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 OS' 장악 나섰다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 OS' 장악 나섰다

아마존·도요타 현장 투입 로봇에 첫 탑재… 40개 기업 생태계 흡수
'피지컬AI 인증 독점' 구도 형성… 레인보우·두산로보틱스 수혜 주목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 OS '헤일로스'를 통해 인증 병목을 해결하고 생태계를 확장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 OS '헤일로스'를 통해 인증 병목을 해결하고 생태계를 확장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산업 현장에 쏟아지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장 큰 걸림돌이 '안전 인증'이었다면, 엔비디아(NVIDIA·나스닥: NVDA)가 그 병목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엔비디아의 지난 22일(현지시각)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시카고에서 열린 '오토메이트(Automate)' 전시회에서 로보틱스용 헤일로스(Halos for Robotics)를 공개했으며 이는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 분야 최초의 전층위(full-stack) 안전 시스템이다.

하드웨어 연산부터 소프트웨어·센서·인증 사전 검증까지 하나의 구조 아래 묶은 이 플랫폼은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가로막아온 '안전 인증 장벽'을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자율주행 18년치 기술을 로봇에 이식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안전 개발에 투입된 1만 8600 엔지니어링 연도(engineering year)의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헤일로스를 설계했다. 여기에는 210억 개의 안전 트랜지스터가 포함된다.

플랫폼은 세 층위로 구성된다. 하드웨어 층의 엔비디아 IGX 토르(Thor) 컴퓨팅 모듈은 IEC 61508 SIL 3 등급 기능 안전 아일랜드(Functional Safety Island)를 내장해 산업 현장 수준의 안전 연산을 수행한다.

소프트웨어 층인 헤일로스 OS는 안전 운영 기능을 담당하는 헤일로스 코어(Halos Core)와, 외부 카메라·AI 에이전트를 통해 로봇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아웃사이드-인 세이프티 블루프린트(Outside-In Safety Blueprint)'로 이뤄진다.

이 외부 감시 기능을 활용하면, 예컨대 자율주행 지게차가 사각지대 너머의 상황을 외부 카메라로 파악하고 속도를 자동 조절할 수 있다.

세 번째 층위는 인증 사전 검증 프로그램이다. 엔비디아는 '헤일로스 AI 시스템 검사 연구소(Halos AI Systems Inspection Lab)'를 설립했으며, 이 기관은 미국 국가인정기관(ANAB)의 인가를 받은 세계 최초의 피지컬 AI 기능안전 검사 프로그램이다.

현재 TÜV 라인란트, TÜV 쥐트, UL솔루션스, 엑시다, SGS, 서트엑스 등 6개 주요 인증 기관이 이 연구소를 자체 인증 절차의 일부로 인정했고, 참여 기업·기관은 40곳 이상이다.

엔비디아 로보틱스·엣지 AI 담당 부사장 디푸 탈라(Deepu Talla)는 "피지컬 AI가 공장·물류 현장을 바꾸는 속도만큼, 개발팀도 통합된 안전 구조가 필요하다"며 "헤일로스 덕분에 자율주행에서 검증된 안전 기반을 활용해 더 빠르게 산업용 로봇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첫 적용 대상은 아마존·도요타 현장 투입 로봇


헤일로스를 처음으로 채택한 곳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페기 존슨(Peggy Johnson)은 최근 어번던스 서밋(Abundance Summit) 2026에서 올해 말 협력 안전 기능을 갖춘 5세대 디지트(Digit)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트는 현재 아마존, GXO, 쉐플러(Schaeffler), 도요타 모터 매뉴팩처링 캐나다(Toyota Motor Manufacturing Canada) 등의 물류·제조 시설에서 운용 중이다.

애질리티는 헤일로스 통합을 통해 IEC 61508, ISO 13849, ISO/IEC TR 5469 등 국제 안전 표준을 기준으로 디지트의 소프트웨어·AI 부품·사이버보안 체계를 사전 검증받을 계획이다. I

5세대 디지트의 최대 적재 중량은 23㎏(50파운드)으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권고하는 인간 작업자의 수작업 최대 중량과 같은 수준으로 설계됐다. 애질리티는 기업 가치 약 20억 달러(약 3조 714억 원)로 평가받고 있으며, 올해 안에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헤일로스 검사 연구소 참여사에는 애질리티 외에도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포함돼 있다.

글로벌 안전 표준화 경쟁, 한국 로봇산업과의 접점


엔비디아 제품관리 수석이사 아미트 고엘(Amit Goel)은 "전통적인 로봇 안전은 로봇을 우리에 넣거나, 장애물을 감지하면 정지시키는 방식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휴머노이드에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협력 작업(공구 전달, 하중 분담 등)을 위해서는 로봇이 무엇을 만지고 어느 정도 힘을 가할 수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기존 정지(stop) 방식으로는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5년 380억 달러(약 5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2023년 예측치의 약 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가 안전 표준 플랫폼을 선점함으로써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로봇 생태계 전반에 걸친 소프트웨어·인증 수익 구조를 구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 아틀라스(Atlas) 공장 투입 로드맵을 제시했고, 삼성전자가 최대 주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동형 양팔 로봇 RB-Y1이 물류 현장 실증에 들어갔다.

정부 주도의 'K-휴머노이드 연합'은 2029년 연 1000대 이상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안전 인증 기준이 엔비디아 헤일로스 생태계를 중심으로 수렴될 경우, 국내 로봇 기업들의 인증 전략도 이 구조를 얼마나 빨리 흡수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일로스 코어는 리눅스 및 QNX OS 8.0 구성으로 등록 개발사에 이미 공개됐으며, 아웃사이드-인 블루프린트는 깃허브(GitHub)를 통해 오픈소스로 배포됐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