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ARA 오일발 글로벌 오염… 직구·국내 제조사 공급망 점검 ‘비상’
EU, 중국산 원료 강화 검역 도입… 국경 없는 ‘식탁 안보’ 시험대
EU, 중국산 원료 강화 검역 도입… 국경 없는 ‘식탁 안보’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중국산 원료에서 시작된 치명적 ‘구토형 독소’ 오염 사태가 체코를 넘어 유럽 전역과 한국 직구 시장의 안전망을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 식품 거인 네슬레(Nestlé)와 다논(Danone)이 오염 사실을 인지하고도 은폐·방치했다는 의혹으로 체코 경찰의 강제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전 세계 영유아식 공급망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지 유력 매체 세즈남 즈프라비(Seznam Zprávy)는 13일(현지시간) 프라하 검찰청을 인용해 세계 수유권 실천기구(IBFAN)가 제출한 고소장을 바탕으로 경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수사는 제조사의 위해 식품 유통 혐의뿐 아니라, 제품 결함 인지 후 고의적인 정보 은폐와 회수 지연 여부를 밝히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산 ARA 오일이 쏘아 올린 ‘독소 공포’… EU, 전격 수입 규제
이번 사태의 근원은 분유의 필수 영양 성분인 중국산 아라키돈산(ARA) 오일이다. 조사 결과, 해당 원료에서 식중독 독소인 ‘세레울리드(Cereulide)’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레울리드는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 생성하는 독소로, 열에 강해 일반적인 가열 조리로 파괴되지 않으며 통상 30분~6시간(최대 8시간) 이내에 급성 구토, 설사, 탈수를 유발한다.
네슬레·다논 ‘은폐 의혹’… 4월까지 오염 분유 매장 판매 ‘충격’
수사의 칼날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정조준하고 있다. IBFAN은 네슬레가 지난해 11월 이미 오염 가능성을 파악했음에도 대외적으로 ‘단순 세균 검출’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며 위험성을 한 달 넘게 숨겼다고 주장했다. 다논 역시 국가 검역 당국(SZPI)이 오염 제품을 적발할 때까지 ‘자발적 회수’라는 용어로 사태를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네슬레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세레울리드 검사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필수 미생물 검증 항목이 아니었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다했음을 강조했다. 즉, 규제 공백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리스크를 식별해 보고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다논의 ‘뉴트릴론(Nutrilon)’ 등 일부 제품군이 회수 선언 이후인 4월 초까지 시중에 판매된 점과 체코 보건당국이 한 달간 경보를 늦춘 대목은 여전히 ‘국가 책임론’과 기업의 관리 소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 직구 시장 ‘사각지대’… 식약처 통관 차단 및 정밀 검사 강화
한국 역시 이번 사태의 사정권 안에 있다. 국내에 공식 수입·유통된 동일 배치 제품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문제는 해외 직구와 개인 간 거래다. 당국의 관리망 밖에 있는 직구 분유는 오염된 제품이 유입되더라도 통계와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아이 먹이는 분유, 안전이 생명
전 세계 영유아식 안전망이 시험대에 오른 지금, 부모들은 단순한 브랜드 신뢰를 넘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첫째, 배치(Batch) 번호 즉시 확인이다. 지난해 12월~올해 4월 사이 유통된 네슬레, 다논(뉴트릴론, 압타밀 등) 제품을 보유 중이라면 EU RASFF나 체코 농업식품검사청(SZPI) 홈페이지에 공개된 위해 배치 번호와 대조해야 한다.
둘째, 증상 및 탈수 여부 모니터링이다. 수유 후 30분~6시간 이내에 아이가 반복적으로 구토하거나 설사를 한다면 단순 장염으로 치부하지 말고 즉시 소아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영유아는 빠른 탈수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ARA 오일 원산지 확인이다. 제품 성분표에 ‘아라키돈산(ARA)’이 포함된 경우, 제조사나 수입사에 원료의 원산지와 세레울리드 검사 여부를 문의하는 적극적인 소비자 권리 행사가 필요하다.
이번 수사는 글로벌 기업의 이윤 추구가 ‘아이들의 생명’보다 앞설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다. 수사 결과에 따라 네슬레와 다논은 천문학적인 벌금과 대규모 손해배상, 그리고 브랜드 신뢰의 장기적인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