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머스크의 ‘우주 AI 데이터센터’ 100만기 구상, 밤하늘 파괴하나…천문학계 “인류 유산 위협” 강력 반발

글로벌이코노믹

머스크의 ‘우주 AI 데이터센터’ 100만기 구상, 밤하늘 파괴하나…천문학계 “인류 유산 위협” 강력 반발

궤도 거울 5만기 투입 시 하늘 밝기 3배 증가…관측 이미지 데이터 최대 30% 손실 우려
AI 인프라 확장 vs 과학·환경 보존 가치 충돌…국제 우주 규제 ‘레드라인’ 마련 목소리 커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AI) 전력난 해소를 위해 지구 궤도에 100만기의 데이터센터를 띄우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천문학계가 밤하늘이라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 파괴될 위기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AI) 전력난 해소를 위해 지구 궤도에 100만기의 데이터센터를 띄우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천문학계가 "밤하늘이라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 파괴될 위기"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AI) 전력난 해소를 위해 지구 궤도에 100만기의 데이터센터를 띄우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천문학계가 "밤하늘이라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 파괴될 위기"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23(현지시각)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Space.com)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왕립천문학회(RAS)와 유럽남방천문대(ESO)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연구 기관들은 스페이스X'우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스타트업 리플렉트 오비탈(Reflect Orbital)'궤도 거울' 설치안에 대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공식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수백만 개의 인공 구조물이 저궤도를 점령할 경우, 인류가 수백만 년간 유지해 온 밤하늘의 가시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시 예상되는 영향.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시 예상되는 영향.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보름달보다 밝은 인공 별’ 5만 개…밤하늘의 종말 오나


천문학계가 가장 먼저 정조준한 지점은 밤하늘의 인위적인 밝기 변화다. 전직 스페이스X 인턴 출신인 벤 노왁이 설립한 리플렉트 오비탈은 폭이 약 55m 크기의 대형 거울 5만기를 저궤도에 배치해 지상 태양광 발전소로 빛을 쏘아 올리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로버트 매시 영국 왕립천문학회 부국장은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 거울들이 직접 빛을 반사하면 보름달보다 여러 배 더 밝게 보일 것"이라며 "이는 인류 문화유산의 핵심을 파괴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거울 5만기가 궤도를 메울 경우 지구 전체 하늘의 밝기가 현재보다 최대 3배까지 밝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빛 공해가 없는 오지의 '다크 스카이(Dark Sky)' 보호구역조차 사라지게 하여, 사실상 지구상에서 완벽한 어둠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는 의미다.

천문 데이터 30% ‘증발…현대 천문학 존립 위협


머스크 CEO는 지난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X)를 통해 "AI의 잠재력을 완전히 끌어내려면 전력 소비가 극심한 컴퓨팅 인프라를 우주로 옮겨야 한다"100만기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수백만 개의 '반짝이는 점'들이 하늘을 가로지르기 시작하면 현대 천문학은 관측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올리비에 에노 유럽남방천문대(ESO) 천문학자는 칠레 초거대망원경(VLT)의 사례를 들어 "스페이스X의 계획이 실현되면 관측 이미지 픽셀의 10%가 손실되고, 특정 정밀 관측에서는 손실률이 30%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천문학계가 기술적 손실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점을 고려하면 30%의 손실은 과학적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수준이다. 또한 하늘 자체가 밝아지면서 희미한 천체를 포착하기 위한 노출 시간을 기존보다 3배 이상 늘려야 하는 등 관측 효율이 급격히 저하된다.

실리콘밸리식 우주 속도전에 제동…규제 가이드라인 시급


현재 미국 FCC는 이들 프로젝트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없이 승인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존 바렌틴 천문학 컨설턴트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반대측이 직접 증명해야만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환경적 검토 없는 패스트트랙 심사에 우려를 표했다.

학계와 산업계의 주요 지표를 비교해 보면 우주 환경 오염의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이탈리아 엔리코 페르미 연구소의 파비오 펄치 연구원은 "우주 쓰레기와 빛 공해 역시 다른 오염 물질처럼 엄격한 '레드라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AI 산업의 무한 확장이 인류 공동 자산인 우주 환경 및 기초 과학과 정면 충돌한 상징적 사건이다. 우주가 단순한 비즈니스 무대를 넘어 보호해야 할 '환경'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위성 발사 수에 대한 국제적 총량 규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천문학계의 반발을 넘어, 향후 AI 인프라 경쟁이 우주 공간으로 전이될 때 발생할 '우주 환경 규제'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는 기업들에게도 우주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과 환경 규제라는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는 지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