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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디젤 값 27% 폭등… 중국 ‘전기 트럭 시대’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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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디젤 값 27% 폭등… 중국 ‘전기 트럭 시대’ 앞당긴다

고유가에 운행비 반값 절감… 1분기 신에너지 트럭 판매 45% 급증
석유 정점 시대 가속화… 글로벌 물류 패러다임 중국 주도로 재편
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전기 대형트럭.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전기 대형트럭.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에너지 전환 시계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경유 가격이 급등하자, 경제성을 확보한 전기 대형 트럭이 디젤 트럭을 빠르게 대체하며 중국 물류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7일(현지시각) 베이징발 보도를 통해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디젤 가격 상승이 중국의 대형 트럭 전기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석유 수요 감소 속도를 한층 더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상용차 산업에 드리운 그림자… 글로벌 ‘샌드위치’ 위기론 대두


중국의 이러한 공격적인 전동화 행보는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즉각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 트럭이 국내 물류 시장에 상륙할 경우, 이미 중국산이 장악한 전기 버스 시장의 전례를 따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600km급 주행거리를 확보한 중국 업체들이 유럽 등 한국의 주요 수출 거점에서 가격을 3분의 1 수준까지 낮추며 시장 선점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에 대응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업계는 전기 트럭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소 상용차 초격차 기술’ 확보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차원의 보조금 체계 정교화와 배터리 교체식 인프라 표준 정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미래 물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수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고유가 직격탄에 ‘전기 트럭’ 불붙은 수요… 1분기 점유율 27% 달성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신에너지(NEV) 대형 트럭'의 성장세는 수치로 증명된다. 데이터 제공업체인 씨브이월드(CVWorld.c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내 신에너지 대형 트럭 판매량은 4만 4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급증했다.

이는 전체 대형 트럭 신규 구매량의 27%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전년 동기 점유율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일등 공신은 역설적이게도 이란 전쟁이다. 전쟁 여파로 중국 내 소매 경유 가격은 2월 말 대비 27%나 뛰며 4년 전 최고치 수준에 육박했다.

유류비 부담이 커진 운송 업체들이 전기차로 눈을 돌린 것이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민 지(Min Ji) 수석 분석가는 "전쟁 탓에 중국 국내 연료 가격이 올랐으며, 이는 기존 내연기관 트럭의 교체 주기를 앞당기는 필연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분석했다.

“디젤보다 운영비 절반 수준”… 경제성이 보조금 공백 메워


전기 대형 트럭은 구매 시점에서 디젤 모델보다 비싸지만, 장기 운용 면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지엘(GL) 컨설팅 분석에 따르면, 현재 유가를 기준으로 100만 km를 주행할 때 전기 트럭의 총 수명 주기 비용(구매가, 연료비, 유지관리비 포함)은 동급 디젤 트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차량 가격 자체는 전기 트럭이 50만 위안(약 1억 원) 이상으로 30만 위안대인 디젤 트럭보다 비싸지만, 중국 정부가 4월부터 연말까지 연장한 '중고차 보상 판매(이구환신)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실제 가격 차이는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제조 기술의 발전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 전기 트럭은 주행거리가 300km 내외에 머물렀으나, 최근 싼이(Sany) 등 주요 업체들이 최대 600km 주행이 가능한 장거리용 모델을 출시하며 활용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석유 수요 정점 시기 앞당겨… 유럽 시장 정조준하는 중국차


전기 및 액화천연가스(LNG) 트럭의 빠른 보급은 중국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는 올해 중국의 디젤 수요가 전쟁 전 예상치보다 가파른 5%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하루 약 4만 배럴의 추가적인 수요 감소를 뜻하며, 중국의 석유 수요 정점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2030년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내수 시장에서 검증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거세다. 싼이를 포함한 중국 내 12개 이상 제조업체는 올해 유럽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 결과, 2024년 기준 중국의 전기 트럭 판매량은 16만 대에 달해 유럽(2만 5000대 미만)을 압도했다.

싼이 천둥 부사장은 지난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상승세를 고려할 때, 올해 전기 트랙터 트럭 시장이 50% 성장해 25만 대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목표 달성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밝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