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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주유소 600곳 품절 대란… 한국 수출 제한에 '오일 쇼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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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주유소 600곳 품절 대란… 한국 수출 제한에 '오일 쇼크' 공포

국가 연료 비축분 30일 ‘임계점’ 도달… 한국산 수입 제한에 사재기 겹쳐 공급망 붕괴
호주 정부, 6개월간 디젤 환경기준 하향 승부수… ‘가격 담합’ 벌금 1억 달러로 정조준
중동 전쟁발 호르무즈 봉쇄 위기… 에너지 안보 취약한 수입 의존국 경제 마비
현재 호주 전역에서 최소 600곳 이상의 주유소가 휘발유나 디젤 등 주요 연료 중 한 종류 이상이 바닥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호주 전역에서 최소 600곳 이상의 주유소가 휘발유나 디젤 등 주요 연료 중 한 종류 이상이 바닥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을 압박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호주 경제가 전례 없는 ‘연료 마비’ 상태에 직면했다.

특히 호주의 최대 연료 공급국인 한국이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 물량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호주 전역의 물류와 민생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이 25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호주 전역에서 최소 600곳 이상의 주유소가 휘발유나 디젤 등 주요 연료 중 한 종류 이상이 바닥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발 ‘수출 상한제’ 직격탄… 호주 물류망 30일 내 멈추나


이번 호주의 연료 대란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을 위협하는 ‘실물 쇼크’로 번지고 있다.

특히 호주가 가장 많은 연료를 들여오는 한국이 지난 13일부터 석유제품 수출량을 지난해(2025년) 평균 수준으로 묶어두는 ‘수출 상한제’를 전격 시행한 것이 결정적 타격이 됐다.

여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 위기에 놓이면서 대체 공급선 확보마저 불투명해진 상태다.

호주 정부가 의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가 전체의 디젤 비축분은 단 30일치에 불과하다. 휘발유 역시 38일 분량만 남아 있어, 산업 현장에서는 한 달 안에 화물 운송과 농업 기계 가동이 멈춰설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로는 호주의 부족한 정제 시설이 이번 위기를 키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호주는 전체 연료 수요의 9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 주요 공급처의 정책 변화나 해상 물류 차단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환경’ 대신 ‘생존’ 택한 호주… 디젤 품질 기준 전격 하향


사태가 급박해지자 호주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환경 규제를 일시적으로 포기하는 강수를 뒀다.

크리스 보웬(Chris Bowen) 호주 에너지부 장관은 24일 의회 발표를 통해 "향후 6개월간 디젤의 인화점(Flashpoint) 기준을 기존 61.5℃에서 60.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가진 미국, 캐나다, 유럽산 디젤을 즉각 수입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기준이 낮아지면 수입할 수 있는 연료의 선택 폭이 넓어져 공급 부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웬 장관은 "과거 2020년에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엔진에 악영향이 없었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나섰다.

‘바가지 요금’엔 1억 달러 벌금… 담합과 전쟁 선포


공급 부족을 틈타 가격을 부당하게 올리는 ‘기회주의적 폭리’에는 역대급 징벌적 규제가 가해진다.

호주 정부는 25일, 가격 담합이나 허위 광고 등 불공정 거래를 저지른 정유사와 유통사에 부과하는 최대 벌금을 기존 5000만 호주 달러(약 520억 원)에서 1억 호주 달러(약 1040억 원)로 두 배 인상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이는 국제 유가 상승폭보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를 훨씬 가파르게 올린 업체들을 정조준한 것이다.

특히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주유소들이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어길 시 현장 단속을 통해 즉각적인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에너지 종속국 호주의 눈물… 한국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


호주의 이번 연료 비상사태는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국가가 국제 분쟁 국면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호주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호주의 최대 공급국인 한국 역시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인 정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제품 수급에는 자신감이 있지만, 원유 도입 자체가 차단되는 ‘호르무즈 리스크’ 앞에서는 호주와 같은 물류 마비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안보는 수치상의 비축분을 넘어,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적 가공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중동 전황이 악화되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에너지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