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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SR-1 프리덤, 2028년 화성 발사…핵 전기추진 60년 첫 실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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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SR-1 프리덤, 2028년 화성 발사…핵 전기추진 60년 첫 실용화

RTG와 근본적으로 다른 핵분열 방식…태양광 대비 최대 100배 출력
역대 도전마다 좌절한 기술·규제 장벽, 이번엔 넘을 수 있을까
NASA는 2028년 12월 발사해 약 1년간의 항행 끝에 화성에 닿는 일정을 공식화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NASA는 2028년 12월 발사해 약 1년간의 항행 끝에 화성에 닿는 일정을 공식화했다. 사진=연합뉴스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우주항공청이 예산 1조 원 시대를 처음 연 올해, 지구 반대편에서는 인류 우주여행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승부수가 던져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4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자체 행사 '이그니션(Ignition)'에서 핵분열 반응로를 동력원으로 삼는 행성간 우주선 'SR-1 프리덤(Space Reactor-1 Freedom)' 개발을 공식 발표하고, 오는 2028년 12월 발사해 약 1년간의 항행 끝에 화성에 닿는 일정을 공식화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스페이스뉴스(SpaceNews)와 스페이스닷컴(Space.com)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였다.

재러드 아이잭만 NASA 국장은 행사장에서 "수십 년간의 연구와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도 지상을 벗어나지 못했던 핵 추진 기술을, 미국이 마침내 우주로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RTG와 NEP, 같은 '핵'이라도 차원이 다른 두 기술


"NASA가 수십 년째 핵전지로 보이저 등을 운용해 왔는데, 왜 이제 와서 '최초'라고 하느냐"는 의문이 즉각 나왔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두 기술의 근본 차이를 짚어야 한다.

보이저 1·2호,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 탐사차 등에 장착된 것은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다. RTG는 플루토늄-238이 자연 붕괴하면서 내놓는 열을 전기로 바꾼다.

반감기가 약 88년에 달해 우주선이 수십 년간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961년 SNAP-3 임무에서 처음 우주에 오른 이 기술은 지금까지 수많은 심우주 탐사의 생명줄 역할을 했다. 하지만 RTG는 추진력과 무관하다. 우주선을 움직이는 엔진이 아니라, 전자 장비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에 가깝다.

반면 SR-1 프리덤이 채택하는 핵 전기추진(NEP·Nuclear Electric Propulsion)은 지상 원자력 발전소의 소형판인 핵분열 반응로를 직접 가동해 대량의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이온엔진을 구동해 우주선 자체를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SR-1 프리덤에는 고농축 저농축 우라늄(HALEU)을 연료로 삼는 20킬로와트(㎾) 반응로가 실린다.

NASA의 핵분열 표면전력 프로그램 책임자 스티브 시나코어는 "루나 게이트웨이 우주정거장용으로 이미 제작된 전력·추진 요소(PPE)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이번 일정이 실현 가능한 것"이라며 "PPE가 없었다면 이 계획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력 차이는 압도적이다. 태양광으로 이온엔진을 구동하는 태양광 전기추진(SEP)의 추력은 통상 1파운드(약 0.45㎏)에도 못 미친다. 핵 전기추진은 같은 이온엔진을 쓰더라도 SEP보다 10~100배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목성 너머 외행성계처럼 태양광이 희박한 곳에서도 대형 탑재체를 실어나를 수 있다.

NASA는 공식 발표문에서 "핵 전기추진은 심우주에서 화물을 효율적으로 수송하는 탁월한 능력을 제공하며, 태양전지판이 실효를 잃는 목성 너머의 고출력 임무를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반응로는 방사선이 다른 장비를 손상하지 못하도록 긴 붐(boom) 끝에 달린다. 태양광 추진 우주선을 가득 채우던 태양전지판 자리는 반응로 과열을 막는 티타늄 방열 핀으로 대체된다.

수십억 달러 쏟고도 60년간 실패…이번엔 다를까


핵 전기추진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NASA는 1965년 SNAP-10A 임무에서 이 기술을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하게 우주에서 작동시킨 바 있다. 반응로는 43일간 정상 가동하다 결함으로 멈췄고, 이후 60년간 후속 임무는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시나코어는 "SR-1 프리덤은 60년간 개념 연구와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지상을 벗어나지 못한 핵전기추진의 선도 임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R-1 이후 단계로 달 표면에 전력을 공급할 루나 리액터-1(Lunar Reactor-1)을 2030년 발사하고, 2030년대에는 수백 킬로와트에서 메가와트급으로 출력을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가장 최근의 실패 사례는 DARPA와 록히드마틴, BWX 테크놀로지스가 NASA와 손잡고 추진한 드라코(DRACO) 프로그램이다. 드라코는 기술·규제상 난관으로 지난해 1월 중단됐고, 같은 해 여름 2026 회계연도 연방 예산안에서 아예 제외됐다. SR-1 프리덤은 그 드라코가 폐기된 자리를 비집고 나온 셈이다.

안전 문제도 여전히 예민하다. NASA 지도부는 이번 발표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탑재한 채 발사하다 사고가 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1997년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 발사 당시엔 두 탐사선에 실린 플루토늄-238 약 33㎏을 둘러싼 논란이 거셌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발사 중 사고 확률 1400분의 1, 대기권 비행 중 사고 확률 476분의 1이라는 수치가 공개됐고, 물리학 대중화 학자 미치오 가쿠 등이 발사 취소 운동을 벌였다.

SR-1 프리덤의 주요 탑재체는 스카이폴(Skyfall)로, 인제뉴이티(Ingenuity) 급의 헬리콥터 세 대를 화성 대기 진입 중 공중에서 투하한 뒤 스스로 착륙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헬리콥터에는 카메라와 지중 탐사 레이더가 실려 미래 유인 착륙 후보지의 경사면·장애물, 지하 수빙(水氷) 위치와 깊이를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NASA는 SR-1 프리덤이 화성에 닿은 뒤 어디서 임무를 마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화성 궤도 진입, 화성 근접 비행, 더 먼 목적지로의 항행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시나코어는 "이 실증선으로 한계를 밀어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이런 흐름과 격차가 주목된다.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11월 누리호 4차 발사를 성공시키며 민간 주도 발사체 시대의 문을 열었고, 올해 연구개발 예산을 처음으로 1조 원대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달 착륙선 목표 시점은 2032년으로, 미국의 화성 핵추진 임무보다 4년 늦다. 우주 핵 추진 기술 자체는 아직 한국의 개발 계획표 어디에도 오르지 않은 상태다.

SR-1 프리덤이 2028년 성공한다면, 단순한 화성 탐사의 이정표를 넘어 심우주 운송 질서 재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주 항공 업계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