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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는 AI가 당겼다” 미군이 이란전서 증명한 ‘살인 알고리즘’의 소름 돋는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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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는 AI가 당겼다” 미군이 이란전서 증명한 ‘살인 알고리즘’의 소름 돋는 실체

인간의 판단 속도 넘어선 실시간 표적 식별... 적군 이동 경로 99퍼센트 예측한 인공지능의 위력
전쟁의 주권이 데이터로 넘어간 순간... 중동 전장에서 공개된 펜타곤의 극비 실전 데이터 파장
'AI 전쟁 시대'가 충격을 주고 있다. AI의 도움으로 100개 공격목표를 하루만에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세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주택과 건물의 폐허.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AI 전쟁 시대'가 충격을 주고 있다. AI의 도움으로 100개 공격목표를 하루만에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군사 공세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주택과 건물의 폐허. 사진=로이터
현대전의 성패는 이제 누가 더 많은 포탄을 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적을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2월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미 국방부(펜타곤)가 대 이란 군사작전에 인공지능(AI)을 전면 투입해 실시간으로 적군을 식별하고 타격을 결정했다는 실전 데이터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는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인간 지휘관의 눈과 귀를 대신해 살상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비정한 전쟁의 서막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미 군사안보 전문 매체인 디펜스 원(Defense One)과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폴리스(Foreign Policy)는 여러 아티클을 통해 펜타곤이 지난 2년 전의 실험 데이터를 수천 번의 실전 피드백을 거쳐 인공지능이 적의 이동 경로를 99퍼센트 예측하는 완성형 전쟁 기계로 진화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문제의 실험 데이터는, 2년 전 미 국가 안보 및 방위 전략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전장의 인공지능: 중동에서의 실전 배치와 시사점(AI at War: Operational Deployment in the Middle East and Its Implication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프로젝트 메이븐 등)을 활용해 이란 지원 세력의 표적 85개 이상을 식별하고 타격했다고 공개해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적의 심리를 읽는 알고리즘의 예지력

이들 매체와 싱크탱크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번에 분석된 데이터의 핵심은 AI가 단순히 적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다음 행보를 예측했다는 점이다. 미군이 운용 중인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은 수천 개의 위성 이미지와 드론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란 측 병력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고 이들이 어디로 숨어들지 소름 돋는 확률로 맞혀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인간 지휘관이 수 시간 동안 고민해야 할 분석 업무를 AI는 단 몇 초 만에 끝마치며 전장의 안개를 완전히 걷어냈다는 것이다.
타격 우선순위를 정하는 차가운 기계의 판단

AI는 포착된 수많은 표적 중 어느 것을 먼저 파괴해야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에게 치명상을 입힐지 순위를 매겼다고 한다. 레이더 기지, 탄약고, 지휘소 등 복잡하게 얽힌 목표물 사이에서 최적의 타격 시점과 순서를 결정하는 과정에 인간의 감정은 개입되지 않았다. 펜타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오폭을 줄였다고 주장하지만, 기계가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등급을 매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 방산 업계에 거대한 윤리적 파장을 던지고 있다.

반도체 패권이 곧 전쟁 패권이 되는 이유

문제는 이 같은 실시간 AI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칩의 연산 능력이라는 것이다. 전방 배치된 드론과 센서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지연 시간 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가속기와 같은 첨단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AI 기반 전쟁 수행 능력을 독점하겠다는 군사적 계산이 깔려 있다. 반도체는 이제 스마트폰의 부품이 아니라 적군의 숨통을 조이는 가장 날카로운 창이 되었다.

인공지능의 디지털 족쇄가 된 윤리적 가이드라인
미 국방부는 여전히 최종적인 방아쇠는 인간이 당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보의 양이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인간은 사실상 AI가 제시한 선택지 중 하나를 승인하는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보안의 디지털 족쇄가 될 수 있으며, 기계의 오류로 인한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킨다. AI 전쟁의 효율 뒤에 숨겨진 차가운 진실이다.

포스트 휴먼 전쟁 시대, 한국 방산의 과제

미군이 증명한 AI의 위력은 전 세계 군사 표준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K-방산이 하드웨어 수출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탱크와 자주포라는 철갑 안에 이러한 지능형 사격 통제 시스템과 데이터 링크 기술을 얼마나 완벽하게 녹여내느냐가 관건이다. 화약 냄새보다 데이터 냄새가 더 진동하는 미래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지금 당장 반도체와 AI 알고리즘을 국방의 핵심 심장으로 이식해야 한다. 전쟁의 패러다임은 이미 인간의 손을 떠나 실리콘 위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