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수익률 1.81%로 하락 안정…에너지 구조·자본 통제·저물가 '3중 방어막' 작동
이란 전쟁 이후 미국·영국 국채 수익률 0.38~0.70%포인트 급등, 중국 10년물은 안정세
에너지 가격 충격을 차단하는 다변화된 에너지 믹스와 강력한 자본 통제가 외부 충격 완화
유동성·환율 리스크를 고려하면 '안전자산'이 아닌 '비상관 헤지 자산'으로 접근해야
이란 전쟁 이후 미국·영국 국채 수익률 0.38~0.70%포인트 급등, 중국 10년물은 안정세
에너지 가격 충격을 차단하는 다변화된 에너지 믹스와 강력한 자본 통제가 외부 충격 완화
유동성·환율 리스크를 고려하면 '안전자산'이 아닌 '비상관 헤지 자산'으로 접근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채권 시장은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공포로 극심한 매도세에 휩쓸렸다. 그러나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국채 시장은 이 폭풍에서 홀로 비껴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중국 국채가 지정학적 위기 속 유일한 '전쟁 피난처'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조사기관 가베칼(Gavekal)과 바클레이즈·BNP 파리바·티 로우 프라이스 등 주요 기관의 시각을 종합하면, 이 현상의 배경에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전쟁發 매크로 충격, 중국에서 왜 무력했나
'전쟁 → 유가 급등 → 인플레이션 → 금리 인상 → 채권 가격 하락'이라는 글로벌 매크로 전달 경로가 중국에서는 첫 번째 연결고리부터 다르게 작동했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38%포인트 급등해 4.34%를 기록했고, 영국 국채(길트) 수익률은 0.70%포인트나 치솟았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반면 중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소폭 하락하며 1.81% 수준에 머물렀다.
바클레이즈의 미툴 코테차 아시아 외환·신흥시장 전략 부문 책임자는 "중국은 에너지 가격 충격의 전이 효과를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경제 출발점 자체가 다른 궤도에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석탄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다변화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데다, 막대한 전략 비축유와 러시아산 저가 원유·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번 전쟁에서 직격탄을 맞은 한국·일본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 기준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에 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영국 중앙은행이 재점화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민은행(PBoC)은 오히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완화 정책을 펼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 국채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 인하 기조'는 채권 가격 상승 신호다.
BNP 파리바의 웨이 리 중국 멀티에셋 투자 책임자는 "인민은행의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아닌 안정을 원하는 환경에서 중국 국채가 그 기대를 충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갇힌 자본'의 역설…부동산·주식 붕괴가 채권을 떠받친다
두 번째 요인은 중국 내부의 독특한 자금 흐름이다. 강력한 자본 통제 아래 중국 투자자들은 자금을 해외로 이동시키기 어렵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주식시장 부진이 겹치면서, 국내 막대한 유동 자본이 사실상 '마지막 투자처'인 국채로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단순한 자본 통제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과 주식이라는 전통적 투자 축이 동시에 약화된 상황에서 국채가 '구조적 대안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티 로우 프라이스의 빈센트 정 고정수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국채 시장은 '갇힌 자본(trapped capital)'이라는 수요 기반 덕분에 외부 충격을 더 잘 흡수한다"며 "이것이 다른 국가 채권 시장과 중국 시장 간 상관관계를 낮추는 핵심 이유"라고 설명했다. '갇힌 자본'이란 세제·규제·담보 요건 등으로 인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국채 등 특정 자산에 머물러 있는 자금을 뜻한다.
14년 실질 수익률 압승…글로벌 투자자도 주목
중국 국채의 강점은 이번 위기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 아니다. 가베칼의 공동 창업자인 찰스 가베와 루이 빈센트 가베는 최근 보고서에서 "2012년 이후 중국 국채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14년 동안 일본·독일·영국 등 주요국 국채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 손실을 기록하거나 명목 수익률조차 마이너스에 머문 경우가 많았던 반면, 중국 국채는 꾸준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압박이 다시 불거지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미국 시장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통제된 안정'의 이면…환율·유동성 리스크 직시해야
다만 중국 국채의 이 같은 안정성이 '자유로운 시장 원리'가 아닌 '통제된 시장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 가지 제약이 따른다.
첫째, 유동성 제약이다. 자본 통제로 인해 투자 자금의 신속한 회수가 어렵다. 위기 상황에서 빠른 포지션 청산이 필요한 기관 투자자에게는 구조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위안화 환율 리스크다. 중국 국채에서 얻은 수익이 위안화 약세로 상쇄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나 경기 둔화 국면에서 위안화가 추가 절하될 경우 원화·달러화 기준 실질 수익률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셋째, 외국인 투자 비중이 낮아 글로벌 안전자산 역할에 한계가 있다. 미국 국채나 독일 분트채처럼 국제 결제·담보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시장 개방성과 접근성이 아직 제한적이다.
중국 국채 수익률이 2014년 초 4.7%에서 지난해 초 1.6%까지 장기 하락한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인민은행 역시 수익률의 급격한 하락이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 투자자·기업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이번 현상은 한국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등하는 한국은 미국·유럽과 유사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는 구조다. 실제로 이란 전쟁 이후 한국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상승 압력을 받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채권 시장이 같은 사건에 정반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산 배분 전략에서 두 시장 간 '비상관성'을 적극 활용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정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두 시장의 금리·가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한쪽의 손실을 다른 쪽이 상쇄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중국 국채를 전통적 의미의 안전자산이 아닌 '글로벌 매크로 리스크에 비상관된 헤지 자산'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같은 방향으로 흔들릴 때 중국 채권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포트폴리오 분산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
중국 국채의 비동조화(decoupling)가 지속될지, 아니면 균열을 드러낼지를 판단하려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살펴야 한다.
① 인민은행 금리 결정 방향: 추가 완화 신호가 이어지면 국채 가격 상승 모멘텀이 유지된다. 반대로 긴축 전환이 감지되면 현재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② 위안화 환율(달러·원 대비): CNY/USD 환율이 7.3위안을 넘어서는 추세적 약세 국면에 진입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이 급격히 훼손될 수 있다.
③ 중국 소비자물가 추이: 물가가 2% 이상으로 가속화되면 인민은행의 완화 여력이 줄고 채권 가격에 하방 압력이 생긴다.
중국 국채의 '나홀로 강세'는 단순한 시장 이상 현상이 아니다. 에너지 독립성, 자본 통제, 저물가라는 세 축이 맞물려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구조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환율·유동성 리스크를 직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묻지마 안전자산'이 아닌 '조건부 헤지 수단'으로 접근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