주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했다. 시장에서는 아직 기술의 실용화 여부와 추론과 에이전트 AI 시대에 메모리의 추가 수요를 이유로 반론도 커지만, 새로운 기술이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가 해결할 경우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공급자 우위’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삼성·SK하이닉스 계약가는 강세… “시차 두고 꺾이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오는 2분기 D램(DRAM) 계약가는 전 분기 대비 최대 63%, 낸드플래시(NAND Flash)는 70~75%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이는 제조사들이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가운데,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현물가가 계약가의 선행지표라는 점에 주목한다. 유통 시장의 재고 누적과 가격 하락은 결국 PC OEM 업체들의 가격 인하 요구로 이어진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체결한 ‘취소 불가능한 DDR4 공급 계약’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면 가격 하락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현물가가 계약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통 시장에서 재고가 쌓이고 현물가가 먼저 떨어지면, 결국 PC OEM 업체들의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체결한 '취소 불가능한 DDR4 공급 계약'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하락 압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 계약은 고객사가 제품을 주문한 후 취소할 수 없고(Non-Cancellable), 제품 수령 후에도 품질 결함이 없는 한 반품할 수 없는(Non-Returnable) 조건이 붙은 장기 공급 계약으로, 삼성전자가 당초 DDR4 생산 중단(EOL)을 계획했으나, HBM·DDR5로 설비가 쏠리며 구형 DDR4의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전략을 수정해 체결했다. 구체적인 계약 수량은 기업 간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시장 분석을 통해 추정되는 주요 공급처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CSP) 및 서버·데이터센터 고객사로, 산업용 기기 및 자동차 산업 수요도 포함된다.
투자자, 시장 변화 여부 주시해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 1년간의 광풍을 뒤로하고 냉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AI 열풍이 만들어낸 '공급 부족'이라는 환상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투자자와 기업들은 이제 숫자로 증명되는 실질적인 수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지표는 현물가와 계약가의 괴리율이다. 시장의 선행지표인 현물 가격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대규모 공급 계약이 체결되는 계약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현물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구글의 '터보퀀트' 발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나 메타 같은 빅테크들의 행보도 관건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로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 실제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도입될 경우, 그간 '불패'로 여겨졌던 AI 메모리 수요는 급격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제조사들의 HBM 전환 속도를 주시해야 한다. 구형 공정인 DDR4 라인을 얼마나 빨리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으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범용 제품의 공급 과잉 해소 시점이 결정될 것이다.
메모리 시장은 이제 막연한 기대감을 넘어 기술적 검증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유통 시장의 급락은 단순한 조정을 넘어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