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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경고 "국방비 급증, 국가채무 GDP 대비 14%p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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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경고 "국방비 급증, 국가채무 GDP 대비 14%p 상승"

160개국 80년 데이터 분석…군비 확장 비용 3분의 2 '빚'으로 충당, 전시엔 복지 예산도 실질 삭감
한국 2026년 국방비 66조 돌파…트럼프 방위비 인상 압박에 단계적 증액 불가피, 재정 여력 한계론 고개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갑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갑차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쟁터는 전선(前線)에만 있지 않다. 총포 소리가 멎은 뒤 나라의 곳간을 오래도록 파먹는 또 다른 전선, 재정(財政) 위기가 지금 세계를 조용히 겨누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를 통해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사전 분석 보고서는 이 위협을 80년치 숫자로 냉정하게 입증했다.

군비 확장은 단기 경기 부양제처럼 보이지만, 그 청구서는 국가채무와 복지 삭감이라는 형태로 국민 앞에 날아온다는 것이다.

80년·160개국 분석이 꺼낸 불편한 진실


IMF 연구진 히폴리트 발리마(Hippolyte Balima), 안드레사 라게르보리(Andresa Lagerborg), 예브게니아 위버(Evgenia Weaver)는 1946년 이후 160개 이상의 나라에서 발생한 215개 군비 확장 주기를 해부했다.

IMF는 두 해 이동평균 기준으로 국방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포인트 이상 늘어나는 국면을 '군비 확장 주기'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는 불편하다. 통상적인 군비 확장 주기는 2년 반 이상 지속되고, 이 기간 쏟아붓는 돈의 약 3분의 2가 차입, 즉 빚으로 충당된다.

연구진은 "국방비 증강은 앞쪽에 집중되고 주로 재정 적자 확대를 통해 조달된다"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군비를 1달러 더 쓸 때 경제 산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1 대 1 수준에 그칠 뿐, 추가적인 승수(乘數)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IMF의 판단이다.

전시(戰時) 상황은 더 가혹하다. IMF는 "전시 군비 급증은 GDP 대비 국가채무를 약 14%포인트 끌어올리는 동시에 복지 지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이중 부담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대포를 한 문 더 사들이는 순간, 병원과 학교 예산이 그만큼 쪼그라든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지정학 긴장 고조를 정조준했다. 보고서는 "잦아지는 분쟁과 높아지는 지정학 위험이 많은 나라들로 하여금 안보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국방비를 늘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1980년대에 집중됐던 대규모 군비 확장이 최근 들어 다시 잦아지는 추세라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세계 부채 사상 최대…트럼프 'GDP 3.5%' 증액 요구에 한국 66조 편성으로 응답


IMF의 경고는 숫자로도 뒷받침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안보 지출을 확대하면서 세계 부채 총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4조 8000억 달러(약 5경 1500조 원)에 달했다.

관세 전쟁과 지정학 충돌이 겹치면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중동 분쟁을 이유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은 이미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독일·프랑스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비를 잇따라 늘렸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GDP 5% 방위비' 압박이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내 보도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해(61조 2469억 원)보다 8.2% 많은 66조 2947억 원으로 편성했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증폭이다. 현재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2.32%이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3.5%를 맞추려면 약 30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5% 기준을 충족하려면 예산을 지금의 두 배 넘는 132조 원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는 "나토가 간접비를 포함해 방위비 기준을 충족하려 한 것처럼, 한국도 중기계획 조정만으로 미국과 합의점을 찾을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리처드 콜리어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상당히 높은 나라"라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고려할 때 5% 목표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단기 약발, 장기 독약"…복지 vs 안보의 딜레마


IMF 보고서가 이달 중 세계경제전망으로 정식 공개되면 군비 확장을 둘러싼 논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방비가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려 단기 경기 부양제 노릇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약효는 짧고 후유증은 길다. 수십 년의 역사적 데이터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총포 소리가 잦아들면 빚은 남고 복지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최근 중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국방비 지출 증가는 단기적으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압박을 가중한다고 같은 방향의 경고를 내놓았다.

관세 압박과 방위비 인상 요구가 동시에 밀려드는 지금, 각국 정부가 총성 없는 재정전쟁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IMF는 이달 정식 보고서로 다시 한번 세계를 향해 묻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