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페·플립카트·젭토 상장 잠정 중단, 외국인 이달 11조 원 순매도
모건스탠리·노무라·씨티 목표주가 줄하향…연내 대형 IPO 재개 불투명
모건스탠리·노무라·씨티 목표주가 줄하향…연내 대형 IPO 재개 불투명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CNBC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이란 전쟁 여파로 인도 IPO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플립카트(Flipkart)·젭토(Zepto) 등 대형 상장 후보들이 시기 조율에 나서거나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 기업들의 IPO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15억 달러(약 2조 25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 달러(약 3조 4600억 원)에 견줘 35% 줄었다.
호르무즈 봉쇄가 뇌관…원유 수입 85% 의존 인도에 복합 충격
이번 사태의 핵심 뇌관은 에너지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이란 공습으로 불붙은 전쟁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 상태로 몰아넣었다.
인도는 원유 수입량의 85%를 해외에 의존하고, 이 가운데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 하는 구조여서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다.
위키피디아의 '2026년 이란 전쟁 경제적 영향' 문서에 따르면 쿠웨이트·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의 합산 원유 생산량은 3월 10일 기준 하루 670만 배럴 줄었고, 3월 12일에는 감소폭이 1000만 배럴을 웃돌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전쟁 직후 배럴당 80~82달러(약 12만~12만 3500원)까지 치솟았으며, 공급 교란이 지속될 경우 100달러(약 15만 650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지난 3월 5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아시아 시장은 중동의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에 결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인도를 '비중 축소(equal-weight)'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전략가 대니얼 블레이크(Daniel Blake)와 조나선 가너(Jonathan Garner)는 "시장이 공급망 위험에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수익 전망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공모 시장 유동성 고갈…개인투자자·외국인 동반 이탈
증시 충격은 IPO 시장을 직접 강타했다. 닛프티(Nifty) 50 지수는 1월 이후 12% 넘게 빠졌고,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이달에만 인도 주식 80억 달러(약 12조 52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인도 증권예탁원(NSDL) 데이터다.
개인투자자의 이탈은 더 심각하다. 비즈니스투데이(BusinessToday)가 지난 19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달랄 스트리트(뭄바이 증시)에 입성한 주요 기업공개 14건 가운데 7건이 개인 공모 배정분을 완전히 채우지 못했다.
인도 거래소(BSE) 데이터다. 웰스밀스 증권(Wealthmills Securities) 주식 전략 총괄 크란티 바티니(Kranthi Bathini)는 "지난 한 해 동안 상장한 상당수 종목이 공모가와 상장 첫날 가격을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장된 IPO 11건 가운데 8건은 현재 공모가 아래에서 거래 중이다. 대표적 사례가 슈리람 트위스텍스(Shree Ram Twistex)다. 이 회사 주가는 상장 당일 공모가 104루피 대비 35% 낮은 68루피에 첫 거래를 마쳤고, 이후 46.10루피까지 밀리며 투자자 자산의 56%를 앗아갔다.
이 같은 성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기관의 IPO 참여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올해 1~3월 외국인이 인도 IPO에 투입한 자금은 8억 2000만 달러(약 1조 23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억 달러(약 2조 250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에퀴러스 캐피털(Equirus Capital) 투자금융 대표 바베시 샤(Bhavesh Shah)는 "지금의 IPO 침체는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심리 위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업들은 시장 여건을 보며 출격 시점과 공모가를 더 정밀하게 조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조 원 대기 물량 언제 나오나…국내 기관이 가격 주도권 장악
이란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인도 IPO 시장은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글로벌 IPO 동향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2025년 한 해에만 367건의 기업공개를 성사시키며 세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올해도 릴라이언스 지오, NSE, SBI뮤추얼펀드, 젭토, 플립카트, 오요(OYO) 등 대기 중인 대형 IPO의 예상 조달 규모를 합산하면 약 4300억 루피(6조 9100억 원)을 웃돈다.
그러나 PL캐피털마켓(PL Capital Markets) 상무 우다이 파틸(Uday Patil)은 "2차 시장의 변동성과 기업 가치 산정 우려가 투자 심리를 꺾고 있다"며 "현 환경에서 신규 IPO를 내놓는 것을 기업들이 점점 꺼리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의 침체는 구조적인 것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누바마(Nuvama) 투자금융 전무 쇼빅 퍼카야스타(Shouvik Purkayastha)는 "대형 IPO를 소화할 시중 유동성이 부족하고,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대신 지난 60개월 연속 순유입을 기록 중인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공모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이씨아이씨아이다이렉트(ICICIdirect)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1990~2026년 6개 주요 지정학적 사태를 분석한 결과 충격 이후 3개월 평균 수익률은 약 28%, 6개월은 약 38%였다.
역설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중장기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 평균치이고, 이번 이란 전쟁처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동반한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 단기에 해소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인도 IPO 시장의 봄은 호르무즈의 긴장이 풀리는 날과 같은 시계를 공유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