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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AI 탁구 로봇 '에이스', 엘리트 선수 제압… 물리 세계서 AI 첫 전문가 수준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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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AI 탁구 로봇 '에이스', 엘리트 선수 제압… 물리 세계서 AI 첫 전문가 수준 달성

강화학습·초고속 비전 센서 결합… 세계 최초 '네이처' 표지 장식
제조·서비스 로봇 등 산업 전반 확산 기대… "물리 AI 시대 본격 개막"
日소니AI, 탁구 로봇 개발…전국대회 선수 수준.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日소니AI, 탁구 로봇 개발…"전국대회 선수 수준". 사진=연합뉴스


인간 전문 운동선수를 꺾는 AI 로봇이 탁구 코트에 등장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23일(현지시각) 소니 그룹(Sony Group Corp.)의 AI 연구 자회사 소니 AI(Sony AI)가 개발한 탁구 로봇 '에이스(Ace)'가 엘리트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물리 세계에서 AI가 처음으로 전문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소니 AI는 이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 '자율 로봇으로 엘리트 탁구 선수를 제압하다(Outplaying Elite Table Tennis Players with an Autonomous Robot)'를 23일(현지시각) 세계 최고 권위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표지 논문으로 게재했다.

'네이처' 표지 장식한 탁구 로봇… 엘리트 5명 상대 13경기서 7승


에이스는 초고속 인식 시스템과 모델 없는 강화학습, 최첨단 고속 로봇 하드웨어를 결합해 엘리트 탁구 선수들과 경쟁 가능한 최초의 실세계 자율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소니 AI는 에이스가 실제 물리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경쟁 스포츠 부문에서 전문가 수준의 경기력을 달성한 첫 로봇이라고 밝혔다.

에이스 평가전은 오는 4월 기준으로 2025년 4월 처음 치러졌으며, 5명의 엘리트 선수와 2명의 프로 선수를 상대로 한 모든 경기는 일본탁구협회 공인 심판 배석 아래 국제탁구연맹(ITTF)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

에이스는 10년 이상 집중 훈련을 받은 엘리트 선수 5명과의 13경기에서 7승, 공인 리그 프로 선수 2명과의 7경기에서 1승을 기록했다.

기술 구성을 보면, 에이스는 공의 정밀한 3차원 위치를 파악하는 9대의 능동 픽셀 센서(APS) 카메라와, 공의 각속도와 스핀을 실시간 측정하는 이벤트 기반 비전 센서(EVS) 카메라 3대로 이뤄진 고속 인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의 인식 지연 시간은 10.2밀리초(ms)에 불과하며, 에이스는 초속 최대 19.6m의 속도로 공을 되받아칠 수 있다.

탁구공은 선속도 초속 20m, 스핀은 초당 160회전을 웃도는 수준이다. Ai 로봇 팔은 8개의 관절로 움직임 방향을 제어하며, 이를 통해 라켓 위치 조정, 타구 실행, 상대 랠리에 대한 빠른 반응이 가능하다.

소니 AI 취리히 디렉터이자 에이스 프로젝트 총괄인 페터 뒤르(Peter Dürr)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탁구를 손으로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는 로봇이 탁구를 익힐 수 없다.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논문 제출 후에도 진화 계속… 올해 3월엔 프로 선수 3명 전원 제압


에이스의 경기력은 논문 제출 이후에도 계속 향상됐다. 소니 연구팀은 네이처 논문 제출 후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추가 경기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프로 2명·엘리트 2명으로 구성된 새 선수들과의 대전에서 에이스는 엘리트 선수 2명과 프로 선수 1명을 이겼고, 올해 3월에는 새로운 프로 선수 3명을 상대로 모두 한 번 이상 승리했다.

앞선 평가 때보다 타구 속도가 빨라지고, 테이블 끝 가까이 공격적으로 공을 꽂는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출전 선수인 나카무라 긴지로(Kinjiro Nakamura)는 에이스의 타구 장면을 지켜본 뒤 "다른 선수는 그런 타구를 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로봇이 이를 해냈다는 것은 "인간도 해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소니 AI 대표 미하엘 슈프랑어(Michael Spranger)는 "로봇에게 지나치게 불공평한 이점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속도와 팔 길이, 경기력을 주 20시간 이상 훈련하는 숙련 선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실제로 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이겨야 했다"고 밝혔다.

소니 AI 수석 과학자 피터 스톤(Peter Stone)은 "스킬 부문에 강화학습의 상당 부분이 집중돼 있으며, 전술·전략 수준에서는 아직 개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체스·바둑 이어 물리 AI 시대 열렸다"… 제조·서비스 로봇 파급 기대


피터 스톤 수석 과학자는 "이번 성과는 탁구를 훨씬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면서 "AI 시스템이 정밀도와 속도를 요구하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실세계 환경에서 인식·추론·행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처 논문은 에이스가 구현한 인식 시스템과 학습 기반 제어 알고리즘이 제조·서비스 로봇 등 빠른 실시간 제어와 인간 상호작용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슈프랑어 대표는 "공장 로봇은 매우 빠르지만 매번 똑같은 궤적으로만 움직인다"면서 "이번 기술은 끊임없이 바뀌는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로봇이 적응력을 갖추고 경쟁력 있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스톤 수석 과학자는 "AI의 성취는 그동안 체스·제퍼디·바둑 같은 기호 과제, 언어·패턴 과제, 혹은 가상 제어 과제에 집중돼 있었으나 물리 스포츠는 이 수준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는데, 에이스가 인식·동작·판단·예측이 엄격한 시간 압박 아래 수렴해야 하는 물리적 상호작용을 통해 지능을 연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AI와 인간의 신체 경쟁은 탁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하프마라톤에서 인간 참가자들과 함께 완주해 주목받았으며, 테슬라(Tesla Inc.) 역시 반복 작업이나 위험 환경에서 인간을 대신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어 물리 AI 분야의 경쟁이 갈수록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