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크 드 프랑스, 60년 만에 금 2437t 전량 파리 집결…차익 22조원으로 흑자 전환
러시아 자산 동결 후 서방 중앙은행 금 귀환 가속…독일 1236t 환수 압박 고조
러시아 자산 동결 후 서방 중앙은행 금 귀환 가속…독일 1236t 환수 압박 고조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공세와 미국 달러화 패권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고조되는 가운데, 유럽의 핵심 동맹국 프랑스가 행동으로 먼저 입장을 드러냈다.
프랑스 중앙은행(방크 드 프랑스·BdF)은 100년 가까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 지하 금고에 맡겨두었던 금 전량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단계적으로 처분하고, 동일한 규모의 새 금을 유럽 시장에서 사들여 파리로 들여왔다. 이 과정에서 금 가격 급등 덕분에 130억 유로(약 22조 원, 미화 약 150억 달러)의 차익을 손에 쥐었다.
마이닝닷컴(Mining.com)과 키트코 뉴스(Kitco News)가 지난 5~6일(현지시각) 잇달아 보도하고 방크 드 프랑스가 공식 확인한 내용이다.
26차례 분산 거래로 완성한 '금의 귀환'…60년 숙제 마무리
방크 드 프랑스가 이번에 처분한 금은 129t으로, 프랑스 전체 금 보유량(2437t)의 약 5%에 해당한다. 방크 드 프랑스는 26차례에 걸친 분산 거래를 통해 이 물량을 처분했고, 그 시기가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던 때와 맞물렸다.
주목할 점은 실물 이송이 아니라 '매각 후 재매입'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뉴욕에 있던 비규격 금 실물을 직접 운반하는 대신 현지 시장에서 팔고, 유럽 시장에서 현행 국제 규격을 충족하는 새 금괴를 사는 방식을 골랐다.
운반·제련 비용을 줄이면서도 보유량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방크 드 프랑스 총재는 이 결정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새로 매입한 금이 유럽 시장에서 거래되는 고규격 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약 3000억 달러(약 450조원)를 전격 동결한 사건이 프랑스의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우방국의 금고도 언제든 잠길 수 있다"는 교훈이 각국 중앙은행의 전략 계산에 새 변수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차익 22원에 흑자 전환까지…금값 사상 최고가가 만든 선물
재무 성과도 두드러졌다. 방크 드 프랑스는 이번 금 교체로 128억 유로(약 22조 원)의 자본 이득을 올렸고, 2025 회계연도 순이익은 81억 유로(약 14조 원)를 기록했다.
직전 회계연도인 2024년에 77억 유로(약 13조3700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완전히 방향을 바꾼 셈이다.
국제 금값은 올해 3월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금협회(WGC)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95%가 향후 12개월 안에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구조적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방크 드 프랑스는 현행 국제 규격에 미달하는 금 134t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028년까지 이 물량도 교체한다는 일정을 공개했다.
독일 1236t 아직 뉴욕에…'다음 도미노' 압박 거세진다
프랑스의 완전 환수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을 향한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납세자연맹 대표 미하엘 예거는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고 세수를 위해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다"며 "독일의 금은 더 이상 미국 연방준비은행 금고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독일 연방은행(분데스방크)은 전체 금 보유량의 약 37%에 해당하는 1236t을 여전히 미국에 보관 중이다. 분데스방크는 공식 환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독일 내 여론 압박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인도는 이미 274t을 자국으로 들여와 전체 금 보유량의 66%를 국내에 보관하게 됐고, 폴란드도 지난 2월에만 20t을 추가 매입하며 700t 보유 목표를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세르비아, 루마니아도 본국 환수 논의를 공식화했다.
세계금협회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의 연간 금 순매입 규모는 해마다 800t을 웃도는 수준으로 감소 기미가 없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은 현재 약 104t으로, 외환보유액(약 4237억 달러) 대비 비중이 1% 안팎에 그쳐 주요국 가운데 최저 수준에 속한다.
프랑스가 뉴욕 금고의 자물쇠를 완전히 내린 지금, 국제 금융시장의 무게추가 뉴욕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