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등 193개 단지 고립…나프타 15% 급등에 '플라스틱 인플레이션' 비상
자동차·의료·식품 포장재 가격 인상 도미노…공급망 붕괴에 실물 경제 '올스톱' 위기
자동차·의료·식품 포장재 가격 인상 도미노…공급망 붕괴에 실물 경제 '올스톱'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단순히 기름값이 오르는 차원을 넘어, 현대 산업의 기초 소재인 플라스틱과 섬유 가격이 폭등하며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이른바 ‘플라스틱 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지난 28일(현지시각) "전 세계 석유화학 공급의 22%가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다"라며 "공급망 마비에 따른 산업계의 타격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공급망 분석 기업 알타나(Altana)와 외신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는 완제품 시장 규모만 3조 8000억 달러(한화 약 5734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망 22% 저당 잡힌 호르무즈…193개 복합 단지 가동 중단 위기
현재 중동 지역에서 가동 중인 석유화학 복합 단지는 총 193개에 달하며, 이들 시설은 전 세계 석유화학 제품 및 중간재 공급량의 22%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전체 생산 능력의 75%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란과 카타르를 포함한 3개국이 전체의 79%를 차지하는 기형적 집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단지에서 생산된 제품은 사실상 100%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로 운송된다. 텍사스 기독교 대학교(TCU) 랄프 로우 에너지 연구소의 톰 셍 교수는 "현대 문명에서 나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공산품은 석유화학 기반"이라며 "중동의 생산 차질은 곧 전 세계 산업 생산의 정지를 의미한다"라고 정조준했다.
실제 나프타를 비롯한 기초 원재료 시장 규모만 7330억 달러(한화 약 1106조 970억 원)에 육박해, 해협 봉쇄 시 글로벌 제조 현장은 원료 기근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나프타 15% 급등이 부른 도미노…3.8조 달러 규모 완제품 시장 직격탄
폴란드 포장재 기업 DST-Pack의 스타니슬라프 크리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공급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플라스틱 가격을 최근 15% 올렸다"라며 "올해 말 성탄절용 제품 등 신규 주문 건에는 이미 인상된 단가를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원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를 덮칠 전망이다. 알타나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완제품 시장 규모는 3조 8000억 달러(한화 약 5734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자동차 한 대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부터 의료용 장갑, 세제, 식품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석유화학 성분이 없는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라 전 산업 분야에서 도미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내 CPI 0.5%p 추가 상승 압박…가공식품·내구재 ‘상방 리스크’ 고조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경색은 국내 실물 경제에도 가파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될 전망이다. 석유화학 원료가 15% 상승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향후 3~6개월 내 최대 0.5%p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가공식품 포장재와 비닐 용기 가격 상승은 식품 물가를 0.15%p 밀어 올리는 ‘푸드플레이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과 합성고무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공업제품에서도 약 0.1%p의 상승 기여도가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 변동을 넘어 의류, 신발, 화장품 등 근원물가 품목 전반에 상방 경직성을 부여함으로써,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 달성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마진 확보를 위해 제조원가를 판매가에 반영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공급 과잉' 끝나고 '비용 쇼크' 시작…저소득층 필수재 물가 비상
전문가들은 그간 중국의 증설로 유지되던 '저물가 석유화학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고 진단한다.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의 앗시 셰스 수석 신용 담당관은 "그동안은 공급이 수요를 앞질러 가격이 억제됐지만, 재고가 소진되는 즉시 공급 쇼크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식료품과 의류 등 필수 소비재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에게 더 가혹한 인플레이션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타나의 피터 스와츠 최고 과학 책임자는 "석유화학 제품은 마법 같은 대체재가 없다"라며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쏟는 비용 자체가 결국 제품 가격에 전가되는 '비용 가산형(Cost-additive)' 인플레이션 구조가 굳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과 산업계 전문가들은 국내기업들 역시 중동발 원재료 수급 불균형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호르무즈의 위기는 이제 단순한 지정학적 이슈를 넘어, 우리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는 실질적인 경제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