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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핑크 "AI가 부의 불평등 극단으로 몰고 간다"… 자본주의 경고 [AI 투자 불평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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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핑크 "AI가 부의 불평등 극단으로 몰고 간다"… 자본주의 경고 [AI 투자 불평등 분석]

빅테크·기관투자자 독식 구조 고착화… "성장 기회 넓히지 않으면 자본주의 흔들린다"
블랙록, 300억 달러 AI 인프라 펀드 선점… 사회보장기금 시장 투자 전환도 촉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이 연례 서한에서 AI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가 이미 자산을 보유한 소수에게만 귀속된다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외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강하게 경계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이 연례 서한에서 "AI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가 이미 자산을 보유한 소수에게만 귀속된다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외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강하게 경계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주도권 싸움에서 간신히 입지를 지키는 사이, 세계 자본 시장을 움직이는 월가의 핵심 플레이어가 AI 혁명이 불러올 부의 양극화에 대해 전례 없는 수위의 경고를 내놓았다.

운용자산 14조 달러(2944조 원) 규모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이 주주들에게 발송한 연례 서한에서 "AI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가 이미 자산을 보유한 소수에게만 귀속된다면,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외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강하게 경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23(현지시각) 이 같은 핑크 회장의 경고가 단순한 사회적 발언을 넘어, 자본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월가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불평등의 재현… "이번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핑크 회장은 서한에서 AI 경제의 핵심 문제를 역사적 맥락에서 진단했다. 그는 "지난 몇 세대에 걸쳐 만들어진 막대한 부는 대부분 이미 금융 자산을 보유한 이들에게 돌아갔다""AI는 이 패턴을 훨씬 더 거대한 규모로 되풀이할 위협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진단은 구조적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 압도적 자본력을 갖춘 기업만이 AI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만큼, 성장의 이익이 처음부터 불균형하게 배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타(Meta)·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알파벳(Alphabet)·아마존(Amazon)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오픈AI(OpenAI)·앤스로픽(Anthropic) AI 선도 기업과의 경쟁 및 협력을 위해 수백조 원 규모의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정교한 기관 투자자들이 비상장 AI 기업에 먼저 진입해 초기 성장의 과실을 독점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시점에는 이미 과도하게 오른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핑크 회장은 "시가총액은 올라도 소유 구조가 좁게 유지된다면,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번영은 갈수록 손에 닿지 않는 것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랙록, 300억 달러 AI 인프라 펀드 출범… 민간 자본 총동원


경고와 동시에 블랙록은 AI 인프라 주도권 확보에 직접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와 손잡고 300억 달러(45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펀드를 출범시킨 것이 핵심이다. 이 펀드는 AI 시스템 구동의 물리적 기반인 데이터센터와 전력 에너지 인프라에 집중 투자한다.

블랙록은 자사 인프라 투자 부문인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를 통해 텍사스주 소재 데이터센터 운영사 '얼라인드 데이터 센터(Aligned Data Centers)' 인수도 추진 중이다. 핌코(Pimco)·아폴로 글로벌(Apollo Global)·블랙스톤(Blackstone) 등 월가 대형 투자사들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 조달에 잇따라 가세하며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동 국부펀드가 연합한 이번 펀드 구성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AI 패권을 둘러싼 자본 동맹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핑크 회장도 "기술 변화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 기회를 더 넓고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회보장기금 2033년 위기 경고… "국채 대신 시장으로 운용처 바꿔야"


핑크 회장은 서한의 상당 부분을 미국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의 구조 개편 필요성에 할애했다. 미국 사회보장청(SSA) 수탁자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운용 방식이 유지될 경우 2033년부터는 은퇴자에게 약속한 연금 전액 지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추계된다.

그는 현재 미국 국채 위주로 구성된 기금의 투자처를 자본 시장으로 전환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보장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약속이지만,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약속은 이행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본 시장의 장기 성장 동력을 공적 연금 재원과 연결하자는 이 제안은, AI와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도 꾀하겠다는 구상으로도 해석된다.

불평등 심화 시대, 한국 투자자의 생존 전략


래리 핑크의 경고는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선다. 14조 달러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 최고 경영자가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화두로 꺼냈다는 것은, AI 기술 집중으로 인한 구조적 불평등이 이미 시스템 리스크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신호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블랙록이 경고와 동시에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인프라 자산이 향후 가장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이미 내렸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 이 자본 흐름은 단순한 해외 투자 트렌드가 아니라 자국 산업의 명운과 맞닿은 신호로 읽어야 한다.

투자자 관점에서 세 가지 함의를 주목해야 한다. 첫째, AI 소프트웨어 수혜주보다 전력·냉각·서버 등 인프라 하드웨어 자산이 장기 수익 안정성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둘째, 비상장 AI 기업의 기업공개(IPO) 이전에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분산 투자가 집중 리스크를 방어하는 현실적 대안이다. 셋째, 핑크 회장이 제안한 사회보장기금의 시장 투자 확대 논의가 미국 정치권에서 구체화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인프라 자산 시장으로 대규모 이동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AI 혁명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시대에, 개인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기술의 '사용자'에서 자본의 '참여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블랙록이 시스템 위기를 경고하면서도 그 한가운데서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역설적 구도 자체가, 이미 그 답을 가리키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