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조건에 60~65% 전환 프리미엄…자사주 매입·희석 방지 장치도 병행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가 20억달러(약 3조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주식거래와 신용카드 구매 등 신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낮은 비용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로빈후드가 2029년 만기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20억달러를 조달할 예정이라고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거래 조건에 따르면 이번 전환사채는 고정 쿠폰금리 0%로 발행된다. 전환 프리미엄은 60~65% 수준으로 제시됐다. 전환 프리미엄은 채권 투자자가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환사채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 전환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3억달러 자사주 매입에 사용
로빈후드는 조달 자금 가운데 약 3억달러(약 4610억원)를 보통주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실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이보다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로빈후드는 또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뀔 때 발생할 수 있는 주식 희석을 줄이기 위해 캡트콜 거래 비용에도 자금을 사용할 방침이다. 캡트콜은 전환사채 발행 기업이 주가 상승에 따른 잠재적 주식 희석을 일정 수준까지 줄이기 위해 활용하는 파생상품 거래다.
로빈후드는 이번 캡트콜을 통해 주가가 발행일 기준 최근 종가보다 최소 125% 높은 수준에 이를 때까지 희석 효과를 상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주가 장전거래서 약세
로빈후드 주가는 소식이 전해진 뒤 22일 뉴욕증시 장전거래에서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빈후드 주가는 이날 오전 기준 1.7% 하락한 106.27달러(약 16만3000원)에 거래됐다.
전환사채 발행은 기업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에게는 향후 주식 수 증가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에 성장주가 전환사채 발행을 발표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다만 이번 발행 조건은 로빈후드에 비교적 유리한 편으로 볼 수 있다. 쿠폰금리가 0%인 만큼 회사가 정기적으로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없고 전환 프리미엄도 높아 당장 주식 희석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 인력 감축 뒤 자금 조달
이번 자금 조달은 로빈후드가 비용 절감과 신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로빈후드는 지난주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약 3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로빈후드는 새로운 제품 개발을 이어가면서도 조직을 민첩하고 절제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빈후드는 최근 AI 기반 주식거래 기능과 신용카드 구매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을 내놓고 있다. 주식과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던 기존 사업 모델을 넘어 금융 플랫폼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확보하는 현금은 이런 신사업 투자와 재무 유연성 확대에 활용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가 이번 거래를 주관한다고 전했다.
로빈후드의 이번 전환사채 발행은 미국 성장주들이 고금리 환경에서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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