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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밀레니얼 vs ‘금리 18%’ 버틴 베이비부머…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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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밀레니얼 vs ‘금리 18%’ 버틴 베이비부머… 승자는?

소득은 비슷하지만 ‘자산 형성’ 사다리 난도 급상승… “교육 투자가 부(富)의 격차 갈랐다”
집값·학자금 대출에 짓눌린 3040, 높은 자산 수익률로 ‘부모 세대’ 추월 국면 진입… 한국 PIR 24배, 미국보다 극단적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마침내 부모 세대의 자산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밀레니얼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같은 연령대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보다 약 25%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마침내 부모 세대의 자산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밀레니얼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같은 연령대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보다 약 25%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마침내 부모 세대의 자산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밀레니얼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같은 연령대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보다 약 25%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 장기 호황과 부동산 가격 급등의 수혜가 뒤늦게 이 세대에 돌아온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현지시각) 경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심층 보고서에서 "두 세대 가운데 누가 경제적으로 더 고단한 삶을 살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론은 단순하지 않았다. 실질 소득은 비슷했지만, 밀레니얼은 주택 마련과 학자금 상환이라는 이중 진입 장벽을 넘어야 했다는 점에서 체감 난도가 훨씬 높았다.

소득은 '제자리', 집값은 '다른 차원'80년대 고금리 vs 2020년대 고물가


25~44세 시기 인플레이션 조정 실질 소득을 비교하면 밀레니얼은 베이비 부머와 거의 같은 궤적을 그린다. 그런데도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 진입 비용에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격차가 '얼마를 버느냐(소득)'보다 '자산을 갖기 위해 필요한 초기 자본(자산 진입 비용)'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1980년대 초반 미국 모기지 금리는 18%를 웃돌았다. 베이비 부머가 사회에 첫발을 디딘 시기다. 반면 밀레니얼은 역사적 저금리 혜택을 누렸지만, 소득 상승 속도를 훨씬 앞지른 주택 가격과 마주했다. 전미부동산협회(NAR) 자료를 보면 첫 주택 매수자의 중위 연령은 2024년 기준 40세로 1984(29)보다 11년 늦어졌다. 베이비 부머의 60%33세 이전에 집을 샀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같은 연령대 주택 보유율은 약 40%에 그쳤다.

지출 구조의 변화도 결정적이다. 대학 등록금과 보육비가 수백 퍼센트 급등하면서 밀레니얼의 고정비 부담이 커졌고, 저축 여력은 구조적으로 줄어들었다.

'학자금 늪' 빠졌던 밀레니얼, 교육 투자로 임금 프리미엄 획득


경제학자들은 밀레니얼을 '늦게 피는 꽃'에 비유한다. WSJ가 인용한 경제학자 분석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20대에 소득을 올리는 대신 교육에 시간을 더 투자했고, 그 결과 고학력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이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밀레니얼은 전 세대 대비 대학 학위 보유 비율이 높고, 자녀 수가 적어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분석에 따르면 밀레니얼과 Z세대 상위권은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으로 같은 연령대의 X세대·베이비 부머보다 약 25%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2019~2022년 사이 밀레니얼 주택 보유율은 약 60%까지 상승하며 이전 세대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다만 이 '역전'에는 그늘이 있다. 자산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과 퇴직연금 계좌에 묶여 있어 유동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상위 10% 고소득 밀레니얼의 자산은 같은 연령대 부머보다 20% 이상 많지만, 중위 밀레니얼의 자산은 중위 베이비 부머보다 오히려 30%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대 내 양극화가 세대 간 비교만큼이나 심각한 셈이다.

베이비 부머, 여전히 미국 부의 절반을 쥔 '최강 세대'


반전 조짐에도 불구하고 베이비 부머는 미국 전체 부의 51.4%를 장악한 최대 자산 세대다. 20251분기 Fed 데이터 기준 이들의 총자산은 85조 달러(126400조 원)를 넘는다. 미국 인구의 약 20%에 불과한 집단이 전체 주식의 54%(25조 달러, 37200조 원 이상)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인구 비중의 밀레니얼이 보유한 주식은 약 3.9조 달러(5800조 원), 전체의 8%에 그친다.

이들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선점했고,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주택·주식 가격 상승의 복리 효과를 온전히 흡수했다. 부동산만 놓고 보면 베이비 부머가 보유한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약 20조 달러(29700조 원)에 달해, 밀레니얼(9.8조 달러, 14500조 원)의 두 배를 넘는다.

한국 3040 '영끌 세대'에 주는 의미… PIR 24배의 무게


한국 시장에서 이 데이터가 던지는 메시지는 미국보다 무겁다.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24.1배로, 중위소득 가구가 소득 전액을 저축해도 내 집 마련까지 24년 이상이 걸린다. 가계 자산의 76%가 부동산에 묶여 있어 자산 가격 변동이 세대 간 격차를 미국 이상으로 증폭시키는 구조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1950만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한 반면, 50대는 55161만 원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당 실거래가가 10년 새 2.5(644만→1649만 원) 뛴 영향이다. 20171.57배였던 30대 이하와 40대 간 순자산 배율은 20252.2배까지 벌어져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세대 간 자산 궤적을 전망할 때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실질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PIR). 자산 형성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지 가늠하는 핵심 척도다.

둘째,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DSR)이다. 소득에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소비 여력과 추가 투자 능력이 제한된다.

셋째, 세대 간 부의 이전(Great Wealth Transfer)이다. 미국에서는 부머가 보유한 85조 달러 이상의 자산이 향후 10~20년에 걸쳐 밀레니얼·X세대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도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중심의 상속·증여 흐름이 소비 시장과 부동산 수급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세대 원망이 아닌, 환경에 맞는 자산 전략이 관건


WSJ는 보고서 말미에서 "어느 세대가 더 힘들었는지는 답하기 거의 불가능한 질문"이라고 정리했다. 베이비 부머는 18% 금리와 오일 쇼크를, 밀레니얼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각각 견뎌냈다. 다만 밀레니얼은 보육비·의료비·주거비 등 핵심 생활비가 이전 세대보다 구조적으로 비싸졌고, 수명이 더 길어진 만큼 자산을 더 오래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한국의 3040세대 역시 주택 구입을 위한 '영끌'과 사교육비의 이중 부담 속에서 자산 사다리에 오르려 하고 있다. 세대 간 비교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한 환경에 맞는 자산 배분 전략, 그리고 정부 차원의 주거 사다리 복원 의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