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달 착륙선 일정 차질, 블루오리진 반사이익 가능성
'위성도 재사용 시대' 럭스 에테르나, 2027년 실증 비행 나선다
'위성도 재사용 시대' 럭스 에테르나, 2027년 실증 비행 나선다
이미지 확대보기위성을 쏘아 올리고 수명이 다하면 대기권에서 태워버리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 혁명을 이끈 스페이스X(SpaceX)가 다음 판을 짜기도 전에, 스타링크(Starlink) 출신 엔지니어가 세운 스타트업 하나가 먼저 움직였다. 위성 자체를 지구로 돌려보내 다시 쓰는 기술로 우주 투자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시아 기술 전문 매체 디지타임즈(Digitimes)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스페이스X의 초대형 로켓 스타십 V3(Starship V3) 첫 비행이 오는 4월로 또다시 연기됐다고 보도하면서, 이와 맞물려 '귀환 위성' 스타트업 럭스 에테르나(Lux Aeterna)가 1000만 달러(약 149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머스크, 두 달 새 발사 예고 두 번 어겨…나사 달 계획도 도미노 지연
그러나 그는 이달 7일(현지시각) "약 4주 뒤"라고 재조정했다. 4주 뒤는 오는 4월 4일이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두 차례 공언을 모두 지키지 못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21일(현지시각)에는 V3 슈퍼 헤비(Super Heavy) 부스터가 가압 시험 중 손상을 입으며 당초 올해 1분기로 잡았던 첫 비행 일정이 처음 밀렸다.
현재 스페이스X는 텍사스주 스타베이스(Starbase)에 완공한 신규 2번 발사대에 V3 부스터를 이송해 극저온 충전 시험(크라이오프루프·Cryoproof)과 구조 강도 시험을 마쳤다.
스타십 V3는 3세대 메탄 엔진 랩터 3(Raptor 3)를 탑재해 저궤도(LEO) 탑재 중량을 기존 35t에서 100t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전 버전 대비 3배에 가까운 수치다. 궤도 연료 보급(온 오빗 리퓨얼링·On-orbit Refueling) 기능도 이번 버전에서 처음 실증에 나선다.
나사는 이달 27일(현지시각) 아르테미스 3 임무를 오는 2027년 중반 저궤도 도킹 임무로 축소 재편하고, 실제 달 착륙은 오는 2028년 아르테미스 4·5로 밀었다.
제러드 아이잭먼 나사 국장은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Blue Origin) 모두 기술적 위험을 낮추는 가속 방안을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두 회사의 구체적인 계획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우주업계에서는 스타십의 연속 지연이 달 착륙선 개발 경쟁에서 블루오리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5~10년 수명 후 소각’위성의 한계…208억 원 베팅한 투자자들의 계산
스타십의 일정 혼란이 이어지는 사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 우주산업 판을 흔들려는 기업이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 본사를 둔 럭스 에테르나다.
창업자 브라이언 테일러(Brian Taylor) CEO는 스페이스X 스타링크와 아마존 레오(Amazon Leo·구 프로젝트 카이퍼) 양산 현장을 두루 거친 위성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2024년 8월 회사를 세웠다.
이번 시드 투자 1000만 달러(약 149억 원)는 콘보이(Konvoy)가 주도하고 디시시브 포인트(Decisive Point)·큐빗 캐피털(Cubit Capital)·웨이브 펑션(Wave Function)·스페이스 캐피털(Space Capital)·다이나모 벤처스(Dynamo Ventures)·채널39(Channel 39) 등이 참여한 초과청약(Oversubscribed) 방식으로 모였다.
지난해 선투자(Pre-seed)로 확보한 400만 달러(약 59억 원)를 합산하면 창업 2년도 안 돼 누적 총액 14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끌어모은 것이다.
투자자들이 베팅한 것은 지금껏 우주산업이 당연시해온 '일회용 위성' 모델의 균열이다. 현재 저궤도 위성의 평균 수명은 5~10년이다.
연료 소진이나 부품 노화, 기술 진부화 중 하나라도 발생하면 위성은 대기권에서 소각되거나 궤도 쓰레기로 남는다. 테일러 CEO는 "지금 위성 산업의 최우선 과제는 하드웨어를 얼마나 오래 버티게 하느냐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업그레이드하느냐"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연산 가속기(GPU)나 초분광 카메라처럼 1~2년 주기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부품을 탑재한 위성은 수명이 남아 있어도 기술적으로는 이미 구형이 되는 구조적 딜레마를 지적한 것이다.
200㎏ 위성을 호주 사막으로 귀환시킨다…델파이의 기술 설계
럭스 에테르나의 핵심기술은 귀환 위성 플랫폼 '델파이(Delphi)'다. 원뿔형 열차폐막을 위성 구조체와 일체화해 대기권 재진입의 열·충격 하중을 반복적으로 버티도록 설계했다.
무게는 약 200㎏이며 탑재 용량은 차체의 25% 수준이다. 나사 에임스 연구소(NASA Ames)와 우주협력협정(Space Act Agreement)을 맺고 열 방호 소재를 공동 개발하는 한편, 열 방호 기술 관련 협력연구개발협정(CRADA)도 2건 체결해 기술 공신력을 높였다.
첫 실증 비행은 오는 2027년 1분기 스페이스X 위성 합승(Rideshare) 발사편에 실려 저궤도에 진입한 뒤, 호주 우주 항공 기업 서던 론치(Southern Launch)와 협력해 쿠니바(Koonibba) 시험장에 귀환하는 방식이다.
이 첫 비행의 전체 탑재 용량은 이미 완판됐다. 테일러 CEO는 오는 2028년 재사용 임무에 대한 고객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럭스 에테르나의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수십 기, 2035년까지 수백 기의 귀환 위성 함대를 운용하는 것이다.
콘보이의 조시 채프먼(Josh Chapman) 대표 파트너는 "럭스 에테르나는 임무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귀환 위성 함대를 구축하는 첫 번째 기업"이라며 "수천 기의 위성을 발사한 경험이 있는 팀이 이 새로운 영역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기술보다 느리다…한국 우주산업이 읽어야 할 신호
럭스 에테르나가 미국이 아닌 호주로 귀환지를 잡은 것은 기술보다 규제 때문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대기권 재진입 허가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앞서 상업용 우주선 귀환 1호를 기록한 바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스(Varda Space Industries)도 FAA 협상에 수개월을 쏟아야 했다.
테일러 CEO는 "앞으로 3~4년은 규제 승인이 병목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FAA가 산업 성장과 함께 기준을 정비해야 귀환 위성 산업의 본격 확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귀환 위성 경쟁에서 한국의 위상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이달 18일 차세대 발사체(KSLV-Ⅲ)의 재사용 설계를 공식 확정하고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올해 우주항공청 예산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1조 1131억 원으로 편성됐지만, 위성 자체의 귀환·재사용 기술에 대한 민간 투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스페이스X가 팰컨 9(Falcon 9)로 재사용 발사체의 상업성을 증명한 뒤 글로벌 발사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듯, 귀환 위성이 그 다음 전환점이 된다면 파장은 발사 비용 절감을 훨씬 넘어선다.
궤도 체류 비용과 위성 자산 운용 방식 전반이 재편되는, 우주 경제의 두 번째 구조 혁신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우주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