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Arena 1위·3개월 4차 자금 조달 '15억 위안'… 中 스타트업들, 세계 모델 평가 전 부문 석권
데이터 확보 구조적 우위에 한국 로봇산업 대응 전략 시험대
데이터 확보 구조적 우위에 한국 로봇산업 대응 전략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엔비디아(NVIDIA)가 차세대 피지컬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한 지 이틀 만에, 중국 스타트업이 그 모델을 세계 1위 자리에서 밀어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항저우 소재 스피릿 AI(Spirit AI·千寻智能)는 자사 체화(體化) 지능 기반 모델 '스피릿 v1.6'이 로보아레나(RoboArena) 세계 순위표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중국 모델이 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피지컬 AI를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로봇 두뇌 분야로 빠르게 확전되는 양상이다.
스피릿 v1.6, 엔비디아 코스모스3 제치고 세계 1위
스피릿 v1.6은 로보아레나 평가에서 1924점을 기록하며 1881점을 받은 엔비디아의 코스모스3-나노-폴리시(Cosmos3-Nano-Policy)를 2위로 밀어냈다. 3위는 올해 2월 엔비디아가 공개한 또 다른 프로젝트 드림제로(DreamZero)로, 1763점이었다.
엔비디아는 이번 컴퓨텍스 2026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 싱가포르 로봇 손 전문업체 샤르파(Sharpa)와 공동 개발한 인간형 로봇 플랫폼 'H2+'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코스모스3를 선보였다.
젠슨 황은 "피지컬 AI의 빅뱅이 목전에 있다"며, 코스모스3가 20조 개의 멀티모달 토큰으로 훈련됐다고 밝혔다.
로보아레나는 범용 로봇 정책(policy) 모델이 실제 세계에서 행동으로 얼마나 잘 전환되는지를 평가하는 순위표다. 엔비디아가 스탠퍼드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 명문 기관과 공동 개발했다.
피지컬 AI 모델은 텍스트와 코드를 처리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달리 로봇·로봇팔·자율주행차 같은 기계가 물리 세계를 인식하고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능력은 두 가지다. 관찰을 바탕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정책 능력'과 특정 행동이 일어날 때 다음 상황을 시뮬레이션·예측하는 '세계 모델 능력'이다. 두 기능은 지금까지 별도로 개발돼 왔으나, 산업 흐름은 통합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연구진은 세계 모델링과 경로 계획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 '정책 세계 모델(Policy World Model)'을 처음 발표했다.
중국 스타트업, 세계 평가 전 부문 장악
스피릿 AI의 약진은 빙산의 일각이다. 세계 모델 능력을 평가하는 월드아레나(WorldArena) 순위표도 중국 스타트업 매니폴드 AI(Manifold AI)의 '월드스케이프(WorldScape)-0.2'가 1위를 차지했다.
로봇 조작을 위한 영상 세계 시뮬레이터 '지니인비저너(GenieEnvisioner)-Sim2.0-2B'로 인식(perception) 부문 1위를 지키는 곳은 중국 로봇 기업 에이지봇(AgiBot)이고, 훈련 데이터 파이프라인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데이터 엔진 부문도 중국 스타트업 덱스포스(DexForce)가 선두다.
자금 조달 속도도 이례적이다. 스피릿 AI는 이날 15억 위안(약 3445억 원)의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불과 3개월 만에 네 번째 투자 라운드로,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자금 조달 속도다.
베이징 인공지능 아카데미(BAAI)에서 육성된 XYZ 체화 AI는 같은 날 프리 A 라운드 종료를 공개하며 10개월 만에 10억 위안을 모았다고 밝혔다.
데이터가 최대 병목… 중국의 구조적 이점
젠슨 황은 "로봇 시스템과 피지컬 AI에서 데이터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스케일 AI 창업자 알렉산드르 왕은 중국이 데이터 면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많은 미국 기업이 로봇 기반 모델 훈련에 중국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선전 등 중국 기술 거점 도시들은 국가 차원의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해 로봇 데이터 수집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초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와 소프트웨어 우위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한국기업들도 전시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삼성전자 로봇 태스크포스(TF),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LG전자 클로이(CLOi) 등 국내 기업들이 피지컬 AI 생태계 편입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중국 스타트업들이 모델 평가 전 부문을 석권했다는 사실은 소프트웨어·두뇌 경쟁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3 공개와 중국 스피릿 AI의 즉각적인 역전은, 피지컬 AI가 반도체·LLM에 이은 차세대 패권 경쟁의 무대임을 확인시켜 준다.
로봇 두뇌를 둘러싼 미·중 대결은 이제 점수판 위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