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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르무즈 봉쇄, 亞·유럽 강타… ‘에너지 90% 의존’ 日·필리핀 가장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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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르무즈 봉쇄, 亞·유럽 강타… ‘에너지 90% 의존’ 日·필리핀 가장 취약

노무라 보고서 “태국·인도·독일 등 순수입국 직격탄”… 유가 150달러 돌파 경고
미국은 수입 비중 8% 불과해 영향 미미… 중국은 ‘전략 비축유’로 버티기
호르무즈 봉쇄 이후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국과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가장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분류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봉쇄 이후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국과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가장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분류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 결렬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전격적인 해상 봉쇄에 나서면서,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유럽 주요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4분의 1이 지나는 병목 지점이 차단됨에 따라, 공급망 붕괴와 함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Nomura)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봉쇄 조치로 인한 국가별 취약성을 분석하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경고했다.

◇ 아시아 경제가 ‘최전방’… 일본·필리핀 원유 90% 중동 의존


노무라는 페르시아만 긴장에 가장 노출된 지역으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경제를 꼽았으며, 유럽이 그 뒤를 이었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국과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가장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분류됐다.

일본과 필리핀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대체 공급선을 찾지 못할 경우 산업 전반이 마비될 위기다. 인도는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60%를 이 지역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전체 가스 소비량의 10%를 카타르산 LNG로 충당했으며, 2024년 기준 전체 LNG 공급의 4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유럽 내에서도 특히 취약한 구조를 보였다.

◇ 미·중은 상대적으로 ‘안전’… 한국은 제한적 영향


반면,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 중 하나인 미국은 페르시아만 원유 수입 비중이 전체의 8%에 불과해 봉쇄의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다.

중국은 수입 원유의 65%를 중동에서 가져오지만, 방대한 석탄 매장량과 전략적 석유 비축유(SPR), 그리고 다변화된 에너지 믹스 덕분에 단기적 공급 충격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는 한국, 캐나다, 노르웨이, 스페인 등은 이번 사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싱가포르의 경우 에너지의 97% 이상을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 중단 시 대안이 전무하다는 점이 변수로 지적됐다.

◇ ‘배럴당 150달러’ 공포… 유로존 GDP 누적 감소 예고


미국의 봉쇄 집행 이후 국제 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다.

4월 7일 휴전 발표 당시 배럴당 75달러였던 브렌트유는 지난 14일 오후 기준 99달러선까지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140~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는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2년간 누적적으로 0.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닉스 캐피털 그룹은 이번 봉쇄가 매일 최대 1200만 배럴의 자원을 시장에서 증발시켜 지역 분쟁을 전 세계적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한국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노무라의 분석대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과 제조 원가 부담은 피할 수 없다. 미국산 및 북해산 원유 도입 비중을 유연하게 늘려야 한다.

중국처럼 공급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석유 비축량을 점검하고, 비상시 산업계에 즉각 공급할 수 있는 매뉴얼을 고도화해야 한다.

원유가 아닌 중동발 화학 제품 및 비료 수입 중단은 농업 및 반도체 공정에 연쇄 타격을 줄 수 있다. 관련 품목의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우회 항로를 통한 물동량 관리가 시급하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