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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물가 3.40% 반등…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땐 '고착형 인플레이션' 진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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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물가 3.40% 반등…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땐 '고착형 인플레이션' 진입 우려

원유 88% 수입 의존 구조적 취약성 노출, 에너지 비용 소비자 전가 본격화 땐 5%대 돌파 가능
인도중앙은행 금리 동결 유지…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아시아 물가 경로의 분수령
인도 프라야그라지의 한 시장.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프라야그라지의 한 시장. 사진=연합뉴스
고유가 충격을 정부와 기업이 대신 떠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인도가 그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3월 물가 지표에서 포착됐다.

블룸버그(Bloomberg)가 1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 통계·프로그램이행부는 이날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0% 올랐다고 발표했다.

2월의 3.21%에서 오름세로 전환된 것으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중간값 예상치와 일치한다. 이 수치는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완전히 집계된 월간 물가 통계다.

전쟁이 물가 지표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공식 기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조적 취약성: 원유 88% 수입국이 맞닥뜨린 에너지 충격


인도는 에너지 충격에 구조적으로 노출된 나라다. 지난해 3월 끝난 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원유 수입 의존도는 88.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액화석유가스(LPG) 역시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2015년 인도 정부가 "2022년까지 원유 수입 의존도를 67%로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세계 3위 원유 소비국으로 덩치가 커지는 동안 국내 탐사·생산 투자는 제자리를 맴돌면서 의존도는 오히려 악화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는 수치로 확인된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히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평화협상 결렬 후 봉쇄 명령을 이어가면서, 이날도 원유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식품 가격의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소비자 구매 바구니의 약 37%를 차지하는 식품 물가는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3.87% 뛰었다. 채소·콩류·단백질 식품이 상승을 주도했으며, 올해 몬순 강수량이 평년을 밑돌 것이라는 기상 전망까지 겹치면서 중동 분쟁으로 이미 투입 비용이 치솟은 농가의 이중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인도 신용평가사 크리실(CRISIL)은 "정부와 국영 정유사들이 원유 가격 상승분을 일부 흡수하고 있지만, 에너지·운송·물류 비용 상승은 시차를 두고 근원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농업용 비료와 운송 연료를 중동산 원유와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인도의 산업 구조상, 이번 충격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생산 원가 전반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동결과 성장 하향 조정…인도중앙은행의 '버티기' 전략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 8일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다. 표면적으로는 물가보다 성장을 지키는 선택이지만, 그 이면에는 '충격의 규모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직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

산제이 말호트라(Sanjay Malhotra) 총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강도와 지속 기간, 에너지 기반 시설 피해 규모가 물가와 성장 양면에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인도중앙은행은 현 회계연도(2026~2027)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6%로 제시했다. 목표 범위(2~6%) 중간값인 4%를 웃도는 수준이다. 동시에 4~6월 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6.9%에서 6.8%로, 7~9월 분기는 7.0%에서 6.7%로 각각 내려 잡았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꺾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초입 징후다.

에이치디에프씨(HDFC) 은행의 사크시 굽타(Sakshi Gupta)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지표에 대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매 물가로 전가되는 속도는 아직 제한적"이라면서도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압박을 받는 생산자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굽타는 "인도중앙은행이 통화 긴축 방향으로 선회하기 전에 아직 충분한 여유 공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은행의 아누부티 사하이(Anubhuti Sahay) 인도 경제 리서치 총괄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물가가 6%를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물가 위험보다 더 크다"고 밝혔다.

분기점: 정부 방어선이 무너지면 아시아 물가 지형이 바뀐다


브릭워크 레이팅스(Brickwork Ratings)의 라지브 샤란(Rajeev Sharan) 리서치 총괄은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그는 "에너지·운송 비용 상승이 올해 2분기 내내 이어진다면 인도 경제는 일시적 충격을 넘어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고착형 인플레이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공격적인 공급 측 대응이나 통화 긴축 없이는 소비자물가 연간 5% 돌파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경고는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5%를 웃돌며, 해마다 1500억~2200억 달러(약 220조~320조 원) 규모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사들인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동산 원유와 가스다.

인도가 걷고 있는 물가 반등의 경로는 에너지 구조가 비슷한 한국·일본·한국·동남아 전반에 선행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장은 이번 이란 전쟁이 빚어낸 공급 차질을 "역사상 최대의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로 규정했다.

인도 정부가 동결해 온 국내 주유소 판매가라는 마지막 방어선이 언제 무너질지, 그 시점이 아시아 전체 물가 경로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데 시장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