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만 대 물량 공세에 맞선 한국의 선택…부품 공급망 선점으로 원가 혁신
로봇 핸드 납기 4개월 밀려…2028년 대량 양산 시 글로벌 공급망 판도 바뀐다
로봇 핸드 납기 4개월 밀려…2028년 대량 양산 시 글로벌 공급망 판도 바뀐다
이미지 확대보기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한국 로봇 기업 로보티즈(ROBOTIS)가 구동기(액추에이터) 생산거점을 조용히 틀어쥐고 있다.
유로뉴스는 지난 5일(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과 로보티즈의 협력 현황과 현지 로봇 교육 생태계를 집중보도했다.
"부총리가 직접 땅을 내밀었다"…우즈베키스탄이 로보티즈에 파격 베팅한 배경
로보티즈가 우즈베키스탄을 택한 것은 단순한 비용 계산이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경제 부총리가 로보티즈 사업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직접 지정하고, 약 2만 평(6만6000㎡) 규모의 산업 부지를 제공하며 세제 혜택을 포함한 전방위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로보티즈는 이에 화답해 우즈베키스탄 현지 법인에 약 294억 원을 출자하고 지분 100%를 확보했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모터 내재화, 준직접구동(QDD) 양산, 휴머노이드 생산 라인, 데이터 팩토리 등을 결합한 생산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해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 이라고 밝혔다.
생산 계획은 단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공장의 구동기 생산능력은 연간 300만 개로 계획돼 있으며, 올해 하반기 완공해 가동에 들어간다. 로봇 손(핸드)·자율주행 로봇·휴머노이드 완제품 양산 라인은 2028년에 갖춘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원가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포석으로 읽는다. 로보티즈가 올해 초 출시한 로봇 핸드(HX5-D20)는 주요 부품의 90% 이상을 자체 조달해 시중 제품 대비 70% 이상 낮은 800만 원에 공급하고 있는데, 출시 직후 주문이 쏟아져 납기가 4개월 이상 밀린 상태다. 우즈베키스탄 대량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 가격 경쟁력은 한층 강화된다.
증권가에서는 "로보티즈는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외 글로벌 휴머노이드 업체 공급 실적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제조사들이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는 지금, 이 실적은 로보티즈의 수주 경쟁에서 결정적 무기가 된다.
교실이 곧 공장 예비군…'디지털 우즈베키스탄 2030'이 만드는 인력 파이프라인
로보티즈의 우즈베키스탄 투자가 단발성 제조 이전과 구별되는 지점은 현지 인력 양성 체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공장 라인이 아무리 잘 갖춰져도 이를 설계하고 운용할 사람이 없으면 공염불에 그친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이미 그 답을 교실에서 준비하고 있다.
타슈켄트 로봇 아카데미에서는 8~15세 어린이들이 EVO-3 교육용 로봇 키트로 기계를 직접 조립하고 코드를 짜 작동시킨다. 교사 나브루즈 샤이둘라예프는 "학생들은 게임을 개발하고 텔레그램 봇도 구현한다"며 "프로그래밍은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운다"고 말했다.
수업에서 학생들은 디지털 명령이 물리적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원리를 손으로 익히며, 이는 산업 자동화와 로봇 제조의 근간 개념이다.
이 학원에서 4개월째 수업을 받는 12세 소년 미르코밀 쇼디예프는 직접 조립한 로봇에 파이썬(Python) 알고리즘을 입력해 제어한다. 그는 "파이썬을 배운 뒤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다"며 "나중에 타슈켄트에서 더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디지털 우즈베키스탄 2030' 전략은 이처럼 전국 정보기술(IT) 교육 센터 확충을 통해 디지털 인력 기반을 체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로보티즈와 우즈엘텍사노아트 간 협약에는 현지 로봇 기술자와 프로그래머 양성 프로그램도 포함돼, 교실에서 키워진 인력이 훗날 공장 라인을 채우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중국이 올해 10만 대 쏟아낼 때, 한국은 부품 공급망을 쥐어야 산다
로봇 업계 안팎에서는 로보티즈의 이번 전략을 "완성품 경쟁이 아닌 부품 공급망 장악"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의 폭발적 팽창이 있다.
가오공로봇산업연구소(高工机器人产业研究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전년 대비 650% 이상 급증한 1만 8000대에 달했으며, 올해는 6만 250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왕전쿤(王振坤) 오이모션(OYMotion)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생산량이 1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성품 경쟁은 중국이 물량으로 압도하는 형국이다. 시장조사기관 어스튜트 애널리티카(Astute Analytica)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연평균 27.2% 성장하며 2024년 약 269억 9000만 달러(약 40조 6118억 원)에서 2033년 약 2352억 8000만 달러(약 354조 258억 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 거대한 판에서 완성품으로 중국과 맞붙는 것은 승산이 낮다는 게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반면 한국은 근로자 1만 명당 제조용 로봇 운용 대수가 1012대로 세계 평균(162대)의 6배를 웃도는 세계 최고 로봇 밀도 국가다. 이 수치가 증명하는 것은 로봇을 '쓰는' 능력만이 아니라 핵심 부품을 정밀하게 '만드는' 역량이기도 하다.
로보티즈가 구동기와 로봇 핸드라는 고부가 부품에 집중하고, 그 양산기지를 우즈베키스탄에 구축한 전략은 이 맥락에서 읽혀야 한다.
변수는 남아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제조 인프라와 물류 역량이 아직 검증 단계에 있고, 숙련 인력 확보도 시간이 필요하다.
타슈켄트 교실에서 파이썬 코드를 두드리는 12세 소년이 2028년 로보티즈 공장라인 앞에 앉게 될지, 한국 로봇 산업의 새로운 승부처가 된 중앙아시아의 실험은 이제 막을 올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