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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스페이스·폭스콘 인그라시스, 2027년 궤도 데이터센터 첫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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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스페이스·폭스콘 인그라시스, 2027년 궤도 데이터센터 첫 발사

지상 데이터센터가 전력 부족과 환경 규제라는 이중 병목에 우주 AI 컴퓨팅 시대 열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저전력 메모리, 우주 인프라 핵심 부품 부상 전망
AI 연산 수요의 폭증으로 지상 데이터센터가 전력 부족과 환경 규제라는 이중 병목에 봉착한 가운데, 이스라엘 우주 컴퓨팅 기업 라몬스페이스(Ramon.Space)와 대만 폭스콘 그룹 자회사 인그라시스(Ingrasys)가 2027년 궤도 데이터센터 프로토타입의 첫 발사를 목표로 협력을 대폭 확대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연산 수요의 폭증으로 지상 데이터센터가 전력 부족과 환경 규제라는 이중 병목에 봉착한 가운데, 이스라엘 우주 컴퓨팅 기업 라몬스페이스(Ramon.Space)와 대만 폭스콘 그룹 자회사 인그라시스(Ingrasys)가 2027년 궤도 데이터센터 프로토타입의 첫 발사를 목표로 협력을 대폭 확대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연산 수요의 폭증으로 지상 데이터센터가 전력 부족과 환경 규제라는 이중 병목에 봉착한 가운데, 이스라엘 우주 컴퓨팅 기업 라몬스페이스(Ramon.Space)와 대만 폭스콘 그룹 자회사 인그라시스(Ingrasys)2027년 궤도 데이터센터 프로토타입의 첫 발사를 목표로 협력을 대폭 확대한다. 궤도 컴퓨팅 인프라가 연구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용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첫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수요처로도 주목된다.

2027 우주 AI 데이터센터 상용화 로드맵.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2027 우주 AI 데이터센터 상용화 로드맵. 도표=글로벌이코노믹


구글·스페이스X 이어 라몬스페이스…궤도 컴퓨팅 경쟁 가속


아비 샤브타이(Avi Shabtai) 라몬스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타임스가 지난 13(현지시각) 보도한 인터뷰에서 "궤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양이 지상 인프라가 현실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우주 데이터센터는 지상 시설의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데이터 생성 위치의 근본적 변화에 대응하는 필수 인프라"라고 밝혔다.

현재 지구관측(EO) 위성과 통신 위성이 궤도에서 생산하는 데이터는 하루 테라바이트(TB) 단위를 넘어서고 있으나, 이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데는 통신 대역폭의 물리적 한계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궤도 데이터센터는 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우주에서 즉시 처리·분석·저장한 뒤 핵심 결과만 지상으로 전송함으로써 이 병목을 제거한다. 지상의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 관계가 지구-궤도 사이에서 재현되는 구조다.

라몬스페이스·인그라시스의 움직임은 고립된 시도가 아니다. 구글은 자사 AI TPU를 탑재한 태양광 위성 클러스터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를 추진하며 2027년 초 플래닛(Planet)과 공동으로 프로토타입 위성 2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올해 130일 최대 100만 기의 궤도 데이터센터 위성 배치를 위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가를 신청했으며, FCC 우주국은 5일 만에 이를 접수해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글로벌 궤도 데이터센터 시장이 2029년 약 18억 달러(26600억 원)에서 2035391억 달러(579800억 원) 규모로 성장해 연평균 성장률(CAGR) 67.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방사선·극한 온도·무인 운영…'우주급 아키텍처' 4대 난제


우주 컴퓨팅 플랫폼은 지상 서버와 차원이 다른 설계를 요구한다. 라몬스페이스가 제시한 핵심 과제는 ▲무인 유지보수 체계 ▲극도로 제한된 전력 환경 ▲초저온(영하 270℃ 이하)과 초고온이 반복되는 열 사이클 ▲완전 자율 운영 등 4가지다.

특히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지상의 공랭식·수랭식 냉각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사는 복사 냉각(radiative cooling) 기술과 방사선 내성(radiation-hardened) 설계를 결합한 새로운 범주의 컴퓨팅 아키텍처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라몬스페이스는 자사의 NuComm 우주용 프로세서가 유럽우주국(ESA),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텔샛 원웹(Eutelsat OneWeb) 50개 이상의 우주 미션에 투입돼 무고장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는 유텔샛 원웹의 저궤도(LEO) 위성 70세트에 디지털 통신 채널라이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상용 실적을 쌓고 있다.

폭스콘 제조 역량, 우주 산업 대량 생산의 열쇠


양사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라몬스페이스가 우주급 소프트웨어와 컴퓨팅 아키텍처를 담당하고, 세계 최대 서버·스토리지 제조사인 인그라시스가 대규모 제조 양산과 품질 관리를 맡는다. 인그라시스는 항공우주 산업의 품질 관리 최고 표준인 AS9100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 라몬스페이스의 방사선 강화 전자장비를 양산해왔다. 이번 확대 협력을 통해 양사는 프로토타입 개발·시험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우주 제품 양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벤자민 팅(Benjamin Ting) 인그라시스 CEO는 공식 발표를 통해 "세계 수준의 제조 역량과 라몬스페이스의 혁신적 컴퓨팅 플랫폼을 결합해 우주 인프라의 새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상용화까지의 기술적 리스크는 여전하다. 샤브타이 CEO"현재 프로토타입 개발 단계이며, 2026년 초기 샘플 비행 시험을 거쳐 2027~2028년 초도 발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성급한 시장 낙관론보다 기술적 완성도와 확장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궤도 데이터센터의 경제성 전망을 놓고 업계 내 시각 차이가 상당하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올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궤도 컴퓨팅의 비용 균형점 달성을 "2~3년 내"로 전망한 반면, 도이치은행은 "2030년대 깊숙이" 들어서야 경제성이 확보될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도 자체 평가에서 우주 기반 AI 클러스터의 경제적 실행 가능성을 2035년으로 추정한 바 있다.

국내 반도체, '우주급 메모리' 새 시장 열리나


국내 반도체 업계에 이번 궤도 데이터센터 경쟁은 새로운 기회이자 과제다. 우주 환경의 강력한 방사선을 견디는 방사선 강화(Rad-Hard) 반도체, 극한의 전력 제약 속에서 작동하는 저전력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궤도 인프라 확대와 함께 급증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자사 TPU의 우주 방사선 내성 시험에서 HBM이 가장 민감한 부품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점은, 우주급 메모리 기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우주 반도체와 관련 공정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타임스는 14일자 별도 보도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우주 AI 데이터센터 계획을 발표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우주 관련 기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우선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이 궤도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업계에서 거론된다.

글로벌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궤도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주권'의 새로운 전선이다. 지상 영토의 법적 관할에 구속되지 않는 독립적 컴퓨팅 환경이 구축되면, 국가 간 데이터 규제 체계에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씨티(Citi)와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 경제 규모가 20401조 달러(148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PwC는 최대 2조 달러(2965조 원)까지 성장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데이터 처리 인프라가 이 성장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응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궤도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전력 위기와 환경 규제에 봉착한 AI 인프라 산업의 전략적 대안이다. 대만 폭스콘이 제조 역량을 앞세워 우주 인프라 선점에 나선 점은, 한국의 제조 및 반도체 기업들에도 전략적 협력의 시급성을 시사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