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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명한 '130조 달러의 목적지'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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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명한 '130조 달러의 목적지'는 어디?

빅4 설비투자 6490억 달러 58% 급증, 코스피 사상 첫 6600선 마감
거품론 vs 슈퍼사이클론 격돌…이번 주 빅테크 실적이 분수령
글로벌 유동성 130조 달러)가 AI라는 큰 목적지를 향해 흐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유동성 130조 달러)가 AI라는 큰 목적지를 향해 흐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비수기였던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33조 원(전년 동기 대비 68.06% 증가), 영업이익은 572000억 원(전년 동기 대비 755.01% 폭증), 영업이익률은 약 43%(전 분기 21.4%에서 두 배 가량 급상승)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매출 525763억 원에 영업이익 376103억 원을 벌었다. 영업이익률이 72%. 통상 제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대만 TSMC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58.1%)조차 14%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이 돈의 출처는 분명하다.

글로벌 유동성 130조 달러(191600조 원)AI라는 큰 목적지를 향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27일 사상 처음 6600선을 돌파해 6615.03에 마감했고, 한국 증시 합산 시가총액은 6104조 원을 넘어섰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글로벌 유동성 팽창→빅테크 설비투자→반도체 수요→코스피 신고가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시장 주요 관전 포인트].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향후 시장 주요 관전 포인트]. 도표=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M2 130조 달러, 사상 최고치 경신


지난해 12월 글로벌 주요 집계 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M2는 미국, 중국, 유로존, 일본, 영국, 캐나다. 인도, 호주, 한국 등 12개국 합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약 130조 달러에 근접했다. 별도 집계에서는 20262월 기준 1344000억 달러(198000조 원)까지 불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M2만 해도 20262226700억 달러(33400조 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유동성의 기원은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20248월 기준금리 5.5%를 시작으로 2025104.0%까지 단계적으로 내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같은 기간 4.0%에서 2.0%로 인하했다. 한국은행 역시 202410월부터 9개월간 총 100베이시스포인트(bp)를 낮췄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이 금리 인하 사이클이 "AI 기대감과 맞물려 주식시장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풀린 돈은 채권이나 부동산으로 향하지 않았다. 4~5%짜리 채권 수익률로는 AI 밸류체인이 제시하는 20~30% 성장 잠재력을 이길 수 없었다. 기관과 개인 모두 같은 방향을 택했다.

자본의 목적지는 빅4 설비투자, 한 해에만 6490억 달러 집중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아마존 등 4개사의 올해 합산 설비투자(CAPEX) 전망치는 6490억 달러(956조 원), 지난해 4110억 달러(605조 원)에서 58% 가까이 늘었다. 오라클을 포함한 빅5로 범위를 넓히면 6000억 달러(884조 원)를 웃돈다. 골드만삭스는 2025~20273년간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 합계가 11500억 달러(169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AI 중심 설비투자가 기업의 재무 구조와 자금 조달 방식까지 재편하고 있다고 본다.

투자 속도가 기업 재무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자체 영업현금으로 충당하던 과거와 달리, 메타는 지난해 10월 역대 최대 규모인 300억 달러(44조 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고 알파벳도 대규모 채권 시장을 두드렸다. 더일렉은 "AI 중심 설비투자가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까지 재편하고 있다"고 짚었다. 채권 시장은 이제 빅테크의 AI 인프라 지갑 역할을 하고 있다.

돈의 낙수 경로, 반도체→전력 인프라→코스피 6600


유동성이 코스피에 닿는 경로는 두 단계다.

1단계는 반도체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구축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로 직결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6103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405% 급증한 것으로, 에이전틱 AI(실시간 추론 AI)로의 전환이 D램과 낸드 전 영역에 걸친 수요를 끌어올린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연초 이후 주가가 74.7%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두 종목의 올해 시총 증가분이 코스피 전체 증가분의 52.6%를 차지했다.

2단계는 전력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의 전력 소비는 소도시 하나와 맞먹는다. 이 수요가 두산에너빌리티·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 같은 전력기기·원전 업체로 흘러내렸다. 전 세계 23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 주식시장을 포괄하는 MSCI ACWI 시가총액도 최근 약 124조 달러(182800조 원)를 기록하며 역사적 고점에 도달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와 전력기기가 상승을 주도하며 코스피가 해당 지수를 처음 돌파하는 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리스크는 거품론과 슈퍼사이클의 충돌


이 랠리를 둘러싼 시각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낙관론의 근거는 실적이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은 "AI 기반 생산성 혁신이 기업 이익성장을 뒷받침하는 합리적 랠리"로 해석한다. JP모건은 2028년까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된다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씨티그룹(Citi Wealth)도 기술적 과열 신호를 인정하면서도 경제 궤도가 급격히 꺾이지 않는 한 강세장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민베스트(Ominvest)20261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자산 가격의 사상 최고치 접근은 기초 체력보다 유동성 수급에 따른 측면이 강하며, 중앙은행 기조 변화 시 급격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S증권은 20264월 보고서에서 에너지·원자재 가격 변동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빅테크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 알파벳(29마이크로소프트(29메타·아마존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차례로 예정됐다. 시장이 주목하는 체크리스트는 세 가지다. 첫째, 빅테크의 2분기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는지. 둘째,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 단가와 가동률이 유지되는지. 셋째, 코스피 6600선이 종가 기준으로 안착하는지다.

130조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유동성은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그만큼 금리 변동에 시장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유동성의 온기가 증시를 떠받치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 기업의 본질이 성적표로 증명되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이번 주 빅테크 실적은 AI의 장밋빛 청사진이 밸류에이션의 거품을 걷어낼 실질적 성과로 치환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올 상반기 가장 결정적인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