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 ‘석유·가스 탐사’ 투자 총력전
공급망 다변화 가속화… 중동 의존도 낮추고 아프리카 등 미개척지 공략
지정학적 리스크가 바꾼 에너지 지도, 단기 대응 넘어 ‘구조적 재편’ 국면
공급망 다변화 가속화… 중동 의존도 낮추고 아프리카 등 미개척지 공략
지정학적 리스크가 바꾼 에너지 지도, 단기 대응 넘어 ‘구조적 재편’ 국면
이미지 확대보기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기대했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사상 초유의 에너지 공급 위기가 전 세계 정부와 민간 기업들을 다시 ‘석유·가스 탐사(E&P)’ 시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국가 존립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업계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프리카와 미 대륙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 ‘석유 서비스’ 기업 쾌거… 탐사 투자 봇물
에너지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석유 서비스 기업들은 이번 위기를 ‘에너지 안보 우선주의’로의 대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유전 서비스 업체인 슈룸베르제(SLB)의 올리비에 르 푀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급 부족을 해결할 가장 빠른 길은 생산량 증대와 회수율 제고”라며 “고객사들이 국가 자원 개발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관련 투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의 로렌조 시모넬리 CEO 역시 “중동 분쟁이 단기적인 도전 과제인 것은 맞지만, 역설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 주었다”며 “업스트림(탐사 및 생산) 분야와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지출이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엑손모빌(ExxonMobil) 등 대형 석유 메이저들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는 실적 발표를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이 중동 리스크에 노출된 기존 에너지 수입 경로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지 않았던 국가들까지 비축 시설 건설과 신규 공급선 확보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포스트 중동’ 대안으로 떠오른 아프리카… 낮은 보험료와 예측 가능성 강점
이번 공급 쇼크의 최대 수혜지로 지목되는 곳은 아프리카다. 중동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에너지 수입국들은 상대적으로 전쟁 위협이 낮고 해상 통로가 안정적인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고 있다.
SLB의 르 푀치 CEO는 “아프리카는 미개발 석유·가스 자원이 풍부해 장기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글로벌 자본의 포트폴리오가 이 지역으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아프리카산 원유와 가스가 호르무즈 해협 마비에 따른 해상 보험료 급등과 운송 지연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 대륙의 기세도 매섭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현 상황에서 미국 셰일 가스 업체들이 올해에만 634억 달러(한화 약 94조 4343억 원)의 추가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막대한 수익을 거둔 셰일 업체들이 생산 시설 확충에 재투자하면서 미국산 원유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 중이다.
단기 처방 넘어 ‘에너지 인프라’ 구조적 재편… “중동 끝내도 이전으로 못 돌아가”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마비가 3주 이내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두 달이 지난 현재는 disruption(중단) 상황이 6월 말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커 휴즈의 시모넬리 CEO는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 체질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특정 지역이나 단일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인프라의 여유분(Redundancy)을 확보하고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탐사 투자 확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국내 소매 연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의 생산 확대가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설령 전쟁이 종료되고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한번 확인된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 때문에 과거의 중동 중심 공급망으로 완전히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