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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즈 25개 매장 폐쇄... 미국 쇼핑몰 '옥석 가리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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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즈 25개 매장 폐쇄... 미국 쇼핑몰 '옥석 가리기' 본격화

수익성 낮은 C·D급 점포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으로 체질 개선 단행
매장 줄어도 매출 4.4% 성장... 600억 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자신감
'경험' 없는 노후 쇼핑몰의 몰락, 글로벌 브랜드 탈출 가속화 전망
주미즈가 오는 2026년까지 북미 20개, 해외 5개 등 총 25개의 매장을 폐쇄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주미즈가 오는 2026년까지 북미 20개, 해외 5개 등 총 25개의 매장을 폐쇄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48년 전통의 미국 청소년 패션 상징인 주미즈(Zumiez)가 한계점에 다다른 노후 쇼핑몰 점포를 대거 정리하며 '조직 슬림화'를 통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단순히 몸집을 줄이는 퇴보가 아니라, 수익성이 낮은 입지를 과감히 도려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경제 전문 매체 더스트리트(TheStreet)는 지난 28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주미즈가 오는 2026년까지 북미 20개, 해외 5개 등 총 25개의 매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폐쇄 규모인 17개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미즈는 2026년 2월 28일 기준 전 세계에서 716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미국(560개), 유럽(83개), 캐나다(45개), 호주(28개) 순으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부진 점포 '손절'의 마법... 매장 감소에도 매출은 오히려 상승


주미즈의 이번 결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점포 수 감소가 곧 실적 악화라는 공식을 깼다는 점이다. 주미즈가 공시한 연례 보고서(10-K)를 보면, 2025 회계연도 4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동일 매장 매출 역시 2.2% 상승하며 탄탄한 기초 체력을 입증했다.

리처드 브룩스 주미즈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미국 내 하위권인 C등급과 D등급 쇼핑몰은 과거에 수익을 안겨줬으나, 이제는 운영 효율이 떨어져 사업을 유지할 가치가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라고 정조준했다.

이번 폐쇄로 약 1200만 달러(한화 약 181억 800만 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되지만, 주미즈는 우량 거점 중심의 운영과 온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으로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유통사 실적 양극화… '플랫폼'과 '럭셔리'만 웃었다


주미즈의 행보는 현재 글로벌 유통업계에 불어닥친 '초양극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Walmart)는 광고 사업의 기록적인 성장(46% 급증)에 힘입어 매출 7132억 달러를 달성하며 단순 소매업을 넘어 '데이터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증명했다.
메이시스(Macy's) 백화점 역시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럭셔리 라인인 블루밍데일즈의 매출이 9.9% 상승하며 고소득층의 견고한 소비력을 확인시켰다.

반면, 혁신이 정체되거나 타겟(Target)처럼 저가 경쟁에 노출된 기업들은 수익성 방어에 고전하고 있다. 2026년 글로벌 유통 시장은 '본업'인 판매를 넘어 AI 기반의 정교한 재고 관리와 멤버십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축했느냐에 따라 생존이 갈리는 모양새다.

주미즈의 점포 정리는 이러한 거대한 유통 지형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제적 방어 기제'로 풀이된다.

쇼핑몰 양극화 심화... '가성비'와 '경험' 사이에서 길 잃은 공간들


주미즈의 탈출은 미국 쇼핑몰 산업의 극심한 양극화를 투영한다. 시장조사업체 플레이서에이아이(Placer.ai)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실내 쇼핑몰 방문객은 1.3% 늘었지만 이들의 발길은 주로 월마트나 타겟 같은 대형 할인점이나 체험형 시설이 완비된 'A급' 쇼핑몰에 쏠렸다.

방문객의 70% 이상이 대형 마트를 동시에 이용하는 등 소비 행태가 실용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시라 페트락 플레이서에이아이 부동산 분석가는 "부유한 교외 가구들이 쇼핑몰을 찾는 이유는 이제 단순 물건 구매가 아닌 가족 단위의 여가와 경험"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노후 쇼핑몰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엑시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주미즈는 낙후된 몰에서 빠져나오는 대신, 유동 인구가 확실한 거점을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보여주는 쇼룸으로 재편하고 있다.

10% 자사주 매입의 의미…성장판은 닫히지 않았다


투자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경영진의 자신감은 확고하다. 주미즈는 지난 11일, 전체 발행 주식의 10.2%에 해당하는 4000만 달러(한화 약 603억 6000만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연초 대비 14.5% 하락한 현재 주가를 저평가 상태로 규정하고, 체질 개선 이후의 기업 가치 상승을 확신한다는 강력한 신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주미즈가 단순히 '추억의 브랜드'에 머물지 않고,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독보적인 정체성을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다수의 소매점이 도산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주미즈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하방 압력을 방어하며 재도약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국내 유통업계 역시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판매처가 아닌 브랜드의 경험을 파는 장이 되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주미즈의 25개 매장 폐쇄는 유통업계의 표준이 '규모의 경제'에서 '효율과 경험의 경제'로 이동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