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중국 주도 속 신흥국 금 비축 열풍... 자산 다변화 전략 선회
국제 금값 5400달러 전망 속 한국은행 '104톤 부동' 정책과 대조
국제 금값 5400달러 전망 속 한국은행 '104톤 부동' 정책과 대조
이미지 확대보기특히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신흥국들의 움직임이 아프리카 대륙까지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산 배분 지형도가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아프리카의 지난 11일(현지 시각) 보도와 세계금위원회(WGC) 분석을 종합하면, 지난 2월 한 달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약 20억 달러(약 2조9400억 원) 규모의 금을 추가 매입했다.
이는 지난 1월의 일시적 매수 둔화 이후 나타난 강력한 반등세로, 글로벌 통화 당국이 금을 단순한 귀금속이 아닌 핵심적인 경제 방어 수단으로 정조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폴란드·중국 '쌍두마차' 주도…16개월 연속 매집의 의미
현재의 금 사재기 열풍은 특정 국가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집중화 현상이 뚜렷하다. 가장 공격적인 매수 주체로는 폴란드 국립은행이 꼽힌다. 폴란드는 지난해에만 약 80~95t을 금고에 채워 넣으며 유럽 내 최대 금 매집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16개월 연속 매수 우위를 이어가며 전체 보유량을 2300t 이상으로 늘렸다. 이는 중국 전체 외환보유액의 약 10%에 이르는 규모다.
카자흐스탄 또한 지난해 40~50t을 추가하며 꾸준한 매수세를 보였고, 인도와 터키는 자국 경제 상황에 따라 매수와 휴지기를 반복하는 순환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신흥국 주도의 수요는 2022년 이후 글로벌 금 수요를 연간 1000t 이상으로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전략적 변신…"외화 부족 방어하고 통제권 강화"
우간다는 국내 금 구매 프로그램을 전격 가동해 4개월 동안 최소 100㎏(0.1t)의 금을 확보한다는 상세한 목표를 세웠다. 이는 대외 부채 상환 시 발생할 수 있는 외화 부족 사태를 방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케냐 역시 현재 0.02t에 불과한 미미한 비축량을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케냐의 외환보유액이 130억 달러(약 19조1280억 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자산 다변화를 위한 매수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자원 부국인 콩고민주공화국(DRC)은 한발 더 나가 자원 국유화와 연계된 행보를 보인다. 오는 5월까지 소규모 광산에서 생산되는 금 15t을 국가가 직접 매입할 방침이다.
이는 민간으로 유출되는 금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함으로써 국가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통화 변동성이 큰 신흥 경제국들이 금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실질적인 화폐 안정화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입증한다.
금값 5400달러 시대와 한국은행의 과제
금융권 안팎에서는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매수세가 국제 금값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은 중앙은행의 강력한 수요를 근거로 국제 금값이 온스당 5400달러(약 794만 원)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금 보유량을 104.4t(세계 39위)으로 유지하며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유동성과 운용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현시점에서 금 비중 확대라는 글로벌 흐름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프리카까지 가세한 이번 금 매입 열풍은 국제금융 질서가 '실물자산 기반의 안전망 구축'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향후 글로벌 통화 가치 서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