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삼성 목표가 26만 원·SK하이닉스 135만 원 상향… "올해 최강 메모리 업사이클"
美 DRAM ETF 10거래일 만에 1조 6000억 원 유입, 외국인 4월 '갈지자' 끝에 반도체로 귀환
美 DRAM ETF 10거래일 만에 1조 6000억 원 유입, 외국인 4월 '갈지자' 끝에 반도체로 귀환
이미지 확대보기뉴욕에 상장된 '메모리 ETF'가 쏜 신호탄
미국 자산운용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츠가 지난달 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라운드힐 메모리 ETF(티커: DRAM)'는 출범 10거래일 만에 10억 달러(약 1조 4700억 원)를 돌파했다. 지난달 말 기준 15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웃돈다. 글로벌 ETF 리서치 기관 베타파이(VettaFi)의 수석 연구원 토드 로젠블루스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견줄 만한, 역대 가장 성공적인 ETF 출시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블룸버그 ETF 분석가 에릭 발추나스도 "경이로운 수준"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SK하이닉스(26.9%)와 삼성전자(23.4%)가 절반을 차지한다. iShares SOXX나 VanEck SMH 등 기존 미국 반도체 ETF가 두 회사를 편입하지 않는 구조적 공백을 파고든 것이다. ETF닷컴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 최대 미국 상장 ETF인 iShares MSCI Korea(EWY)에도 올해 들어서만 60억 달러(약 8조 8100억 원)가 순유입됐고, 1년 누적으로는 83억 달러(약 12조 1900억 원)에 달한다.
월가 IB의 집중 포화, 골드만·모건·노무라 목표가 상향 릴레이
JP모건은 지난 4월 1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4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SK하이닉스는 125만 원에서 155만 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JP모건은 "삼성전자는 OpenAI 관련 HBM·파운드리 수주에 힘입어 기술 리더십 회복 국면에 진입했으며, SK하이닉스는 DRAM·NAND 수혜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라증권도 직전에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9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SK하이닉스는 156만 원에서 193만 원으로 높였고, 모건스탠리 역시 두 종목의 목표주가를 올려 반도체 매수를 권고했다. 삼성증권은 4월 21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30만 원에서 180만 원으로 대폭 올리며 "DRAM 산업이 가격 주도 경기 순환 업종에서 품질 주도 인프라 산업으로 전환 중이며,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호황 기간이 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KB증권(190만 원)·SK증권(200만 원)·메리츠증권(170만 원)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잇따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달러 기준으로 23% 수익을 낼 것이라는 강세 전망도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6년을 "1990년대 호황에 버금가는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규정하고, DRAM 매출 전년 대비 51% 성장을 예측하며 SK하이닉스를 업계 최선호주(Top Pick)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별도 보고서에서 AI용 주문형 반도체(ASIC) 기반 HBM 수요가 2026년 82% 폭증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4월 '갈지자 행보' 끝에 반도체 집중 매수
외국인의 4월 복귀는 단선적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월과 3월 두 달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각각 21조 730억 원, 35조 8810억 원을 순매도하며 누적 약 66조 원을 쏟아냈다. 중동 분쟁 심화, 고금리 장기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지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4월 들어 반전이 시작됐다. 한국거래소 데이터 기준,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조 5360억 원을 순매수하며 3개월 만의 복귀 신호를 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각각 2조 630억 원, 2조 40억 원이 집중됐다.
그러나 흐름이 일직선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 공시를 전후한 시점까지도 환율 불안과 중동 정세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간헐적으로 출회하며 '갈지자' 매매가 반복됐다. 4월 셋째 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누적 순매수는 3조 2000억 원대 수준에 그쳤다가, 실적 확인 이후 가파르게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순매도 기조 약화가 코스피 이익 모멘텀 강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4월 이후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772조 원으로 3월 말 대비 20% 상향됐다고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이 흐름이 더 구조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주목한다. 메모리 산업이 TSMC의 선수주·후생산 파운드리형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급 부족 2027년까지'… 그러나 위험 변수도 눈여겨봐야
공급 구조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DRAM 설비투자 총액이 613억 달러(약 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주요 업체들이 설비 증설보다 공정 고도화와 하이브리드 본딩에 집중하고 있어 실제 공급 비트 증가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P4L 공장과 SK하이닉스 M15X 청주 팹의 본격 가동 시점은 빨라야 2027년이다. 글로벌X ETF 분석 보고서는 "공급업체들이 사실상 2026년 물량을 이미 완판한 상태이며, 제조업체들은 2027년 말까지 수요의 60%만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투자자가 짚어야 할 역방향 시나리오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가 저가 전략으로 HBM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설 경우 HBM 가격이 연내 10% 하락할 수 있다는 리스크 시나리오를 별도 보고서에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도 경쟁 심화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납품 비중이 현재 85% 이상에서 50~60% 수준으로 점진 후퇴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빅테크의 자체 AI 칩(ASIC) 개발 확대에 따른 HBM 수요 구조 변화, 중동 분쟁의 원자재·에너지 공급망 불안, AI 소프트웨어 효율화가 메모리 탑재량 증가 속도를 둔화시킬 가능성도 주요 변수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중동 지역 공정 가스 의존도에 대해 충분한 안전 재고를 확보했고 미국·일본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마쳤다"고 밝혀 일단 단기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수준임을 밝혔다.
지금 챙겨야 할 지표 3가지
이 사이클의 전환점을 가늠하려면 ① 삼성·SK하이닉스의 HBM4·HBM4E 수율 정상화 속도(SK하이닉스 2026년 하반기 샘플, 2027년 양산 목표) ② 빅테크의 AI 설비투자(CAPEX) 증감 추이, 특히 2분기 이후 하이퍼스케일러 실적발표에서의 투자 가이던스 ③ 고객의 2027년 물량 선주문 동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AI 인프라 경쟁이 메모리를 '사면 쌓이는 부품'이 아닌 '선점해야 생존하는 전략 자원'으로 바꾼 이 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순 반도체 제조사가 아닌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 통제자 자리에 올라서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