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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에 총탄 13발… ‘AI 데이터센터’ 공포가 당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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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에 총탄 13발… ‘AI 데이터센터’ 공포가 당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유

미국 곳곳 건설 중단·보복 테러 확산… 전기료 폭등·수돗물 고갈 ‘가짜뉴스’ 몸살
미·중 패권 전쟁 속 ‘내부의 적’ 부상… 한국 반도체 수출 전선에도 ‘비상벨’
인공지능(AI) 시대의 심장으로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미국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전락하며 물리적 폭력과 건설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지지한 정치인 자택에 총탄이 날아드는가 하면, 주 정부 차원의 건설 금지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며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시대의 심장으로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미국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전락하며 물리적 폭력과 건설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지지한 정치인 자택에 총탄이 날아드는가 하면, 주 정부 차원의 건설 금지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며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시대의 심장으로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미국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전락하며 물리적 폭력과 건설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유치를 지지한 정치인 자택에 총탄이 날아드는가 하면, 주 정부 차원의 건설 금지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며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이러한 안티 데이터센터움직임이 비이성적인 광기로 변질하며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꺾이면 미국의 클라우드·AI 서비스 성장이 둔화되고, 이는 곧 한국의 핵심 먹거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수요 둔화와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자택에 총탄 13발…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의 습격


지난 6일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론 깁슨(Ron Gibson) 시의원은 새벽녘 자신의 집을 향해 쏟아진 13발의 총성에 잠을 깼다. 현장에는 데이터센터는 안 된다(NO DATA CENTERS)”라고 적힌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지역 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테러의 표적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서 확산 중인 신기술 혐오가 얼마나 위험한 수위에 도달했는지 보여준다. 과거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21세기 AI 시대에 재현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 편집위원회는 이를 혁신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기 위해 폭력에 의지하는 비이성적 광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서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주·지방정부 차원의 건설 봉쇄로 제도권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료 오르고 수돗물 마른다”... 가짜뉴스가 세운 건설 금지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으려는 움직임은 주 정부 차원의 법적 규제로 구체화하고 있다.

메인주에서는 하원이 이번 주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 주 정부 차원의 일시 중단(모라토리엄)’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7년까지 신규 건설을 멈추는 이 법안은 상원 통과도 유력하다.

위스콘신주에서도 포트워싱턴 주민들은 지난 7일 주민투표를 통해 데이터센터 건립 제한 안건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외에 오하이오주의 경우 올가을 주 전체의 신규 건설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반대론자들은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냉각수를 써서 수돗물을 고갈시키고, 전기 사용량 급증으로 주민들의 전기요금을 폭등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이 20221%에서 20302~3%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해 전력 수급 부담이 현실적 이슈임을 지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신 데이터센터는 냉각수 재활용 시스템과 재생에너지·원자력 연계 등 자체 전력 조달 계획을 갖추고 있어 지역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한다. SNS를 통해 퍼지는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고 공공요금만 올린다는 공포 서사가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고, 지역 정치인들에게 규제 강화압박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AI 패권 전쟁의 발목… 한국 반도체 수출 전선도 불똥


미국 내부의 이러한 갈등은 국가 안보 차원의 위기로 직결된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내 7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추가 계획까지 포함하면 향후 수천 개의 신규 센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부 저항에 막혀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는 사이, 경쟁국인 중국은 국가 주도의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를 통해 거대 데이터센터 단지를 속도감 있게 확충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내부 갈등이 기술 진보 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동안 중국의 추격은 거침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적대국을 돕는 꼴이라고 우려한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에너지·환경 vs 안보·성장의 충돌이 미국 정치 내부의 또 다른 전선으로 떠오른 셈이다.

한국 경제 역시 이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수익원인 HBM은 데이터센터의 연산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으로, 글로벌 AI 붐에 힘입어 최근 2~3년 사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이 멈추면 HBM뿐 아니라 서버 D, 낸드플래시까지 포함한 한국 반도체 수출 전선에 수요 절벽이 닥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 수출 감소를 넘어, 반도체·장비·소재까지 연결된 국내 고용과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신의 일자리와도 직결된 문제다.

향후 주목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AI 인프라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에너지나 환경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늦추고,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는 첫째, 빅테크의 자본지출(CAPEX) 증가율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AI 인프라 CAPEX 증가율이 둔화되는지 여부는 향후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의 선행 지표다.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이 장기화되면 CAPEX 계획 축소→AI 관련 설비·반도체 수요 둔화→한국 수출과 고용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미국 내 전력망 확충 속도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송배전 인프라 개선이 지체될 경우 AI 산업의 성장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 미국이 전력망 투자를 늦추면 기업들은 캐나다, 유럽, 동남아 등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거점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한국 반도체 업체들도 수요처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

셋째, 국내 HBM 수출 데이터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AI 인프라 투자국의 CAPEX 흐름은 HBM 수출 통계에 가장 먼저 반영된다. 미국 내 인프라 구축 지연이 실제 한국 반도체 기업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는지, 월별·분기별 HBM 수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래 경제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에 수반되는 변화를 수용하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업계에서는 기술 혐오는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데이터센터가 가져올 경제적 이득과 환경적 우려 사이에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중재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지금의 갈등은 내 집 앞의 소음과 전기요금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10년 한국의 일자리와 수출 구조를 바꿔 놓을 수 있는 거대한 변곡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