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나틱' 이어 판탈라사 '오션-3' 2026년 태평양 실전 테스트… 냉각수·규제 없는 공해상 선점 경쟁
파력으로 전력 자급, AI 연산 후 위성 송출… 통신 지연 및 유지보수 난제 극복이 성공 열쇠
파력으로 전력 자급, AI 연산 후 위성 송출… 통신 지연 및 유지보수 난제 극복이 성공 열쇠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열풍이 육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포화와 냉각수 부족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자, 실리콘밸리의 거대 자본이 바다 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테크 기업들이 전력망 확보를 위해 원자력 발전소까지 매입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아예 규제와 지열의 간섭이 없는 공해상에 '떠다니는 AI 연산 기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아스 테크니카(Ars Technica)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보도에 따르면, 팰런티어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거물 투자자들은 최근 해상 AI 데이터센터 스타트업 '판탈라사(Panthalassa)'에 총 2억 1000만 달러(약 3040억 원)를 투자했다. 판탈라사는 오는 2026년 태평양 북부 해상에서 해양파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AI 노드 '오션-3(Ocean-3)'의 실전 테스트에 나설 계획이다.
'빅벤' 높이의 강철 구체, 전력 대신 데이터 전송 택했다
판탈라사가 개발 중인 '오션-3'는 높이가 약 85미터(m)에 달하는 거대 구조물이다. 이는 영국 런던의 빅벤이나 뉴욕 플랫아이언 빌딩과 맞먹는 규모다. 거대한 강철 구체가 수면 위를 떠다니며 내부의 AI 칩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해양파 에너지로 충당하는 구조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컴퓨터 설계 전문가 벤저민 리 교수는 "판탈라사의 구상은 에너지 전송 문제를 데이터 전송 문제로 전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육지 전력망에 의존하며 지역 사회와 마찰을 빚는 것과 달리, 해상 노드는 독립적인 에너지원(파도)을 사용한다. 특히 냉각에 들어가는 막대한 전기와 담수를 바닷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과거 진행했던 수중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나틱(Natick)'을 통해 이미 입증된 물리적 이점이다. 당시 나틱 프로젝트는 해수 냉각 시스템이 지상보다 고장률이 낮고 효율적이라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위성 통신 지연'과 '거친 파도'…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
하지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통신 속도와 대역폭이다. 광케이블로 연결된 지상 데이터센터와 달리 해상 노드는 위성 링크에 의존해야 한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구동하려면 수많은 노드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위성 통신 특유의 지연 시간(Latency)이 연산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리 교수는 "실시간 쿼리 응답은 가능하겠지만,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노드 간 정밀한 협업을 수행하기에는 대역폭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거친 해상 환경에서의 유지보수 역시 난제다. 판탈라사는 인간의 개입 없이 10년 이상 자율 구동되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부식성이 강한 염분과 태풍 등 극한의 기상 조건을 견디며 고가의 AI 칩을 보호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요구한다.
한국 산업이 주목해야 할 착안점, '에너지 섬'에서 '연산 섬'으로
실리콘밸리가 해상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이 아니다. 2026년 한 해에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7650억 달러(약 1100조 원)를 쏟아붓기로 한 상황에서, 육지의 전력 공급과 노동력 부족 문제가 사업의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한국은 수도권 데이터센터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송전망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다. 판탈라사의 모델처럼 해상 풍력이나 파력 발전과 결합한 '해상 컴퓨팅 노드'가 실현된다면, 에너지 생산지와 소비처(데이터센터)를 일치시키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조선 및 해양 플랜트 기술력을 활용해 선제적인 시장 공략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래 AI 인프라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좋은 칩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전력을 확보하고 열을 식힐 수 있는 장소를 선점하느냐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바다는 이제 단순한 항로를 넘어, 전 세계의 질문에 답하는 '거대한 뇌'를 품는 새로운 영토가 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