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건설 포기하고 오라클에 400조 베팅… '스타게이트' 설계도 전면 수정
텍사스 대신 차세대 '베라 루빈' 부지 물색… HBM 공급망 '다변화' 분수령
텍사스 대신 차세대 '베라 루빈' 부지 물색… HBM 공급망 '다변화'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패권을 향한 오픈AI의 5000억 달러(약 738조 5000억 원) 규모 초거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가 거대한 전략적 변곡점을 맞았다. 직접 땅을 파고 건물을 올리는 '직접 건설' 방식에서 벗어나 제3자 인프라를 빌려 쓰는 '유연한 확장'으로 선회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디지타임스는 지난 2일(현지시각) 오픈AI가 고정된 합작법인 형태의 데이터센터 전략을 폐기하고, 오라클 등 외부 파트너와의 대규모 계약을 통해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가변적 모델'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고 보도했다.
직접 건설 대신 ‘셋방살이’… 443조 원 규모 오라클 동맹 결성
오픈AI는 당초 아랍에미리트(UAE)의 MGX, 소프트뱅크 등과 손잡고 직접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과 노르웨이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하거나 수정하며 전략을 바꿨다. 직접 부지를 매입하고 전력망을 확보하는 데 드는 막대한 시간과 리스크를 줄이고, '속도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대신 오픈AI는 오라클과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미국 내에서 4.5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역량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향후 5년간 3000억 달러(약 443조 1000억 원)를 상회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파트너십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오픈AI의 '홀로서기'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Azure) 인프라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오라클, AMD, 브로드컴 등으로 협력선을 다변화하며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오픈AI는 최근 90일 동안에만 3GW 이상의 인프라를 추가 확보하며, 당초 2029년까지 목표했던 10GW 고지를 조기에 넘어섰다.
엔비디아 차세대 칩 '베라 루빈' 위해 텍사스 확장 포기
전략 변화의 상징적 사건은 미국 텍사스주 아빌린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했다. 오픈AI는 기존 캠퍼스를 확장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임대 옵션을 포기했다. 빈자리는 즉각 MS와 엔비디아가 채웠다.
오픈AI가 아빌린 확장을 거절한 이유는 '기술적 세대교체' 때문이다. 현재 가동 중인 '블랙웰' 시스템과 향후 등장할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베라 루빈(Vera Rubin)' 기반 시스템을 한곳에 섞기보다, 새 칩에 최적화된 신규 부지를 선호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반도체·전력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
오픈AI의 전략 수정은 한국 경제에도 직결되는 변수다. 직접 건설보다 제3자 공급 비중이 커지면 데이터센터 운영사(CSP)들의 구매력이 분산되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 복잡한 수 싸움을 예고한다.
특정 큰손에 묶였던 HBM 판도가 오라클, 메타 등 다수 수요처로 파편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협상 주도권은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독점 공급의 안정성 대신 기술 표준 선점을 위한 무한 경쟁이 가속화되는 만큼, 차세대 제품인 HBM4 양산 속도와 고객사별 맞춤형 설계 능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향방을 결정지을 실질적 변수가 될 것이다.
우선 HBM 공급망 측면에서 특정 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현상은 한국 기업들에 '양날의 검'이자 새로운 기회다. 오라클, 메타 등 수요처가 다변화될수록 각 파트너사의 특화된 설계에 대응하는 '커스텀 HBM' 역량이 생존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순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파트너로서 협상 주도권을 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력 인프라 부문 역시 반전의 기회가 숨어있다. 오픈AI가 영국 프로젝트를 철회한 결정적 이유가 '높은 에너지 비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변압기 및 액침 냉각 시스템을 보유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는 북미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장할 최적의 타이밍이 온 셈이다. 결국 인프라의 가변성이 높아진 작금의 상황은 기술적 우위를 가진 한국 산업계에 거대한 낙수효과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스타게이트의 진화는 AI 산업이 '덩치 키우기' 경쟁에서 '속도와 효율'의 전쟁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이제 오픈AI의 총투자액뿐 아니라, 어떤 파트너와 어떤 칩을 어느 지역에 배치하는지를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결국 가장 빠르게 최신 연산 능력을 손에 넣는 자가 다음 세대 AI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