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 보이콧 직격탄, 20년 만에 최악 감소… 2029년까지 회복 불투명
소프트파워 균열·무역흑자 유일 업종 동반 추락, 미국의 자충수 논란
소프트파워 균열·무역흑자 유일 업종 동반 추락, 미국의 자충수 논란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외 정책과 반이민 기조가 미국 관광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주고 있다.
CNN은 현지시각 25일, 2025년 미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이 전년보다 400만 명 줄어 여행·관광 분야 지출이 물가와 환율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약 84억 달러(약 12조 6554억 원)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여행관광협회(World Travel and Tourism Council·WTTC) 집계 기준 이번 하락폭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2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같은 해 전 세계 해외 여행객이 전년보다 8000만 명 늘어난 것과 극명하게 엇갈려 미국이 '관광 역주행'의 예외적 사례로 기록됐다.
캐나다인의 이탈이 촉발한 도미노
이번 감소의 핵심 원인은 캐나다인의 방문 급감이다. 2025년 캐나다 방문객은 전년보다 20.9% 줄었고, 독일(-11.3%)이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멕시코 방문객은 6.4% 늘었다. 2024년 미국을 찾은 캐나다인은 2040만 명으로 총 205억 달러(30조 원)를 소비했는데, 이 핵심 시장이 사실상 문을 닫은 셈이다.
캐나다인들의 외면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 그리고 이란과의 전쟁 개시가 겹치면서 촉발됐다.
온타리오주 골든레이크에 사는 존 스튜어트는 35년간 인디애나폴리스 인디 500 레이스를 빠짐없이 찾던 단골 관람객이었다. 한 번 방문에 1만 달러(약 1506만 원)를 가뿐히 쓰던 그는 올해 처음으로 미국행을 끊었다.
스튜어트는 CNN에 "휴일에 정치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이란 전쟁이 결정적 계기였다"고 밝혔다.
트래블 데이터 분석업체 투어리즘 이코노믹스(Tourism Economics)의 애덤 색스(Adam Sacks) 대표는 "입국자에게 250달러(약 37만 원)의 비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제안, 관세 전쟁은 '눈앞의 돈을 줍다가 큰돈을 잃는'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의 해외 여행 수지는 역사적으로 여행 부문에서만 흑자를 냈는데, 2025년에는 미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이 외국인이 미국에서 쓴 돈을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관광 성장세가 유지됐을 경우와 비교하면 실질 손실은 최대 250억 달러(약 37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미국 여행협회(U.S. Travel Association)는 2025년 외국인 방문객이 2024년 7240만 명에서 6790만 명으로 줄어 6.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처음 나타난 하락이다.
현장 붕괴… 관광 업계 일자리·매출 직격
관광 현장의 피해는 수치보다 훨씬 생생하다.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서핑 투어 업체를 운영하는 애덤 더퍼드(Adam Duford)는 지난해 직원 7명을 전원 해고했다.
2019년 "캘리포니아 햇살과 관광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사업을 인수했던 그는 팬데믹, LA 산불 관련 오해, 이민단속국(ICE) 시위 관련 공포까지 겹쳐 2025년 매출이 코로나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는 국제 관광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으로 꼽힌다. 색스 대표는 "캐나다 '눈새(snowbird·겨울을 따뜻한 지역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플로리다를 가장 많이 찾던 손님이었다"고 설명했다.
월트 디즈니 월드를 운영하는 디즈니는 올해 2분기(지난달 28일 마감) 실적 발표에서 미국 내 테마파크 방문객이 전년 동기보다 1% 줄었다고 밝히며 "외국인 방문 부진이 일부 반영됐다"고 인정했다. 호텔 객실 가동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92%에서 89%로 내려앉았다.
위치타 주립대학교 경영학과 우샤 헤일리(Usha Haley) 교수는 "관광 산업은 노동집약적이며 많은 주에서 핵심 고용원"이라며 관광 수입 감소로 인한 일자리 손실이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프트파워 손상… 회복은 2029년 이후
하버드 케네디스쿨 국토안보 프로젝트 학장이자 CNN 수석 국가안보 분석가인 줄리엣 케이엠(Juliette Kayyem)은 "외국인이 지금 미국에서 흡수하는 이미지는 기능 마비 정부, 이민 단속, 범죄"라며 "미국에 대한 세계의 이야기는 이제 최소한 존중받지 못하는 나라, 최악의 경우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나라"라고 진단했다.
WTTC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은 전 세계 주요 관광지 가운데 방문객이 줄어든 유일한 목적지였다. 2026년 들어서도 1월 방문객이 전년 동월보다 4.8% 추가 감소해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국가여행관광청은 외국인 방문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을 2029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해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나야 제자리를 찾는다는 계산이다.
색스 대표는 "브랜드 USA(Brand USA·미국 관광 홍보 기구) 예산을 완전히 복원하고, 특히 동맹국에 대한 적대적 언사를 줄이며 스스로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며 "우리는 이 위기도 넘길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느냐"라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인 방문은 올 4월 자동차 이용 방문이 전년 동월보다 5.8% 늘어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항공편 이용은 여전히 줄고 있다.
올여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약 10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단기 호재가 될 수 있으나, 색스 대표는 "2025년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