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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공장·공항 현장 투입 현실화… 2030년 출하량 120만 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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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공장·공항 현장 투입 현실화… 2030년 출하량 120만 대 전망

항공·자동차·물류 등 글로벌 기업들, 실전 배치 경쟁 본격화
공급망 주도권 싸움이 10년 수익률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
항공기 정비 공장과 붐비는 하네다 공항 출발 로비에서 인간과 함께 협업하는 로봇들의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항공기 정비 공장과 붐비는 하네다 공항 출발 로비에서 인간과 함께 협업하는 로봇들의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단순 시연용 전시물이 아닌 실제 생산·물류 현장에 속속 투입하면서, 인간형 로봇산업이 연구개발(R&D)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크레인셰어스(KraneShares)의 투자 리서치 부문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 『휴머노이드 로봇 2026: 파일럿에서 플랫폼으로의 경쟁』은 이 같은 흐름을 수치와 사례로 뒷받침하며 투자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공장·공항에 출근한 로봇들


일본항공(JAL)은 지난달 초 도쿄 하네다 공항에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 G1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2대를 배치하고 2028년까지 2년간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GMO AI&로보틱스와의 협력으로 진행된 이번 파일럿에서 로봇 한 대당 가격은 약 240만 엔(약 2264만 원)이다. 수하물 적재·컨테이너 운반·기내 청소 등을 맡는다.

하네다 공항의 연간 이용객은 8590만 명에 달하고, 일본 생산가능인구는 2023∼2060년 사이 31% 줄어들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하고 있다.

공항 측이 바퀴 달린 기계 대신 사람 모양의 로봇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공항 자체가 사람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 기업 BMW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피겨 AI(Figure AI)의 'Figure 02' 2대를 11개월간 운용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기간 로봇은 BMW X3 3만 대 생산에 기여하고, 판금 부품 9만 개 이상을 적재하며 총 1250시간 이상 가동됐다.

BMW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여름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 헥사곤(Hexagon AB) 로봇 부문이 개발한 'AEON'을 투입하는 첫 유럽 파일럿에 착수한다. 고전압 전기차 배터리 조립 공정이 대상이다.

BMW 공정관리 책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재 외주로 나가는 작업을 내재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인력 대체가 아니라 이익률 구조 개선 문제라는 시각이다.

아마존은 자회사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를 통해 조지아주 스팬엑스(Spanx) 물류센터에 이족보행 로봇 '디짓(Digit)'을 실전 배치했다.

이 로봇은 자율이동 로봇과 컨베이어 사이에서 운반 용기를 옮기는 작업을 사람 없이 수행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뉴욕 기반 로봇 스타트업 파우나 로보틱스(Fauna Robotics)를 인수해 가정용 로봇 시장에도 발을 내디뎠다.

산업용 로봇 함대와 가정용 로봇 플랫폼 두 갈래를 동시에 구축하는 전략이다.

중국에서는 에이지봇(AgiBot)이 지난 3월 말 누적 생산 1만 대를 돌파했다. 2025년 연간 1000대에서 불과 몇 달 만에 10배 규모로 늘어났다.

지난 4월에는 베이징 E타운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Honor)가 만든 '라이트닝'이 21㎞ 구간을 50분 26초에 완주해,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을 웃도는 속도를 기록했다.

AI 두뇌 경쟁: VLA 모델과 세계 모델

하드웨어 경쟁과 별개로 로봇 지능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모델 경쟁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엔비디아(NVIDIA)는 2025년 3월 개방형 휴머노이드 기반 모델 GR00T N1을, 같은 해 5월 N1.5를 공개했다.

이 모델에 합성 동작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킨 결과 과제 성공률이 실제 데이터만 썼을 때보다 약 40% 높아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시각-언어-동작(VLA) 모델은 카메라 영상과 자연어 명령을 동시에 처리해 로봇이 별도 프로그래밍 없이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도록 돕는 구조다.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는 2025년 6월 로봇 자체에서 구동 가능한 경량 버전을 출시해 현장 적용성을 높였다.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는 지난 4월 공개한 'pi-0.7'에서 훈련 데이터에 단 두 번밖에 나오지 않은 에어프라이어를 정상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텍크런치(TechCrunch)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 사전 학습 데이터와 기존 훈련 경험을 결합해 처음 보는 기기를 스스로 이해하는 '조합적 일반화' 능력을 보였다.

블룸버그(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월 기업가치 110억 달러(약 16조 3713억 원) 이상을 목표로 약 10억 달러(약 1조 4883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불과 4개월 전 평가받은 기업가치 56억 달러(약 8조 3344억 원)에서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같은 해 2월 발표된 학술 논문 'EgoScale'은 로봇 공학 기반 모델도 거대언어모델(LLM)과 동일한 데이터 스케일링 법칙을 따른다는 첫 번째 경험적 증거를 제시했다.

