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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戰이 드러낸 ‘달러 패권 균열’…제재 무력화·암호화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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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戰이 드러낸 ‘달러 패권 균열’…제재 무력화·암호화폐 확산



미국 달러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지폐. 사진=로이터


미국이 달러를 제재 수단으로 활용해온 기존 금융 질서가 중동 전쟁을 계기로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과의 갈등 속에서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의 통제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각) 대니얼 데이비스 프론트라인애널리스트 매니징디렉터의 칼럼을 통해 “달러를 무기로 사용하는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미국의 대표적 지정학 도구인 달러의 약점을 드러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칼럼은 “달러 접근을 제한하겠다는 위협이 과거만큼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제재에도 버틴 이란·러시아…달러 영향력 한계 노출

미국은 그동안 국제 금융망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해왔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후에도 전쟁을 지속하고 석유를 판매하며 자금을 확보해 왔다. 이란 역시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출을 이어가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사실상 통행료를 부과하는 등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칼럼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안전한 통과를 위해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지불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란은 휴전 국면에서 유조선 통과 시 배럴당 1달러의 비용을 암호화폐로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위안화 결제 확산…달러 의존도 낮아져

이같은 현상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 결제망 확산과 맞물려 있다. 이란은 중국과의 거래에서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으며 비공식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달러 결제도 우회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활용한 결제는 미국의 통제 밖에 있어 제재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칼럼은 “미국의 금융 규제가 동맹국에는 부담이 되는 반면, 제재 대상 국가는 별도의 병렬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무기화, 오히려 대안 촉진”…장기적 역효과 우려

문제는 달러를 제재 수단으로 사용할수록 다른 국가들이 대안을 찾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칼럼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석유수출국기구) 사례를 언급하며 “상품을 사용하는 국가들에게 대안을 찾을 유인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이 오히려 미국의 적대국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정밀 제재는 여전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가 단위의 광범위한 제재는 점차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칼럼은 이번 이란 전쟁을 계기로 달러 중심 금융 질서가 ‘안정의 기반’에서 ‘불안정 요인’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압박을 강화할수록 다른 국가들이 달러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