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노동자 이탈에 구인난 심화… H-1B 수수료 1.4억 원 '합법 이민'도 빗장
전기공 50만 명 부족에 AI 인프라 차질… 인건비 발(發) 인플레이션 우려 증폭
전기공 50만 명 부족에 AI 인프라 차질… 인건비 발(發) 인플레이션 우려 증폭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각) "이민 단속 여파로 전국의 서비스업 현장이 품질 유지에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노동력 부족은 이제 국가적 위기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국경 강화라는 정치적 명분이 가져온 공급망 타격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보이지 않는 노동력의 이탈… "경제적 이주민이 사라졌다"
지난해 미국을 떠난 이민자는 약 300만 명에 달한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발표에 따르면, 이 중 220만 명은 자발적 출국(Self-deported)을 택했고 67만5000명은 강제 추방됐다. 주목할 점은 이들 대다수가 중범죄자가 아닌, 미국 저숙련 노동시장의 하부를 지탱하던 경제적 이주민이었다는 사실이다.
행정부는 불법 이민 차단을 넘어 합법적인 취업 통로까지 좁히고 있다.
지난 1월 국무부는 75개국 대상 영주권 발급을 잠정 중단했으며, 고숙련 전문가용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 달러(약 1억4700만 원)로 대폭 인상하며 인재 유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그 결과 현장의 비명은 수치로 증명된다. 전미레스토랑협회 조사에 따르면, 식당·호텔 업종의 빈 일자리는 90만 개를 넘어섰다.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인건비 상승을 버티지 못한 식당들이 역대 최다 폐업 기록을 경신 중이다.
AI 혁명의 암초 '전기공 부족'…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전이
노동력 부족은 이제 서비스업을 넘어 미래 첨단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메타(Meta)의 디나 파월 매코믹 사장은 최근 "미국이 AI 혁명을 완수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뿐만 아니라 기초 인프라를 구축할 '새로운 노동 군단'이 절실하다"며 "당장 2년 내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투입될 전기 기사만 50만 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미국 실업률이 4.3%까지 하락한 것은 호황의 신호가 아니라 '일할 사람이 씨가 마른' 구조적 구인난의 방증이다. 캔자스 축산농가부터 루이지애나 수산물 가공업체까지, 미국 경제 전반이 인력 가뭄에 타 들어가고 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균열…노동 시장 세 지표를 주목하라
향후 미국발 경제안보 리스크를 가늠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지표의 흐름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첫째, H-1B·H-2B 비자의 실제 승인 건수다. 이민 규제 완화 여부를 말이 아닌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잣대다. 정책 수사(修辭)와 현장 집행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둘째, 둘째, 소비자물가지수(CPI) 내 외식·숙박 항목이다. 인건비 상승이 서비스 물가로 얼마나 빠르게 전이되는지를 보여준다. 쉽게 말해 식당 밥값과 호텔 숙박비가 계속 오른다면, 그것이 곧 인플레이션 압력이 살아 있다는 신호다. 이 수치가 꺾이지 않는다면,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내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다시 올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기업 대출 비용과 가계 이자 부담이 커져, 그 여파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진다.
셋째, 제조업·인프라 부문의 구인 배수(Job Openings)다.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미국의 기술 패권 경쟁력은 서서히 잠식된다. 반도체 공장을 짓고도 돌릴 사람이 없다면 투자는 공염불에 그친다.
미국 경제가 직면한 노동력 부족은 단순한 구인난이 아니다. 국가 성장 동력 자체를 갉아먹는 구조적 위기다. 질서 있는 국경 관리와 유연한 노동 공급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지 못한다면,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꿈은 인력 부족이라는 벽에 막혀 퇴색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