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비대칭의 함정 — 이란 샤헤드 드론 1대로 패트리엇 미사일 200발치 소모
IEA "하루 1400만 배럴 공급 차질"… 브렌트유 100달러대 고착화 우려
IEA "하루 1400만 배럴 공급 차질"… 브렌트유 100달러대 고착화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알자지라(Al Jazeera)는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교수와 시빌 파레스(Sybil Fares) 연구원의 공동 분석 기고문을 게재했다.
두 저자는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이란 전쟁은 미국의 후퇴로 끝날 것"이라고 단언하며, 미국이 감당 가능한 재정적·군사적·정치적 비용으로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금의 사태를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한 상태다.
참수 작전의 실패… '이란은 베네수엘라가 아니다'
삭스 교수와 파레스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계획은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참수 작전'에 기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와 모사드 국장 다비드 바르네아(David Barnea)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공동 공습을 감행하면, 이란 지도부가 붕괴되고 미국에 순응하는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올해 1월 베네수엘라에서 중앙정보국(CIA)과 현지 내부 세력이 협력해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정권을 무력화한 성과를 이란에 그대로 복사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란은 베네수엘라가 아니었다.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공습으로 와해되기는 커녕 내부 결속을 더욱 다졌다. 최고지도자실은 건재했고, 종교 지도층은 단결했으며, 외부 공습 앞에서 이란 국민도 정권 주위로 결집했다.
두 저자는 이 오판의 뿌리로 1953년을 꼽는다. 이란 국민은 당시 미국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고 27년간 경찰국가를 이식한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외부의 압박이 오히려 결속을 강화하는 역설이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전쟁 개시 70여 일이 지난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에 대안 정부도, 항복 선언도, 군사적 승리 경로도 확보하지 못했다. 두 저자는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후퇴"라고 진단했다.
비용 비대칭의 함정 — 드론 3만원 vs 요격미사일 59억원
두 저자가 짚은 핵심 구조적 문제는 군사 기술의 비용 비대칭이다.
이란의 주력 무기인 샤헤드(Shahed) 드론 한 대 가격은 2만~5만 달러(약 2928만~7320만 원)다. 이를 격추하는 미국의 패트리엇(Patriot) 요격미사일은 한 발에 400만 달러(약 58억 5600만 원)에 달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의회조사국(CRS) 자료를 인용한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개시 이후 수천 발의 드론을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발사했다.
노스이스턴대학교의 안보 전문가 스티븐 플린(Stephen Flynn)은 "이 같은 비용 비대칭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의 군수 비축량과 산업 기반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부담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함정 방어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미국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최신형(Flight III)의 2026회계연도 기준 가격은 1척당 약 27억 달러(약 3조 9528억 원)다.
미국 의회예산국(CBO)과 의회조사국(CRS)이 올해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른 수치다. 이란의 대함 미사일은 수십만 달러 수준인 반면, 그 표적이 되는 구축함 한 척의 가격은 이를 수천 배 웃돈다.
이란의 기술 수준도 오판의 원인이었다. 두 저자는 이란이 40년간의 서방 제재 속에서도 자국산 탄도미사일, 드론 산업, 독자 위성 발사 능력을 갖춰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쟁 초기 전술인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 공세만 봐도, CSIS에 따르면 개전 100시간 안에 약 170발이 소모됐다. 이는 미국 국방부가 방산업체 레이시온(Raytheon)에 2026회계연도 전체 납품을 요청한 물량의 약 3배에 해당한다.
네 번째 실패 요인은 정책 결정 과정의 붕괴다. 이번 전쟁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Mar-a-Lago)에서 소수의 측근들이 결정했으며, 국가안보회의(NSC)는 사실상 공동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대테러센터장 조 켄트(Joe Kent)는 올해 3월 17일 사의를 표명하며 공개서한을 통해 "대통령을 속이는 데 사용된 에코 챔버(반향실)"라고 공개 비판했다.
"역사상 최대 공급 충격"…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대 고착
에너지 시장에 가해진 충격은 수치로 확인된다.
전쟁 직후인 올해 3월 2일까지 브렌트유 가격은 10~13% 급등해 배럴당 80~82달러(약 11만 7120원~12만 원)까지 올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공식 폐쇄 선언한 뒤인 3월 9일에는 배럴당 120달러(약 17만 5680원) 근처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3월 한 달에만 51% 올라 월간 상승폭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4월 8일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선언했으나, 5월 7~8일(현지시각)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101달러(약 14만 6400원~14만 7864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개전 전 기준가인 배럴당 72달러(약 10만 5408원)에 비해 여전히 4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IEA는 5월 7일 성명에서 "현재 전쟁으로 하루 1400만 배럴의 글로벌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0%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충격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에너지 원자재 기업 비톨(Vitol)의 러셀 하디(Russell Hardy)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1일 "이번 전쟁으로 원유 10억 배럴의 생산이 손실될 것이며, 현재까지 6억~7억 배럴의 손실이 이미 발생했다"고 밝혔다.
원자재 컨설팅 업체 코모디티 컨텍스트(Commodity Context)의 로리 존스턴(Rory Johnston) 대표는 CNBC를 통해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공급망 병목과 인프라 피해, 잔류 생산 중단 등으로 시장이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하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80~90달러(약 11만 7120원~13만 1760원) 선에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삭스 교수와 파레스 연구원은 종전 이후 시나리오와 관련해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게 되고, 이란의 억지력은 대폭 강화되며, 걸프 지역에서 미국의 장기 군사 존재감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이란 핵 프로그램, 역내 대리세력, 미사일 전력 등의 현안은 전쟁 전과 다름없이 미해결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두 저자는 "미국 제국은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미국이 되찾을 수 있는 것은 냉정한 이성이며, 국제법과 외교로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구"라고 강조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