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이란발 ‘호르무즈 봉쇄’ 공포, 대만 해협 정조준… AI 포트폴리오 ‘운명의 5월’ 온다

글로벌이코노믹

이란발 ‘호르무즈 봉쇄’ 공포, 대만 해협 정조준… AI 포트폴리오 ‘운명의 5월’ 온다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90% 대만 독점, 반도체 비축량 ‘제로’가 부른 시스템 리스크
전쟁 후 한국(-15%) 대비 대만(-6.75%) 하락폭 제한… ‘방어력’ 아닌 ‘대체 불가’ 증거
베이징, 무력 침공 대신 물류 차단 ‘준봉쇄’ 전략 선회… 5월 미·중 정상회담이 최대 분수령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글로벌 자본 시장 시선이 돌연 대만으로 향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의 75%를 장악한 대만의 지정학적 위기가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에 집중된 투자 포트폴리오의 ‘연산 중단’ 리스크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글로벌 자본 시장 시선이 돌연 대만으로 향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의 75%를 장악한 대만의 지정학적 위기가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에 집중된 투자 포트폴리오의 ‘연산 중단’ 리스크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글로벌 자본 시장 시선이 돌연 대만으로 향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의 75%를 장악한 대만의 지정학적 위기가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에 집중된 투자 포트폴리오의 연산 중단리스크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오는 51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대만 해협의 향방을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석유와 달리 비축이 불가능한 반도체 공급망 취약성이 세계 경제 뇌관으로 새롭게 부상했다.

실제로 전 세계 투자자들은 중동의 총성을 들으며 멀리 떨어진 대만 해협을 더 두려워한다. 과거의 지정학적 위기가 에너지나 금융 중 하나에 국한됐다면, 이번 이란 전쟁은 에너지 공급망 충격과 AI 투자 열풍에 따른 반도체 의존도 폭증이 맞물린 첫 번째 '복합 공급망 충격'이기 때문이다. 배런스는 지난 26(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전략적 요충지로서 대만이 가진 위험성을 일깨우는 강력한 경고"라고 정조준했다.

반도체 비축량은 제로… 호르무즈보다 무서운 연산 중단공포


이란 전쟁 여파로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시장은 즉각 대만의 취약성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매출의 4분의 3(75%)을 차지하며, 특히 5나노(nm) 이하 첨단 공정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급망 문제를 넘어 '글로벌 연산 능력 자체'의 병목 현상을 의미한다.

에이크 프레이만 후버 연구소 연구원은 이달 말 출간 예정인 저서 『대만 방어』를 통해 "대만 해협 위기는 호르무즈의 혼란이 오히려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일 정도의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유 4억 배럴을 방출해 에너지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반도체는 국가적 비축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만 해협이 멈추는 순간, 세계 경제는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가동이 멈추는 '기술적 마비'에 직면하게 된다.

대만 ETF의 기묘한 버티기… 맷집아닌 구조적 의존성의 반영


에너지의 35%를 중동발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는 대만도 이번 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워스는 헬륨과 요소 등 반도체 공정 필수 화학제품 가격 급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반응은 기묘하다. 전쟁 발발 이후 아이셰어즈 MSCI 대만(EWT) ETF6.7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한국(-15%)이나 일본(-10%)의 하락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대만의 방어력보다는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적 의존성'의 결과로 해석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만 정부가 3개월 치 석유 비축분을 풀고 석탄 발전소 40%를 재가동하며 비상 계획을 가동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대만을 떠나지 못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TSMC를 대체할 선택지가 지구상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SK초격차 헤지… 대만發 공급 불안이 부른 ‘K-반도체대안론


대만 해협의 '준봉쇄'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TSMC에만 의존해온 엔비디아와 애플 등 빅테크들 사이에서는 특정 지역에 쏠린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는 '공급망 재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격변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만의 파운드리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독보적인 메모리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고객사의 '안전판'을 자처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하며 기술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대만 리스크로 인한 AI 칩 공급 불안을 우려하는 고객들에게 삼성의 통합 공급 능력이 '가장 안정적인 대안'임을 입증하려는 포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와의 견고한 ‘AI 동맹을 한층 강화하며 대만 리스크의 파고를 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GTC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회장의 만남은 양사의 결속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HBM 생산 시설 검토와 더불어 ADR(미국 주식 예탁 증서) 상장 추진이라는 승부수를 통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자본 시장 차원에서 분산시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5월 미·중 정상회담, ‘대만 카드반도체 규제의 빅딜 예고


오는 514~15일 베이징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대만 해협의 긴장 수위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다. 현재 백악관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잠정 보류하며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의 대만 독립 지지 여부와 무기 판매 제한이며, 둘째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블랙웰 B30A )의 대중국 수출 규제 완화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를 대폭 늘리는 트럼프식 실리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빅딜이 성사된다면 대만 해협의 긴장은 일시적으로 완화될 수 있으나,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중국의 추격을 허용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던져질 수 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대 체크포인트


석유는 저장할 수 있지만, 반도체는 '시간을 저장할 수 없다'. 대만 리스크는 단순히 기술주 비중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재편에 베팅하는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요구된다. 독자들은 향후 시장 대응을 위해 아래 세 가지 지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공급망 다변화 비용 전가다. TSMC가 미국산 헬륨 등 고가 원자재 비용을 고객사에 얼마나 전가하는지, 그것이 엔비디아나 애플의 마진율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

둘째, 회색지대 리스크 지표다. 대만 해협 내 물류 보험료 추이와 해상 운송 리드타임 변화는 중국의 '준봉쇄' 강도를 측정하는 실전 지표가 될 것이다.

셋째, 정상회담의 수사(修辭)’. 독자들은 5월 정상회담 후 발표될 공동성명에서 대만 관련 표현이 단 한 단어라도 바뀌는지 저인망식으로 살펴야 한다. 이는 향후 4년의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 역시 대만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재산업화' 전략과 맞물려 한국 파운드리와 소재 부문의 반사이익 가능성을 전략적으로 타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