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파키스탄 5개항 평화안 제시…왕이·다르 베이징 회담 합의
한국 원유 35% 중동 의존…배럴당 150달러 경고, 휴전 성패가 분수령
한국 원유 35% 중동 의존…배럴당 150달러 경고, 휴전 성패가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중국과 파키스탄이 베이징에서 걸프·중동 평화 회복을 위한 5개항 공동제안을 발표하고 이란전쟁의 즉각 휴전과 호르무즈해협 항행 정상화를 전 세계에 공개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무력 위협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로"…5개항 공동제안 핵심은
중국 정부 성명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이샥 다르 파키스탄 외교부장관은 베이징 회담에서 이란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주권·영토 보전·안보 존중을 전제로, 당사국들이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할 것을 명문화한 5개항 제안에 합의했다.
공동제안은 호르무즈해협 안팎 선박과 선원 보호, 가능한 한 빠른 정상 항행 회복, 에너지 시설·전력망·담수화 시설·핵 관련 시설 등 주요 기반시설의 국제 인도주의법 준수 보호를 담았다. 아울러 유엔과 다자 협력을 통한 지속적 평화 틀 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경우 수송 비용이 50~80% 오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우회 루트인 송유관의 수송 능력은 하루 원유 물동량 약 2000만 배럴의 7분의 1에 머물고 있다.
이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에너지 동맥으로, 봉쇄 이후 유조선 통행량은 약 70% 감소했고 15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 밖에서 정박 대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 배럴당 113달러 돌파…"장기화 땐 150달러" 경고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유가는 배럴당 66달러에서 113달러까지 치솟았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한때 리터당 1900원을 넘겼다. 학계에서는 "중동전쟁이 길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종식되더라도 이전처럼 빠르게 50~60달러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유가 역시 올랐고, 이로 인한 물가 인상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내려가던 금리 방향의 기조 역시 바뀔 수 있다"고 짚었다.
중소벤처업계에서는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형태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대 중동전쟁과의 비교도 주목된다. 8년 넘게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두 배나 폭등했던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6년이 걸렸다. 2003년 시작 이후 8년간 이어진 미국·이라크 전쟁 때도 유가는 2008년 금융위기 때까지 5년 동안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파키스탄, 미·이란 동시 줄타기…중재 성패가 분수령
파키스탄이 이번 외교전의 핵심 행위자로 부상한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그리고 이란과의 오랜 유대라는 두 축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어느 한쪽도 잃지 않으려는 정교한 줄타기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외무부 장관은 호르무즈해협이 "적들과 그들의 공격을 지원하는 자들"에게만 닫혀 있다고 밝혔으며, 중국·인도·파키스탄 선박은 현재 해협을 통과 중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이란이 파키스탄을 우방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달 29~30일 파키스탄·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 4개국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이란의 제안을 사실상 지지하는 입장이 모아졌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이번에 5개항 공동제안을 들고 나온 것은 이 흐름 위에 더 큰 외교적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수 주 이상 지속되거나 이란 원유 수출이 완전히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가볍게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이 원유 수입의 35%를 이 해협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중국·파키스탄의 5개항 제안이 미국과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