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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리핀, 1620ha 규모 '반도체 허브' 구축… 공급망 탈중앙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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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리핀, 1620ha 규모 '반도체 허브' 구축… 공급망 탈중앙화 가속

'팍스 실리카' 이니셔티브 필리핀 전격 합류… 첨단 제조·광물 안보 동맹 결성
클라크 경제특구에 글로벌 첨단산업 기지 조성… 대중국 기술 의존도 대폭 낮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필리핀 정부는 뉴클라크 시티에 1620헥타르(ha) 규모의 대규모 첨단 산업 허브 조성을 전격 발표했다.

필리핀이 미국 주도의 '팍스 실리카(Pax Silica)'에 참여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및 핵심 광물 공급망의 탈중앙화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루손 경제 회랑(Luzon Economic Corridor)을 중심으로 미·일·필 3국 협력 체계가 강화되면서 동남아시아 제조 거점은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과 대만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 속에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앙화'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필리핀에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 대규모 첨단 산업 허브를 구축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필리핀이 워싱턴 주도의 기술 공급망 보안 구상인 '팍스 실리카'에 13번째 국가로 공식 합류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류의 핵심 사업으로 양국은 필리핀 루손섬 뉴클라크 시티에 4000에이커(약 1620ha) 규모의 산업 허브를 건설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공동 관리한다.

공급망 탈중앙화 신호탄, '팍스 실리카'와 필리핀의 결합


이번 필리핀의 '팍스 실리카' 참여는 글로벌 반도체 및 핵심 광물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우방국 중심의 다변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루손 경제 회랑을 축으로 하는 미국, 일본, 필리핀의 3국 협력 체계는 향후 동남아시아 내 제조 거점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촉매제가 된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로는 이번 허브 조성이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동맹국 간 기술 안보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첨단 산업 가치사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뉴클라크 시티, 미·필 기술 동맹의 심장부로 부상


이번에 조성하는 산업 허브는 필리핀 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형 신도시 '뉴클라크 시티'에 자리를 잡는다. 이곳은 과거 미군 기지였던 지역으로 1991년 미군 철수 이후 필리핀 기지전환개발청(BCDA)이 관리해온 국유지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 허브는 동맹국 간의 협력 제조를 위한 목적별 플랫폼이자 전초기지 노릇을 할 것"이라며 "반도체, 전자제품, 핵심 광물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품목의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양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라고 밝혔다.

필리핀 기지전환개발청 힐라리오 파레데스 의장은 "해당 부지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 시설은 순수 상업용 시설로 운영한다"라고 설명했다.

경제 안보 전략 가동… 대중국 의존도 탈피 정조준


이번 협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국방 전략인 '팍스 실리카' 이니셔티브의 연장선에 있다.

팍스 실리카는 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실리카(규소)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중국 등 라이벌 국가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끼리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인도, 싱가포르, 호주, 핀란드 등이 이 이니셔티브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가세가 동남아시아 내 제조 거점 확보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분석한다.

현지 업계에서는 필리핀이 보유한 핵심 광물 자원과 미국의 첨단 기술이 결합하는 '공급망 수직 계열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루손 경제 회랑을 중심으로 한 미국·일본·필리핀의 3국 인프라 투자 협력이 가시화되면서 동남아시아의 경제 지형이 중국 중심에서 다자 협력 체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지정학적 가치와 경제적 실리의 균형점"


외교 및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공고해진 미·필 관계를 상징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르코스 행정부는 과거 중국 편향적이었던 외교 노선에서 탈피해 미국과의 군사·경제적 밀착을 가속화해 왔다.

필리핀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뉴클라크 시티가 첨단 산업의 핵심 기지로 부상함에 따라 필리핀은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게 됐다"라며 "미국 역시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반도체 후공정 및 핵심 광물 공급처를 확보하는 실리를 챙겼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1620ha에 이르는 방대한 부지를 단기간에 확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 절차와 투자 자금 조달 문제는 현실적인 제약 사항으로 지적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허브 조성이 글로벌 공급망 지도에서 특정 국가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필리핀을 새로운 첨단 산업 거점으로 변모시키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