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CSIRO 연구진, 세계 최초로 상온서 ‘충전-저장-방전’ 전 과정 시연 성공
'초확장성' 효과로 유닛 늘수록 충전 속도 기하급수적 상승… 양자 컴퓨팅 혁신 예고
'초확장성' 효과로 유닛 늘수록 충전 속도 기하급수적 상승… 양자 컴퓨팅 혁신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호주 국립과학기구(CSIRO) 연구진은 양자 역학적 특성을 이용해 크기가 커질수록 오히려 충전 속도가 빨라지는 ‘양자 배터리(Quantum Battery)’의 개념 증명에 성공했다.
23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양자 배터리의 완전한 에너지 사이클을 실온에서 실험적으로 증명해내며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직관을 거스르는 물리학: ‘초확장성’의 마법
제임스 콰치(James Quach)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라이트: 사이언스 &애플리케이션(Light: Science &Applications)』을 통해 양자 배터리의 핵심 원리인 ‘초확장성(Superextensivity)’을 발표했다.
일반적인 배터리는 저장 장치(N)가 늘어날수록 충전 시간도 비례해서 늘어나지만, 양자 배터리는 N개의 장치를 동시에 충전할 때 각 유닛당 충전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즉, 유닛이 4개에서 16개로 늘어나면 개별 충전 시간은 오히려 절반으로 단축된다.
이는 저장 단위들이 독립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강한 '빛-물질 결합'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일관된 시스템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커지는 양자적 특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 세계 최초의 완전한 사이클 시연… “이론이 현실이 되다”
이번 연구가 과거의 이론적 연구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충전부터 저장, 방전에 이르는 ‘전하 사이클’ 전체를 최초로 완성했다는 데 있다.
실험에 사용된 장치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다층 유기 미세공동체(Microcavity)로 구성되었으며, 레이저를 이용해 무선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해당 논문은 학술적 영향력을 측정하는 알트메트릭(Altmetric) 점수에서 567점을 기록하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과학 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 나노초의 한계… “전기차보다는 양자 컴퓨터가 먼저”
경이로운 발견에도 불구하고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거대한 공학적 장벽이 남아 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양자 배터리의 충전은 피코초 단위로 매우 빠르지만, 저장된 에너지를 유지하는 시간은 나노초 단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당장 전기차나 스마트폰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의 단기적 응용 분야로 양자 컴퓨팅을 지목한다.
극저온에서 작동하며 정밀하고 빠른 에너지 전달이 필요한 양자 프로세서에게 나노초 단위의 에너지 공급은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빛을 전기로 바꾸는 메커니즘을 활용한 장거리 무선 에너지 전송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높다.
◇ 한국 과학계에 주는 시사점
양자 배터리의 등장은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다.
화학적 반응에 의존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나라도 양자 물리학 기반의 에너지 저장 기술에 대한 기초 연구 투자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양자 배터리는 양자 컴퓨터의 전원 공급 장치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산 양자 컴퓨터 개발 과정에서 양자 회로 전용 에너지 전달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레이저와 빛을 이용한 양자 충전 방식은 향후 우주 태양광 발전이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의 무선 급속 충전 기술로 확장될 수 있다. 관련 표준 선점을 위한 산학연 협력이 시급하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