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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의 최후통첩…FCAS 운명의 2~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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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의 최후통첩…FCAS 운명의 2~3주

“공동 관리로는 못 간다” 배수진…에어버스와 주도권 충돌 정면화
유럽 6세대 전투기 구상 중대 분수령…佛·獨 안보협력 시험대
프랑스·독일·스페인이 공동 추진 중인 FCAS 차세대 전투기 모형. 프랑스 다쏘 항공이 에어버스와의 공동 관리 체제를 정면 비판하며 2~3주 내 합의를 요구하면서, 유럽의 대표적 방산 통합 사업이 중대 분수령에 섰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독일·스페인이 공동 추진 중인 FCAS 차세대 전투기 모형. 프랑스 다쏘 항공이 에어버스와의 공동 관리 체제를 정면 비판하며 2~3주 내 합의를 요구하면서, 유럽의 대표적 방산 통합 사업이 중대 분수령에 섰다. 사진=AFP/연합뉴스

유럽의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인 FCAS(Future Combat Air System)가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프랑스 다쏘 항공이 독일·스페인 측과의 공동개발 체제를 더는 지금 방식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공개 경고하면서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과 방산 통합의 상징으로 불려온 사업이, 정작 핵심 참여국 간 주도권 다툼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2일(현지 시각) AFP와 프랑스24에 따르면 에릭 트라피에 다쏘 항공 회장은 지난 1일 파리 포럼에서 “프랑스와 독일, 다쏘와 에어버스 사이의 합의를 시도하기 위해 2~3주 정도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협상 시한을 못 박은 셈이다. 이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프로젝트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직후 나왔다. 메르츠 총리는 앞서 4월 말까지 중재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공동 관리 불가”…다쏘의 단일 리더십 요구


갈등의 핵심은 체계 주도권이다. FCAS는 2017년 출범한 프랑스·독일·스페인 공동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으로, 프랑스의 라팔과 독일·스페인이 운용하는 유로파이터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될수록 프랑스 측 주관사인 다쏘와 독일·스페인 측을 대표하는 에어버스 사이의 권한 배분 문제는 더 첨예해졌다.
트라피에 회장은 “나는 공동 관리에 찬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군 전력을 위해 쓰일 야심 찬 산업 프로젝트는 공동 관리돼서는 안 된다. 리더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는 설계와 체계통합의 최종 권한이 한 축으로 모여야 한다는 다쏘의 기존 입장을 다시 분명히 한 발언이다. 겉으로는 산업 운영 원칙을 말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에어버스와의 권한 분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쏘가 특히 민감하게 보는 것은 차세대 전투기의 성격 자체다. 트라피에 회장은 새 기체가 라팔의 후속기여야 하며, 항공모함 운용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해군의 요구가 반영된 이 기준은 지상기지 운용 개념에 더 무게를 두는 독일과 스페인 측 입장과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FCAS는 단순한 공동개발 사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략 문화와 작전 개념을 하나의 전투기로 묶어내야 하는 고난도 정치·산업 프로젝트인 셈이다.

“혼자서도 가능”…유럽 방산 통합의 시험대


트라피에 회장은 다쏘의 독자 개발 능력도 노골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우리는 라팔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혼자서도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유로파이터가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4개국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거론하며, 다국적 공동개발의 비효율을 에둘러 비판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프랑스가 독자 노선도 불사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점에서 FCAS는 단순한 전투기 사업을 넘어선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미국 안보 공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 안보의 공동 전선을 세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상징적 사업이 내부 갈등으로 흔들린다는 것은, 유럽 방산 통합의 한계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이 흔들릴 경우 파장도 작지 않다. 이미 영국·일본·이탈리아는 별도의 6세대 전투기 구상인 GCAP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CAS마저 표류하면 유럽의 차세대 전투기 시장은 다시 여러 축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가 독자 개발로 선회하고 독일이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시나리오까지 현실화하면, 유럽은 미국산 의존을 줄이겠다며 시작한 사업에서 오히려 내부 분열만 드러내는 역설적 결과를 맞게 된다.

FCAS의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다쏘가 제시한 2~3주는 기술 검토의 시간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시간에 가깝다. 유럽이 차세대 공중전의 미래를 공동으로 설계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흩어질 것인지가 이 짧은 협상 시한 안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