훈련 데이터가 늘수록 로봇 성능이 예측 가능하게 향상된다는 이 발견은,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자기 강화 우위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공급망이 10년 수익률을 가른다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로봇 공급망은 휴머노이드 규모화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제약 요인이며,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에게는 한 세대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기회"라고 진단했다.

휴머노이드 한 대의 제조 원가는 현재 대당 3만~15만 달러(약 4475만 원~2억 2383만 원) 수준이며, 업계 장기 목표는 2만 달러(약 2984만 원) 이하다.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관절 구동기(액추에이터)로 전체의 40~60%에 달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Tesla)의 옵티머스(Optimus) 로봇은 몸통에만 28개, 3세대 손에 50개 이상의 구동기가 들어간다. 각 구동기 안에는 감속기·모터 제어 전자 장치·브러시리스 직류 모터·정밀 기계 부품·센서가 집약돼 있다.

맥킨지는 현재 인간형 로봇 전용 구동기를 전담 공급하는 '엔진 공급사'에 해당하는 기업이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이 공백이 동시에 병목과 기회다.

중국의 구조적 우위도 주목된다. 중국산 부품 없이 옵티머스를 생산하면 자재비가 약 4만 6000달러(약 6865만 원)에서 약 13만 1000달러(약 1억 9550만 원)로 세 배 가까이 뛴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 영구자석 처리 용량의 약 90%, 정밀 베어링의 40%, 모터의 35%, 전력 전자 부품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29만 5000대로 세계기록을 경신했고, 운용 중인 공장 로봇 대수는 약 203만 대로 전 세계 배치량의 54%를 차지했다.

하모닉 드라이브(Harmonic Drive)·나브테스코(Nabtesco) 등 고정밀 감속기 제조사들과 포스·촉각 센서 공급사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샤플러(Schaeffler)는 5개월 사이 뉴라 로보틱스(Neura Robotics)·영국 휴머노이드·중국 레주 로보틱스 등 세 곳과 구동기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보쉬(Bosch)는 뉴라 로보틱스와 부품 공급·모터 생산 협약을 맺는 동시에 자본 부문인 보이안 캐피털(Boyuan Capital)을 통해 중국 갈봇(Galbot)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매그나(Magna)는 생추어리 AI(Sanctuary AI)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퀄컴(Qualcomm)이 피겨 AI, 뉴라 로보틱스와 함께 휴머노이드 전용 프로세서 '드래곤윙 IQ10(Dragonwing IQ10)'을 개발하고 있다.

하반기 주목할 분기점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2026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약 9만 대에 달하고 2030년에는 12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2050년까지 시장 규모가 5조 달러(약 7462조 원), 보급 대수는 10억 대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S·X 조립 라인을 연간 최대 100만 대 규모의 옵티머스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달 초 마지막 모델S가 출고되면서 14년간의 생산이 마감됐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CEO)는 옵티머스 3세대(V3) 생산 개시 목표 시점을 오는 7월 말 또는 8월로 제시했다.

다만 옵티머스에는 1만 개의 고유 부품이 들어가 초기 생산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라고 머스크 CEO는 덧붙였다. 외부 상업 판매 개시는 빨라도 올해 하반기, 일반 소비자 구매 가능 시점은 오는 2027년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수직 계열화된 구동기 설계·컴퓨팅·인공지능(AI) 학습 인프라는 제3자 부품 의존 경쟁사 대비 30~40%의 원가 절감 잠재력을 갖는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는 지난 3월 상하이 스타마켓(STAR Market)에 42억 위안(약 9232억 8600만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목표 기업가치는 30억~70억 달러(약 4조 4760억~10조 4440억 원)다.

2025년 기준 이 회사의 매출 총이익률은 약 59.5%에 달했다. 같은 해 휴머노이드 로봇 수익이 처음으로 사족보행 로봇을 넘어 전체 매출의 51.5%를 차지했고, 출하량은 5500대 이상으로 테슬라·피겨 AI·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합산 출하량을 웃돌았다.

평균 판매 단가는 2023년 약 8만 5000달러(약 1억 2680만 원)에서 2025년 약 2만 5000달러(약 3729만 원)로 내려갔는데도 이익률은 오히려 개선됐다. 진입 모델 'R1'은 3만 9900위안, 약 5900달러(약 880만 원)부터 판매된다.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는 2026년 5월 발간한 전망 보고서에서 현 시점을 "로봇공학의 GPT-2.5 수준"으로 규정했다.

영국 로봇 기업 오토디스커버리(Autodiscovery)의 아론 키스디(Aron Kisdi) 전무이사는 "첫 번째 기업이 실적 보고에서 '이 로봇이 지난해 5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하는 순간이 실질적인 분기점"이라고 말했다.

벤처 캐피털의 로봇 분야 투자는 2023~2025년 사이 세 배 이상 늘어 연간 407억 달러(약 60조 7162억 원)에 달했다.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분야에 1380억 달러(약 205조 8684억 원) 규모의 국가 벤처 안내 펀드를 조성했다. 2025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로봇 분야에 340억 달러(약 50조 728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