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대비 40% 단축 효과에도 제재·빙하·환경 규제 '3중 장벽'
한국도 오는 9월 시험 운항 예고…"정치적 탐색 수준" 평가 우세
한국도 오는 9월 시험 운항 예고…"정치적 탐색 수준" 평가 우세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제재 여파로 화물 실적이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 데다 극지 빙하, 환경 규제,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쳐 '꿈의 항로'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지난 2일(현지시각) 노르웨이 환경단체 벨로나재단(Bellona Foundation)의 보고서를 토대로 북극항로의 현주소를 심층 분석한 기획 기사를 보도했다.
화물 실적 목표의 절반, 제재가 발목 잡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북극항로가 "가장 안전하고 믿음직하며 효율적인 경로로서의 중요성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최단 해상 경로로,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는 수에즈 운하 경유 항로보다 거리와 시간을 최대 40%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장밋빛 홍보와 실제 수치는 거리가 멀다. 러시아는 2024년 북극항로 물동량 목표치를 8000만 t으로 잡았으나 로사톰(Rosatom) 공식 발표 기준 실제로는 3789만 t에 그쳤다.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쏟아진 서방의 대러 제재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러시아 컨설팅사 게콘(Gekon)이 2026년 2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물동량은 3702만 t으로 전년 대비 2.3%(약 87만 t) 더 줄었다.
이는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1% 미만 수준으로, 전 세계 물동량의 최대 15%를 소화하는 수에즈 운하와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벨로나재단의 북극 프로젝트 자문위원이자 NSR 보고서 공동 저자인 크세니아 바크루셰바는 DW와의 인터뷰에서 "북극항로의 경제성은 러시아가 구축하려는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가 2035년까지 이 항로 개발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만 1조 8000억 루블에 이른다. 2022년 8월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서명한 개발 계획 기준 약 240억 달러(약 35조 3352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제재로 LNG 사업이 막히고 유전이 노후화되면서 화물 자체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극항로 화물의 80% 이상은 러시아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다. 러시아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아크틱 LNG 2' 프로젝트는 서방 제재로 전용 쇄빙 LNG 운반선을 확보하지 못해 가동이 반쪽짜리에 머물고, '보스토크 오일' 개발 사업도 2026년 이후로 일정이 밀렸다.
"쇄빙선 없으면 못 간다"…빙하·환경·법적 장벽도 겹겹
물동량 부진의 배경에는 지정학 리스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북극항로는 매년 한여름에서 초가을(7~10월) 사이 몇 달만 전면 개방된다. 2025년에는 얼음이 일찍 얼기 시작해 실제 개방 기간이 2주 남짓에 불과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나머지 기간에는 쇄빙선의 안내 없이는 항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크루셰바는 "모든 선박이 쇄빙선을 대동해야 한다면 운항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핵추진 쇄빙선을 보유한 나라는 러시아뿐이며, 러시아는 자국 쇄빙선만 이 항로에서 운영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항로 이용 선박은 별도 허가도 받아야 한다.
비상구조 인프라 부족도 위험 요소다. 벨로나재단 보고서는 사고 발생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한 구조 인프라가 부족해 이미 위험한 항로가 더 위험해진다고 지적했다.
환경 문제도 걸림돌이다. 극지용 내빙 선박은 일반 선박보다 무거워 해상 마일당 연료 소모량이 많다. 기름 유출 사고가 나면 차가운 기온 탓에 오염 물질이 분해되지 않고 오래 남는다. 선박 엔진에서 나오는 블랙카본(검댕)은 빙하 위에 쌓여 반사율을 낮추고 온난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024년부터 북극해에서 고황 중유(Heavy Fuel Oil)의 사용과 운반을 금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금지 규정에 동참하지 않았고, 2029년까지 유예 기간이 끝나도 서명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중국도 탐색 중…그러나 '정치적 관심'에 그칠 가능성
이처럼 구조적 한계가 뚜렷한데도 각국의 탐색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COSCO)는 2013년부터 아시아~유럽 간 시험 운항을 해왔으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단했다.
이후 중소 규모 물량에 한해 중국~러시아 항로를 재개했고, 오는 2025년에는 중국 컨테이너선이 14항차를 소화해 전년(11항차)보다 늘었다. 컨테이너선 이스탄불브리지호는 중국~유럽 시험 운항을 마쳐 중국의 '극지 실크로드(Polar Silk Road)' 전략의 일환으로 주목받았다.
한국도 오는 9월 컨테이너선을 북극항로로 보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시험 운항하는 방안을 발표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 선박 26척과 선원 120여 명이 현지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대체 항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크루셰바는 "주요 물류·해운사들은 지금 이 항로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며 "현재의 관심은 경제적이기보다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의 소극적 태도를 두고 "러시아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도 통제권은 러시아에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중국이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기후 위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는 2024년 연구에서 북극항로가 2100년까지 연중 항행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바크루셰바는 "그 수준의 기후변화가 현실이 된다면, 전 세계가 훨씬 심각한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과연 그때 누가 이 항로를 필요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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