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시대 산업 정책’ 보고서 파장… “AI의 부(富), 국가가 환수해야”
이미지 확대보기“노동소득으로는 국가 운영 불가”… 세법을 뒤집는 ‘AI 쇼크’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경제가 인간의 노동이 아니라 자본(기계와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하는 체제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동소득이 급감하고 그 수익이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K자형 양극화’는 이미 확정된 미래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 재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는 근로소득세와 사회보장세에 기반해 복지시스템을 유지한다. 오픈AI는 “AI 자동화가 가속되면 사회보장(Social Security)과 저소득층 의료지원(Medicaid) 재원이 고갈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보고서는 세제의 무게중심을 ‘노동’에서 ‘자본’으로 옮길 것을 요구한다. 현행 미국의 근로소득 최고세율은 37%, 자본이득세는 20%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최상위층 자본이득세 인상 △법인세율의 재조정 △AI 자동화에 대한 ‘기계세’ 부과 검토 등 지금까지 금기시돼 온 조치들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샌더스와 올트먼의 묘한 교차점… 보수 진영은 ‘사회주의’ 경계
이 보고서는 미국 정치권에 낯선 동맹을 만들고 있다. AI 독점과 불평등을 비판해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분배 철학과 오픈AI의 문제의식이 상당히 겹치기 때문이다. ‘AI 성장의 과실을 국민 전체의 기본소득형 기금으로 환수하자’는 구상은 진보진영 싱크탱크의 오랜 숙원이었다.
반면, ‘저세율·민간투자 중심’을 신조로 하는 공화당과 중도파는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내린 것을 “성장의 엔진”으로 보는 보수 진영에게 오픈AI의 제안은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트먼 CEO는 “모든 아이디어가 정답일 필요는 없지만, 논의를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며 정면 돌파의 의지를 드러냈다.
“생산성이 아니라 과잉 생산성이 위기”… AI 대공황의 예방주사
정책 실현 가능성은 아직 낮다. 그러나 경제시스템 붕괴 직전의 위기 상황이 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이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CARES법안처럼, 대공황급의 충격 앞에서는 당파를 넘어선 ‘AI 뉴딜’의 신속 집행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본다.
한 국내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것은 생산성이 너무 낮아서가 아니라, 너무 높아서 사회가 붕괴하는 초유의 상황에 대비하는 방안”이라며 “오픈AI의 구상은 단순한 백서가 아닌 ‘AI발(發) 경제 대혼란’의 예방주사”라고 평가했다.
한국도 예외 아니다… ‘AI 세수 격차’가 결정적 변수
AI 노동 대체 속도가 세계 상위권인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자동화율이 빠른 한국 경제의 세원은 곧 노동소득 기반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정책의 새로운 나침반은 이제 고용률이 아니라 △기업 매출 대비 AI 투자 비중(CAPEX) △자본 이득세와 근로소득세의 격차 △국가 부의 기금(소버린 웰스펀드 방식) 조성 논의의 진전 정도 등 세 가지 지표다.
미국이 논의를 시작한 ‘지능 시대 뉴딜(Intelligence Age New Deal)’은 머지않아 한국 정치권과 경제단에도 거대한 파도로 밀려올 것이다.
오픈AI의 이번 제안은 단순히 세제 개혁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기업이 스스로 기술 권력의 사회적 파괴력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제도화하자고 제안한 최초의 사건이다. 올트먼은 “AI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다. 그렇다면 인간 사회의 규칙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의 가치가 감소하는 시대, 자본에 대한 과세와 AI 부의 공유는 더 이상 이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