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한 달,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가 사실상 잠겼다
확전 땐 배럴당 174달러…고유가·고환율·고금리 '삼중고' 현실로
확전 땐 배럴당 174달러…고유가·고환율·고금리 '삼중고' 현실로
이미지 확대보기지금 한국 수출 통계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는 사상 처음 월간 수출 300억 달러(약 45조 원)를 넘어서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데, 같은 시간 나프타를 못 구한 석유화학 공장들은 가동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있다. 이 기묘한 동거의 배경에 미국·이란 전쟁과 국제유가 폭등이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수 주 내 이란 기반시설을 더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공언하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하루 만에 11.41% 급등해 배럴당 111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극도의 혼란' 작전…걸프 산유국 에너지 시설 잇달아 불탄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블룸버그가 '극도의 혼란(Maximum Chaos) 작전'이라 명명한 전략을 구사하며 나라를 가리지 않고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정조준하고 있다.
쿠웨이트 미나 알 아흐마디 정유소(하루 처리 능력 34만 6000배럴)에서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났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는 최대 천연가스 처리시설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됐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15일 사이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불과 89척으로, 정상 때라면 수천 척이 오가는 통로가 텅 비었다.
라피단 에너지 그룹(Rapidan Energy Group) 창립자 밥 맥널리(Bob McNally)는 CNBC에 출연해 "시장이 지금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시장도 불안하다. 이란 드론·미사일이 페르시아만 알루미늄 생산시설을 강타하면서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선물이 6% 넘게 올랐다.
항공기·식품 포장재·태양광 패널에 두루 쓰이는 소재인 만큼 제조업 전반의 원가 상승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에서 나온다.
반도체 혼자 800억 달러 벽 넘었지만…한국 산업현장은 비명
중동발 충격은 한국 경제 내부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861억 3000만 달러(약 130조 원)로 전년 같은 달보다 48.3%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반도체 수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151.4% 폭증한 328억 3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38.1%를 차지한 덕이다. 무역수지 흑자도 257억 4000만 달러로 월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총액 지표 뒤에 균열이 선명하다. 대(對)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 직격탄을 맞아 49.1% 급감한 9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나프타 수입 중단 여파로 3월 석유화학 주간 수출 물량은 20% 안팎 줄었고, 나프타 자체 수출도 22% 급감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쟁 직전 1333.11에서 3월 27일 1826.77로 치솟았고, 중동 노선 운임은 3300달러대로 뛰어오르며 운송 비용이 최대 80%까지 올랐다.
산업통상부는 "중동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심화해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확전 땐 배럴당 174달러…한국은행 금리 인상 압력도
글로벌 경제 충격파도 넓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3월 비농업 고용은 17만 8000명 증가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실업률은 4.3%로 내려앉았다.
월가에서는 이 고용 호조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더 미루는 재료가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로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럽통계청(Eurostat) 집계 기준 2.5%로 전달 1.9%에서 가파르게 올라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블룸버그 경제 분석가는 "유가 108달러 이상과 원달러 환율 1500원대가 겹치면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려 이르면 3분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에너지 수입 가격이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경로가 5·6월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에서 확전·호르무즈 완전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세계 원유 생산량이 약 20% 줄어 유가가 3분기에 배럴당 168달러까지 오른 뒤 166~181달러 사이에서 머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경로를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씨티은행(Citibank)은 브렌트유 가격이 며칠 안에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으며, 4월 안에 하루 1100만~160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맥쿼리(Macquarie)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 비카스 드위베디(Vikas Dwivedi)도 CNA에 "위기가 빠르게 풀리지 않으면 배럴당 150달러는 충분히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는 단 하나의 엔진이 외형 지표를 받치는 동안, 그 엔진을 식히는 냉각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지금 한국 경제의 자화상이다.
전쟁이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느냐가 그 냉각수를 언제 채울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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