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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색스 “중동 전쟁, 제3차 대전 도화선 될 수도… 美 제로섬 정치가 경제 가로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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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색스 “중동 전쟁, 제3차 대전 도화선 될 수도… 美 제로섬 정치가 경제 가로막아”

“호르무즈 봉쇄는 전례 없는 재앙… 아시아, 美 주도 대결 구도서 벗어나야”
아시아 모델이 빈곤 종식의 열쇠… RCEP 기반의 ‘윈윈(Win-Win)’ 안보 체제 제안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가 3월 18일 도쿄 이치가야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글로벌 플라자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JICA이미지 확대보기
저명한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가 3월 18일 도쿄 이치가야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글로벌 플라자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JICA
세계적인 개발경제학자이자 지속가능발전 분야의 석학인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현재의 중동 분쟁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색스 교수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인류가 극심한 빈곤을 종식하기 직전의 단계에 와 있는데도 강대국들의 잘못된 정치적 사고방식이 전 세계를 파멸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 “빈곤 종식 눈앞인데…” 경제적 성과 짓밟는 ‘정치의 역설’


색스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아시아가 보여준 경제적 성과를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했다.

일본의 전후 재건에서 시작해 한국, 중국 그리고 현재의 아세안(ASEAN)으로 이어진 경제 발전은 수억 명을 빈곤에서 구제했다.

색스 교수는 "1970년 세계 35%였던 극심한 빈곤율이 현재 6~7%까지 떨어졌다"면서 아프리카가 아시아의 체계적 투자 모델을 배운다면 빈곤 종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 낙관론이 정치적 비관론에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중국 위협론'을 예로 들면서 "중국의 성장은 생활 수준 향상과 기술 발전을 가져오는 '윈윈' 뉴스인데도 미국 정부는 이를 공동 번영이 아닌 '누가 더 강한가'라는 권력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 중동 전쟁, 현대사 전례 없는 ‘에너지 대재앙’ 예고


색스 교수는 현재 격화되고 있는 이스라엘·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현대 문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규정했다.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20%, 액화천연가스(LNG)의 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꾸준히 폐쇄된다면 세계경제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에너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 욕구와 미국의 중동 패권 장악 시도를 분쟁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어느 나라도 자국의 에너지 수출권이 미국의 통제하에 놓이거나, 이스라엘이 주변국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러한 침략적 행태가 전 세계적인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색스 교수는 전쟁이 멈추지 않는다면 중동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이는 결국 전 세계적 충돌인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아시아의 역할: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안보 체제 필요”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아시아가 위기 극복의 열쇠를 쥐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색스 교수는 지역포괄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단순한 무역 지대를 넘어 비무장화와 군비 제한을 논의하는 '협력적 정치 지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일본·중국·아세안이 스스로 안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동아시아의 안보가 '미국이 중국과 맞서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한국 안보 정책에 주는 시사점


호르무즈 폐쇄 시나리오에 대비한 원유·LNG 비축량 재점검과 에너지 수입처 다변화가 국가 생존 차원의 최우선 과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일방적인 진영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역내 다자간 협력 기구(RCEP 등)를 통한 외교적 공간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색스 교수가 강조한 '아시아 모델의 전파' 차원에서 아프리카·동남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공적개발원조(ODA)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미래 시장과 우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