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다카이치-마크롱 정상회담… 차관급 협의체 신설해 독자 생태계 구축
사카나 AI 등 스타트업 연합군 결성, 탈중국 가속화 속 한국 NPU 기업 협력 타진
사카나 AI 등 스타트업 연합군 결성, 탈중국 가속화 속 한국 NPU 기업 협력 타진
이미지 확대보기일본과 프랑스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전략적 '맞손'을 잡으며 글로벌 안보 지형에 새로운 파고를 예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의 28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AI의 군사적 활용과 민간 기술을 아우르는 '듀얼 유즈(Dual-use·군민 양용)' 분야에서 고강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 자립을 꿈꾸는 '미들파워(중견국)'들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보·경제 넘나드는 'AI 3대 기둥'…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협력의 밀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31일 방일해 4월 1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AI 협력 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성명은 ▲국제적 가버넌스 구축 ▲안보 역량 강화 ▲제3국 지원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안보 분야의 핵심인 '듀얼 유즈' 기술 협력은 현대전의 양상이 변화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급부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되었듯, 민간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알고리즘이나 로봇 제어 기술은 즉각적으로 무인기(드론) 운영 및 전장 분석 시스템으로 전용될 수 있다.
양국은 이러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간의 결속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외무성·경제산업성·총무성이 참여하는 차관급 대화에서 비즈니스 진척 상황을 정밀하게 점검하기로 했다.
'사카나 AI' 등 민관 연합군 출격… AI 반도체 탈중국 공급망 재편 가속
실제 민간 층위의 연대도 구체화되고 있다. 일본의 유망 AI 스타트업인 '사카나 AI(Sakana AI)'는 프랑스의 '커런트 AI(Current AI)'와 연구·개발 및 실제 구현 단계에서의 협력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공급망의 강인함'을 명문화한 대목이다. AI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조달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구조화하겠다는 의중이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와 중국의 공세 사이에서 유럽과 일본이 독자적인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협력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문화 주권 지키는 '다양성 AI' 확산… 히로시마 프로세스의 외연 확장
양국은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AI 기술 지원에도 힘을 합친다. 이는 현재 미·중이 주도하는 AI 모델이 서구권이나 중화권의 가치관만을 반영해 소수 언어와 문화가 소외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일·프 양국은 캄보디아의 크메르어 등 지역 특화 모델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23년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발족한 '히로시마 AI 프로세스'의 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정보 조작이나 무분별한 군사 활용을 억제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보급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랑스는 G7 내 미들파워 외교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유럽과의 접점을 넓히는 추세다. 이번 협력이 실제 무기 체계 통합이나 하이테크 제조 공급망에서 어느 정도의 실질적 성과를 거둘지는 향후 신설될 차관급 대화의 구체적인 결과물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반도체 수출 실익과 고립의 기로… '안보 동맹' 기반 틈새 공략해야
이번 일·프 AI 동맹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들에 복합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양국이 '공급망 강인성'을 내세우며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우방국 중심의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기존 미국 설계 기업을 거쳐 공급되던 한국산 반도체의 수출 경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프랑스의 설계 능력과 일본의 장비·소재 경쟁력이 결합해 독자적인 칩 생태계를 완성한다면, 한국은 새로운 '기술 표준'이라는 비관세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안보용 AI 칩 수요 급증은 한국 파운드리 업계에 기회다. 오는 4월 서울에서 열리는 '유럽-한국 반도체 비즈니스 미션'에 프랑스 테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의 미세 공정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미스트랄 AI와 일본 사카나 AI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의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업인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과 협력을 타진 중"이라며 "양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자율성'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한국의 제조 능력을 필요로 하므로,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반도체 외교'가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