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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기대 무너졌나…세계 최대 금 ETF 14톤 '금 투매'의 숨은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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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기대 무너졌나…세계 최대 금 ETF 14톤 '금 투매'의 숨은 신호

비엣남넷 "에너지 위기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연준 정책 ‘비틀기’가 원인"
서구권 자금 이탈에도 각국 중앙은행 '전략적 매수' 지속…시장 양극화 심화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가 최근 일주일 사이 14톤 이상의 금을 매도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가 최근 일주일 사이 14톤 이상의 금을 매도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를 반영하던 금 시장의 투자 지형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베트남 유력 매체 비엣남넷(VietNamNet)은 지난 27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가 최근 일주일 사이 14톤 이상의 금을 매도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고유가·고금리 이중고…금 ETF에서 17년 만의 최대 자금 이탈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제동을 걸면서 금 시장에 강력한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비엣남넷 보도에 따르면 SPDR 골드 트러스트는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한 주 동안에만 14.19톤에 이르는 금을 순매도했다.

이는 수년 만에 기록된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로, 시장 참여자들이 금을 던지고 현금을 확보하는 '탈(脫) 안전자산'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단 하루 만에 4.57톤이 매각되는 등 매도세가 집중됐다. 이러한 급격한 심리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하자, 시장은 이를 인플레이션의 역습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시나리오는 힘을 잃고 있다. 오히려 고금리가 장기화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면서,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자산인 금의 매력도가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벤징가(Benzinga)는 투자자들이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지자 고수익을 보장하는 미국 국채와 달러로 빠르게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생상품 마진콜의 도미노…동양과 서양의 상반된 금 투자 행보


서구권 투자자들이 금 ETF를 청산하는 과정에는 기술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미국 증시가 고금리 공포에 위축되자, 손실을 보전하거나 증거금을 충당해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 구간에 있던 금을 현금화했다.

월가에서는 이를 증시 급락이 안전자산인 금의 매도를 부르는 '역설적 유동성 확보 전략'으로 해석한다.

반면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들의 행보는 정반대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리며 전체 비축량을 2300톤 이상으로 확대했다.

서구권 ETF가 단기적인 금리 향방에 따라 금을 매매하는 투자 수단으로 접근한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달러 패권에 대비한 전략적 비축에 집중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동도서기(東道西器)'식 시장 분절화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서구 자본이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금을 투매하고 있지만,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가격 하락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5400달러인가 3800달러인가…안개 속 금값 향방과 시나리오


향후 금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글로벌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팽팽하게 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금값이 오는 연말 온스당 5400달러(약 795만 8,52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낙관론을 유지한다.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나리오에서는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별도 분석에 따르면, 이란발 에너지 쇼크가 실물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경우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매도세가 몰리며 금값이 온스당 3,800달러(약 560만 440원) 선까지 일시적으로 폭락할 위험도 공존한다.

비엣남넷은 이번 14톤 매도 사태가 금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하기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거시 경제 환경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강력한 기술적 조정이라고 풀이했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안정되거나 연준의 처지가 다시 온건해지기 전까지는 금 시장의 변동성이 평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