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8% 급락 마감 속 기관 부채 청산 마무리…수급 공백이 오히려 반등 발판
중동 전쟁 완화·연준 금리 향방이 4월 증시 갈림목
중동 전쟁 완화·연준 금리 향방이 4월 증시 갈림목
이미지 확대보기3월의 수렁…2022년 말 이후 최악의 월간 낙폭
S&P 500 지수는 이달 들어 26일(현지시각) 현재까지 5.8% 내리며 2022년 12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을 기록할 위기에 처해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6%대 이상 빠지며 고점 대비 10% 이상 내린 정정권에 진입했다. 정정권이란 주식·코인 같은 자산이 단기간 과도하게 오른 뒤 고점에서 10∼20% 하락하며 숨 고르기를 하는 구간을 말한다. 같은 날 S&P 500은 6477선에서 거래됐다.
하락의 원인은 두 갈래다. 첫째는 지정학적 충격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격화하면서 전 세계 원유 수출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고,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8달러(약 16만 2700원)까지 치솟았다. 유가 급등은 물가 재점화 우려를 자극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3월 17∼1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둘째는 기관 주도의 강제 수급 청산이다. 골드만삭스가 자체 시장 포지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월 초부터 컴퓨터 알고리즘이 미리 설정한 손절 기준에 잇따라 도달하면서 대형 펀드들의 자동 매도 주문이 연쇄적으로 쏟아졌다. "여기까지 떨어지면 팔아라"는 명령이 기계적으로 실행된 셈이다. 주가가 빠질수록 또 다른 매도 신호가 켜지는 구조여서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반면 이 물량을 받아줄 매수 세력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기업 실적이 나빠진 탓이 아니라 이런 수급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충격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가 본 반등 근거 3가지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는 바로 이 수급 충격을 역설적인 반등 발판으로 삼는다.
첫째, 팔 물량의 소진이다. 기관들이 이미 주식 비중을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줄인 만큼 추가 매도 압력이 크게 줄었다. 보고서는 현금을 두둑이 쥔 기관들이 작은 호재에도 빠르게 재진입할 '수급 공백'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둘째, 공매도 세력의 되사기(숏 커버링) 가능성이다. 하락에 베팅해 주식을 빌려 팔았던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거나 더 이상 내리지 않을 것 같을 때 빌린 주식을 갚으려고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데, 이것이 추가 상승을 가속하는 힘이 된다.
셋째, 4월 계절 효과와 실적 기대다. 4월은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달이다.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기업들의 견조한 실적이 확인되면 지정학적 공포를 이겨낼 강력한 동력이 된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연초 발표한 2026년 연간 전망에서 S&P 500의 연간 총수익률을 12%로 내다봤고 연말 목표 지수 범위로 7200∼7600을 제시했다.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반등 시나리오에는 명백한 전제 조건이 따른다.
중동 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 에너지 가격 상승→물가 재점화→연준 금리 동결 장기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깊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이 25일 직접 협상 거부 입장을 거듭 밝히자 이날 S&P 500은 1.74% 다시 내렸고 나스닥은 2.38% 떨어지며 정정권 문턱을 넘어섰다.
기술적 경고등도 켜져 있다. S&P 500은 19일 200일 이동평균선을 아래로 뚫는 '약세 붕괴' 신호를 다시 발동했다. 시장 기술 분석 업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Fairlead Strategies)의 케이티 스톡턴(Katie Stockton)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단기 과매도 구간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중기적 하락 소진 신호는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며 다음 지지선으로 6175선을 제시했다. 현 수준 대비 약 5%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AI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기업가치 재평가 압력도 기술주 전반에 짐이 되고 있다.
"바닥 맞추기보다 구간 대응"…역사는 연간 회복 쪽 손 들어
과거 데이터는 낙관에 무게를 싣는다.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Motley Fool)은 지난 50년간 S&P 500이 1분기를 마이너스로 마감한 뒤 연간 기준으로도 하락 마감한 경우는 8차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에는 1분기에 4.6% 빠졌지만, 연간으로는 16.4% 올랐다.
블룸버그는 800년 역사를 가진 피보나치 되돌림 기법이 현재 S&P 500의 기술적 저점 신호를 가리키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GSAM)은 3월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재정 지원, 설비 투자, 안정적 고용 시장이 상반기 경기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완만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2%대 초반으로 내려올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현 국면에서 일괄 매수보다 분할 대응을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급으로 움직이는 장에서 바닥을 맞추려 하지 말고 구간을 나눠 들어가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미·이란 협상 진전 여부와 연준의 금리 행방이 4월 시장의 갈림목이라는 데 월가의 시각이 모이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